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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하는 운천스님이 순천으로 달려가 어르신들께 드릴 짜장을 볶고 있다
▲ 짜장스님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하는 운천스님이 순천으로 달려가 어르신들께 드릴 짜장을 볶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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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실은 스님짜장'의 주인공인 운천스님, 참 억세게도 전국을 돌아다니신다. 가는 곳마다 인기 만점인 이 스님, 혹시 나중에 대권에 도전하실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농담이지만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시니, 혹시 누가 알리오. 아마도 지금 대권 레이스에 참가해도 꼴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그는 이젠 유명한 스님이 됐다.

짜장스님이라 불리는 운천스님은 천 년 고찰인 남원 선원사의 주지 스님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운천스님'보다는 '짜장스님'이라는 호칭이 더 잘 통한다. 늘 짜장면 봉사를 다니기 때문. 더운 날은 짜장면이 상하기 쉬워, 잠시 주춤했단다. 하지만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그의 봉사는 다시 시작됐다.

짜장 봉사, 쉽지는 않을 텐데...

순천북초등학교 강당에서 베풀어진 경로잔치 무대
▲ 공연 순천북초등학교 강당에서 베풀어진 경로잔치 무대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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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로잔치에는 500여 분의 어르신들이 자리를 함께하셨다
▲ 어르신들 이날 경로잔치에는 500여 분의 어르신들이 자리를 함께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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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뭔가를 베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스님이 남들을 위해 베푼 짜장면의 그릇 수는 3만 그릇이 넘는다고. 한 그릇에 4000원이라고 쳐도 1억2천만 원 어치 봉사를 한 셈이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봉사를 할 때마다 따라간 봉사단원들의 인건비까지 계산한다면, 실로 엄청난 금액일 것이다.

이렇게 시간과 정성, 그리고 많은 땀을 흘리며 봉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먹는 것일 테죠. 생각해 보세요. 배가 고픈 사람들이 가장 부러운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저희가 다니는 곳 중에는 군부대도 있고, 먹고사는 데 있어서 굶주리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려고 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죠. 그 분들을 찾아가 짜장면 한 그릇을 드실 수 있게끔 한다면, 작은 행복을 맛보실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쉽지 않은 봉사인데도 일 년에 50회 정도 봉사를 한단다. 봉사가 잦은 달은 한 달에 10회 이상 봉사를 떠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하죠. 저야 그렇다고 쳐도 봉사단들은 정말 힘듭니다. 그렇다고 돈을 드리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봉사를 하는 분들에게는 늘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죠."

짜장 봉사가 일상이 됐다는 운천스님

운천스님이 배식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 배식 운천스님이 배식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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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전라남도 순천시 북정 2길 20번지에 있는 순천북초등학교 강당 앞. 이른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순천시 라이온즈 클럽 등이 주관하는 경로잔치에 수많은 어르신들이 모인 것. 이 자리에서 '짜장봉사'를 하기 위해 짜장스님과 봉사단은 일찍 순천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뒤 커다란 가마솥에 짜장을 볶느라 부산해 보였다.

강당 무대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각종 공연이 마련됐다. 모처럼 이런 행사에 참석한 어르신들은 마냥 즐거운 모습. 들통에 짜장을 담아 어르신들에게 배식하는 짜장스님이 보였다.

"고기도 안들어 갔는데, 정말 맛있구먼."
     
어르신들의 그 한 마디에 쌓인 피로가 싹 가신단다. 500명쯤 모인 어르신들은 그렇게 강당 바닥에 발을 펴고 앉아 짜장밥을 먹었다.

"스님이 절에서 불경을 외고,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급식을 하는 것도 좋은 공양이죠. 이제 짜장봉사는 제 일상입니다. 더 많은 분들께 짜장을 드릴 수 있도록 해야죠. 가을이 됐으니 이제 돼지감자도 열심히 캐야 합니다."

경로잔치에 참석을 하신 어르신들이 스님짜장을 들고 계시다
▲ 식사 경로잔치에 참석을 하신 어르신들이 스님짜장을 들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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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스님이 지리산에서 야생하는 돼지감자를 캐는 것은, 그것으로 차를 만들어 팔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돼지감자를 팔아 얻은 돈으로 짜장봉사를 다닌단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는 늘 부족하기 마련. 그래도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스님은 "밥차가 한 대 있으면 더 많은 분들께 봉사할 수 있을 텐데..."라겨 안타까워한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께 짜장봉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함께 나누는 것보다 좋은 공덕은 없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스님짜장, #운천스님, #짜장스님, #순천북초등학교, #경로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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