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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과 보지'는 욕이 아닙니다. 그걸 욕으로 생각하는 건 왜곡된 성교육과 성가치관 때문입니다."

이런 말을 당당하게 하는 사람이 바로 진민현 목사(안성성교육성폭력상담센터 소장)다. 그는 35년 넘게 성상담을 해온 상담전문가다. 올해 60세인 그는 청소년들에겐 이제 할아버지라 불릴 나이가 되었다. 그의 거침없는 화법은 또 이어진다. 기자가 물었다.

우리나라  성교육과 성문화의 두 가지 핵심을 그는 말한다. 첫째, 성을 부끄러운 것, 수치스러운 것이 아닌 아름답고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남자는 돼고, 여자는 안 된다"고 하는 성차별 문화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 진민현목사 우리나라 성교육과 성문화의 두 가지 핵심을 그는 말한다. 첫째, 성을 부끄러운 것, 수치스러운 것이 아닌 아름답고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남자는 돼고, 여자는 안 된다"고 하는 성차별 문화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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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때 성적호기심 풀지 못하면 이렇게 됩니다"

"목사, 군 장교, 공무원 등이 낀 '몰카 동호회 사건'이 8월 23일자 신문에 일제히 보도 되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목사는 말한다.

"십중팔구 그 사람들은 어렸을 적 성적 호기심을 제대로 풀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 상태로 어른이 되니 그런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건 그의 상담경험 때문이다. 교회학교 교사 시절, 자신의 제자 중 초5 여아로부터 "아이는 어디로 낳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 그 여아는 그 호기심을 풀지 못해 상당히 고민을 했다. 어른들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가 야단만 맞았다. 그 여아가 진교사에게 물었다. 정확한 대답과 함께 두어 시간을 설명해주었다. 아이는 그 후 건강하고 밝게 자라났다.

5세 남아의 돌발행동 때문에 고민에 빠진 교회학교부모가 있었다. 그 남아는 몰래 엄마 뒤로 와서 '아이스케키'를 한다. 야구장 치어 리더 걸의 미니스커트를 보면 아이의 성기가 발기를 한다. 이런 아이 때문에 미치겠다는 부모에게 처방을 했다. "아이를 데리고 일차로 아빠와 함께 남탕에 가보라, 이차로 엄마와 함께 여탕에 가보라"고. 그 후로 그 아이는 그런 돌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고, 그 부모는 고마워하더란다.

유아기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성적 호기심을 가지는 건 당연함을 넘어서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진 목사는 말한다. 그런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을 억압하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 엉뚱한 곳으로 풀게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성 관념, 조선시대의 것 뛰어 넘어야

"성기를 이르는 순 우리말을 욕이라고 생각하는 건 우리의 성문화를 대변해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이 개념부터 고치는 게 핵심입니다."

그는 성교육에서 성기를 일러 '음순과 음경'이라는 한자단어로 표현하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른에게조차 어려운 단어를 표현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에 깔린 사상이 더 문제라는 것.

그에 의하면 성기를 표현하는 아름다운 순우리말(좆과 보지)을 욕으로 만든 건 유교적 문화 때문이란다. 조선시대엔 점잖지 못한 상놈들의 단어라고 금기시 했다고. 성을 숨겨야 할 것,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한 유교의 전통은 '좆과 보지'를 욕으로 전락시켰다고 말한다.

"이런 사상은 500년 넘게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습니다. 이런 사상이 현대에도 통용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넷을 하는 요즘 아이들도 여전히 성에 대해선 왜곡되어있죠. 성은 여전히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것, 숨어서 몰래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말입니다. 이젠 성은 아름다운 것, 소중한 것, 당당한 것, 자랑스러운 것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그는 이어서 우리나라 성문화의 또 다른 치명적 과오를 지적한다. 그건 바로 성차별의 문화다. 성행위에 대해서 "여자는 안 되고, 남자는 되는 것"이란 생각을 지적한다. 이런 가치관이 우리사회에 만연하다보니 피해를 입은 여성이 죄책감을 가지는 우스운 사회가 되었다고 그는 밝힌다. 이런 성차별 문화 또한 조선시대 유교적 사회에서 온 폐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교육은 단순한 성에 관한 교육이 아니라 성역사교육, 성가치관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2010년도 아주대 성폭력 원스톱지원센터에서 충격적인 보고를 했습니다. 성폭력 상담사례 823건 중 65%가 안면 있는 사람에게 여자가 성폭행 당한 경우라는 겁니다. 더군다나 그 중에서 친부가 60%, 의부가 10%, 그리고 기타 사촌오빠, 학원교사 등입니다."

그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성교육이 얼마나 요식행위에 그치는가를 지적한다. 다른 자료에도 여자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성폭행 당하는 경우는 3.5%에 불과하단다. 우리나라는 3.5%의 경우만을 놓고 성교육을 한다는 게 문제라는 것. 85%의 대다수 경우를 대비하는 성교육이 절실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평소 여아에게 콘돔을 준비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어쩔 수 없이 성폭행 당하게 되는 경우, 콘돔을 끼고 하자고 시간을 지연하는 것도 지혜라는 것이다. 시간을 벌어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당하게 되더라도 임신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때문이란다. 

"오늘부터 생리한다고 당당히 배려를 구하라"

"성은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것이란 건 말로 교육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여아가 첫 생리를 하게 되면 가족잔치를 벌여 축하해주세요. 여자로서 온전해져 가는, 축하받을 일이라는 걸 인식시켜주는 거죠. 딸이 첫 브래지어를 찰 때, 부모가 함께 선물로 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가정에서 엄마가 가족들에게 "나 오늘부터 생리하니 엄마를 배려해줘"라고 말하고, 딸도 "나 오늘부터 생리하니 짜증내더라도 이해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어야 한단다. 남녀공학 학교에 가서 "여학생이 '나 오늘부터 생리야. 건드리지 말고 배려해 줘'라고 당당히 말하라"고 가르친단다.

요즘 아이들의 성교육이 절실한 이유, 바로 그것은 '조기 발육'때문이란다. 요즘 여아들은 4~6학년 때 벌써 생리를 한다. 남아들도 일찌감치 발육이 이루어진다. 넘쳐나는 야한 동영상은 조기 발육한 아이들을 부채질 한다. 정신연령은 아이인데, 몸은 어른처럼 되어버린 아이들이 조절하지 못하고 사고를 친다는 것.

"사고가 생기면 혼자 고민하지 말라. 무조건 부모와 교사, 전문상담사에게 알리라. 몸을 씻지 말고 전문가에게 상담하여 가해자를 찾게 하라. 가해자는 어쨌든 처벌받게 해서 다음에 또 그러지 않게 하라."

이렇게 신신당부하는 진 목사. 그에게서 지금은 장성한 자신의 아들딸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7일 안성성교육성폭력상담센터 031-676-1366에서 진민현 목사와 이루어졌다.



태그:#성폭력, #성교육, #성상담, #진민현목사, #안성성교육성폭력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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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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