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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4일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4일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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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의 1차적 원인은 사회적, 국가적 문제에 있다. 근본 토양을 개선해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할 집권당이 엉뚱하게 그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결국 집권여당 자리를 포기한 게다. 차라리 내놔라. 새누리당의 무책임한 야당 떠넘기기식 발언, 규탄한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아무래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간 것 같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뿐만이 아닙니다. 김한길, 추미애 최고위원도 24일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정조준'했습니다. 원내대표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한구 망언'에 대한 사과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통합당 고위 관계자들이 왜 이렇게 화가 난 것일까요? 전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쏟아낸 말들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새누리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정치행태는 국민이 싫어하는 구태정치 그대로다. 당 대표부터 매일 아침 독기를 내뿜으며 왜곡된 얘기를 험한 말투로 내뿜는 모양새다. 국민짜증 1등급이다.

국민분열, 불만만 키우는 민주당의 구태정치는 나꼼수나 SNS 저질행태, 심지어 학교폭력이나 묻지마 살인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불안조성당이 되고 싶은가 보다. 19대 희망국회가 되도록 언어순화, 책임감있는 정책으로 새누리당과 경쟁하기를 촉구드린다."

이 원내대표의 말을 압축하면, 민주당은 국민 분열과 국민 불만만 키우는 정당이며, 민주당의 구태정치가 학교폭력과 '묻지마 살인'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폭력과 묻지마 살인이 민주당 탓이라는 건대, 수긍이 되십니까.

묻지마 범죄를 바라보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시선

지난 7월 31일 오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한구 원내대표가 피곤한 듯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오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한구 원내대표가 피곤한 듯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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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단이 나섰습니다.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면 도의적 책임을 사회 안정과 사태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이 정부 여당의 도리"라며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민주당이 묻지마 살인에 영향을 주었다'는 발언은 정치 금도를 넘은 저질 발언이자 망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모욕이라는 것이지요.

또한 우 원내대변인은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의 원내대표가 임시국회에 협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정치국회를 준비해 나가는 시점에서 정국을 파행으로 이끌 수도 있는 무책임한 망언을 한 저의가 무엇인가"라며 "이한구 대표가 국민과 민주당에 대한 공식 사과와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이한구 대표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운영위원회 결산심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이한구 원내대표는 7월 국회까지 하고 사퇴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런 약속에 대한 처리나 잘하고 남에 당 이야기를 하는 것이 순리"라며 "새누리당과 이한구 대표가 책임 있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를 비롯해서 명예훼손죄, 모욕죄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정치적으로 온전한 사회구조개혁을 완성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다면, 민주당에게도 그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러나, 최근 벌어진 모든 문제의 원흉이 민주당 때문이다, 이렇게 치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닐까요?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대로 책임이 있다면 집권당인 새누리당에게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이지요.

경쟁과 사회적 낙오가 부른 참극에 대해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한 말치고는 딱한 수준입니다.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전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묻지마 범죄' 같은 사회불안에 대해 고작 '남탓'이나 하고 있으니 이 세력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흘러다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묻지마 범죄', 왜 일어났는지는 아시나요

학교폭력과 묻지마 범죄가 왜 일어났을까요? 그 근원이 어디에 있을까요?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는 최근 전철역에서, 길거리에서,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빈발하고 있습니다. 대개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거나 일용직이거나 우리 사회 빈곤계층입니다. 가족과도 함께 생활할 수 없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많은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 22일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가 2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신정동 남부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22일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가 2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신정동 남부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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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의 한 빵집 앞에서 벌어진 참극. 그 현장의 범인은 서른 살의 남성이었습니다. 그는 "전 직장 동료들을 죽이고 자기도 죽고 싶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서른 살이 어떤 나이입니까. 이제 막 사회로 나와 자신의 꿈을 한껏 펼치고 결혼도 하고 연애도 하는 그야말로 '청춘의 시기' 아닙니까.

그 청춘의 남자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범행을 저지르게 됐을까요? 그의 사연을 좀더 들어보지요. 그는 실적만으로 급여를 주는 대출영업 회사의 직원이었습니다.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급여도 없는 시스템은 오로지 경쟁만을 강요했겠지요. 경쟁에서 뒤처진 이 젊은이는 창문 하나 없는 2평 남짓 고시원에서 홀로 살았습니다.

취업과 경제난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이 사람뿐 아닙니다. 지난 18일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시민 8명에게 중상을 입힌 서른아홉의 유모씨도 같은 경우입니다.

그는 일정한 직업과 주거가 없는 상태에서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습니다. 물론 혼자 살았습니다. 그는 이날도 일자리를 구하려고 서울로 향하던 중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됐습니다. 그에게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공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우리 사회가 경쟁에 떠밀려 낭떠러지에서 낙오한 사람들에게 어떤 대접을 합니까. 모르지 않을 테니 더 쓰지는 않겠습니다.

이런 경쟁사회는 학교에서도 강요됩니다. 오로지 서열화된 질서로만 아이들을 줄 세우지요. 그것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은 물론 사회생활에서도 계속 됩니다. 경쟁사회에서 친구가 있습니까? 모두가 물리쳐야 할 적이지요.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소득 등 수치상으로는 과거보다 크게 잘살게 됐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전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이내찬 한성대 교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삶의 질 구조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올해 OECD 회원국들의 행복지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0점 만점에 4.20점으로 34개국 중 32위에 머물렀다는 것이지요.

서울 여의도 흉기난동 현장에서 23일 김기용 경찰청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 관계자들이 지난밤(22일) 있었던 묻지마 흉기난동현장 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흉기난동 현장에서 23일 김기용 경찰청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 관계자들이 지난밤(22일) 있었던 묻지마 흉기난동현장 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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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만능주의로 상대적 박탈감은 날마다 심장이 터지도록 우리의 일상을 어렵게 합니다.

묻지마 범죄의 근본 원인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내재돼 있습니다. 가계부채 1000조 시대, 실업과 경제난 같은 빈곤의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 깊이 퍼져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우스푸어, 닥터푸어, 워킹푸어 등등 빈곤계층은 날마다 다양한 형태로 늘어납니다. 집을 마련하느라 빚을 진 직장인들이 이자를 갚느라 생활비를 못내 아파트 관리비가 몇백만원씩 쌓입니다. 이자를 못내 월급을 차압당하는 사례도 경제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와 이자부담을 더느라 부모는 많은 시간동안 돈을 벌어야 하고, 부모가 돈을 버는 사이 아이들은 방치되며, 방치된 아이들의 불만은 극대화 되고 있습니다. 학업에 억눌리고 경쟁에 치인 아이들은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거나 학교폭력에 동참합니다. 왕따의 대상이 되면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어도 결국 '외톨이'로 전락합니다. 학교 외톨이는 사회적 외톨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또 그 아이들이 자라나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하거나 곤궁한 상태에 처하면 어떤 경우에는 또 다시 범죄의 현장에 서게 됩니다. 바로 빈곤의 악순환인 것이지요.

심각한 사회범죄...새누리당은 눈감고 싶겠지만

저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누리당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 '민주당 탓'을 하는 것은 결국 이런 문제들에 대해 눈을 감고 싶구나, 아예 우리 사회에는 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싶구나, 왜 언론은 날마다 이런 기사를 써대는 것인가, 차라리 눈에 띄지 않게 처리했으면 얼마나 좋은가, 이런 생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경제 과외교사였습니다. 선생이 제자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요? 대통령과 그 권력집단은 사회의 가장 어두운 부분에 대해 마음을 열고 가장 먼저 다가가 치유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더럽고 비루한 삶일지라도 그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행복해지도록 돕는 것이 대통령과 그 권력집단의 역할이지요.

그런데, 이한구 원내대표의 발언을 보면서 저는 그 권력집단에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남탓만 하면서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눈 감는 권력집단이 과연 무엇으로 한국사회를 윤택하게 만들 수 있을까 회의하게 됩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집권당의 원내대표를 맡을 자격이 없어 보입니다. 한정애 민주통합당 원내부대표의 생각도 저와 비슷하군요.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여당 원내대표의 망발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짜증도 정도가 있다. 라디오에 출연해 사회자에게 짜증을 내는가 하면 국민 불안감을 자제시키야 할 분이 오히려 자기의 짜증을 스스로 제어 못하는 수준이다. 짜증 낼 게 아니라 집권당 대표로 책임을 다하라. 7월 국회만 열고 사퇴한다고 약속했는데 책임 안지나? 이한구 짜증, 이런 검색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이한구, #국민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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