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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18대 대선후보 박근혜'가 20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통해 탄생했다. '예선'을 거친 박 후보는 앞으로 민심 현장을 돌아보며 야권 대선주자들과의 거리를 더 벌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4일 출범한 박 후보의 경선캠프도 '진화'를 요구받고 있다. 당은 대선 기획단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당 선대위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9월 23일 이후 출범 시킬 계획이다. 황우여 당대표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선대위를 다음 달 말 추석을 전후해 출범하도록 할 것"이라며 "통합·능률을 중심으로 적재적소에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선 기획단 논의 단계부터 경선캠프의 진화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사덕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캠프 출범 단계부터 주장했던 '덧셈과 곱셈의 미학'대로 보수대연합이 진행될지, 아니면 김종인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상징되는 중도층 확장론 기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일 해본 사람'들로 꾸려진 박근혜 캠프, 40여일 간 이렇게 움직였다

지난달 4일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캠프의 특징은 '박근혜와 일을 해 본 사람들'이었다. 2007년 대선경선 때부터 호흡을 맞췄던 친박 핵심 인사들과 실무 보좌진들이 곳곳에 포진됐고 4·11 총선을 승리로 이끈 비상대책위 출신 인사들이 결합했다. 또 지난 5년간 '공부모임' 등을 통해 박근헤의 정책을 갈고 닦은 전문가 그룹이 전면에 부상했다.

'소수 정예'란 점도 눈에 띄었다. 지난 2007년 대선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는 현역의원 31명, 원외당협위원장 40명, 외부인사가 57명에 이르는 128명 규모의 '매머드급 캠프'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경선 캠프는 총 31명으로 압축됐다. 현역의원 수도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한 차례씩 호흡을 맞춰본 바 있는, 소수정예의 캠프는 매우 기민하게 움직였다. 각 본부별 회의가 상시적으로 열렸고 결재 등을 요구하는 보고서 및 페이퍼는 과감하게 생략됐다. 캠프 출범 전후로 박 후보 주재로 열린 캠프 전원 회의가 5차례 밖에 안 됐지만 '잡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조윤선 캠프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홍사덕·김종인 공동 선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전체회의는 1주에 2번 정도 열렸지만 각 단위 별로 회의는 자주 열렸다"며 "형식적 회의는 없었고 필요할 때마다 회의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전문성이 있고 슬림한 조직구조라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3선의 최경환 의원도 각 부문별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박 후보의 신임을 증명해냈다는 평가다. 지난 2007년 대선경선 당시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은 그는 총선 전후 '실세 논란'에 휘말렸지만 이번 경선 때도 중용됐다.

최 본부장은 매일 공보·대변인실·미디어홍보본부 등과 회의를 갖고 각종 현안 및 이슈에 대해 관리해왔다. 총 10차례 진행된 지역순회 합동연설회 때도 캠프 인사들의 현장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앞서 정책메시지본부장을 맡은 안종범 의원은 "(최 본부장이) 정책과 메시지를 관리하는 사람이 현장을 봐야 한다고 독려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캠프 인사는 최 의원에 대해 "(캠프의) 모든 대소사를 챙기는 '살림꾼'인데다 본인이 다른 사람의 원성까지 도맡아 감수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챙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최 본부장과 함께 일을 한 당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최 본부장은 굉장히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라며 "캠프 살림은 물론, 각 부문 별 사이의 연결고리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 당시 새누리당에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도입시킨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은 당초 얘기됐던 정책 분야만 아니라 정무 분야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박근혜식 정책'을 다듬었고 합동연설회 등을 통해 나가는 박 후보의 메시지도 정책메시지본부와 함께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하게 대외행보를 하며 보수층 다지기에 나선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과는 달리, 언론에 자주 자신을 노출시키며 비박(非朴) 주자 및 야권의 공격과 박근혜식 쇄신 행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캠프의 진화방향과 관계없이 김 위원장의 역할은 중요하단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신동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경선캠프에서는 정책이 앞서는 게 원칙"이라며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정책은 박근혜 후보의 대선가도의 핵심기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5인 공부모임' 출신으로 19대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한 안종범 의원도 캠프 주요 인사다. 그가 속한 정책위원회와 정책메시지본부는 경선기간 내내 쉴 새 없이 가동됐다. 합동연설회 메시지와 지역별 공약 모두 이곳에서 검토돼 후보에게 보고됐다. 캠프 미디어홍보본부장으로 '깜짝 영입'된 변추석 국민대 조형대학장은 지역 합동연설회 때마다 다른 동영상을 선보이며 '준비된 후보 박근혜'를 돋보이게 해 '성공한 외부인사 영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보수대연합 아니면 중도층 확장? 경선캠프 진화 노선 놓고 엇박자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대선후보 정책토크를 마친뒤 최경환 의원, 이상일-조윤선 대변인 등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건물을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대선후보 정책토크를 마친뒤 최경환 의원, 이상일-조윤선 대변인 등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건물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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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일간 기민하게 움직인 경선캠프는 현재 '진화 방향'을 놓고 엇박자를 내는 중이다. 경선 전후 대치했던 비박(非朴) 등 보수진영의 모든 힘을 총동원해 본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쪽과 비대위 전후로 굳혀진 '좌클릭 박근혜'를 유지해 취약한 중도층을 더 끌어와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는다.

전자는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과 최경환 총괄본부장 등 캠프 내 친박 핵심 인사들의 주장이다. 

'덧셈·곱셈의 미학'을 주창했던 홍사덕 위원장은 이미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재, 안상수·홍준표 전 당대표 등을 만나며 '보수대연합' 구상을 실천 중이다. 홍 위원장은 이들 외에도 김무성 전 의원과 이재오 의원 등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홍 위원장은 비박 주자들을 끌어안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뇌물공천 의혹을 고리로 박 후보를 성토하는 비박 후보들에 대해 "총력전을 펴야 하는데 육군만 갖고 안 되고, 해병대, 공군도 있어야 한다"며 포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박근혜 저격수'를 자임한 김문수 후보에 대해서도 "아주 중요한 덧셈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최경환 총괄본부장도 마찬가지다. 최 본부장은 지난 16일 오찬간담회에서 "선거의 ABC는 사람들을 다 긁어모으는 것인데 (특정인을) 왜 배척하나"라며 "원론적으로 홍 위원장이나 나는 견해가 같다"고 말했다. 비박 후보들에 대해서도 "당연히 아우르고 가야 한다"며 "경선은 캠프로 움직이지만 대선 본선은 당이 총력을 다 해 치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 위원장과 함께 투톱을 이뤘던 김종인 위원장의 생각은 다른 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박근혜 후보가 누누이 '100% 국민을 끌고 가겠다'고 강조하는데 거기다 (보수대연합론 같은) 이분적인 논리를 적용시킬 수 없지 않느냐"라며 "국민을 반으로 나눠서 보수끼리 연합해서 가보자는 사고방식은 선거에서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상돈 캠프 정치발전위원 역시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1 플러스 1이 2가 되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 3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보수대연합론이 기존의 선거기조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양 측 모두 이 같은 이견이 캠프 내 노선·권력 투쟁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시하고 있다. 홍사덕 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김종인 위원장 얘기나 최경환 본부장 얘기 모두 다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그:#박근혜, #경선 , #캠프, #김종인, #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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