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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KBS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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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며느리들 사이에 '시월드'가 주목 받고 있다. 시월드라는 단어에서 놀이동산의 아쿠아리움을 상상했다면 당신은 도무지 드라마와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거나 간첩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월드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KBS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후 넝쿨당)의 여주인공인 김남주가 시(媤)자가 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의 공동체를 칭한 말로 시댁의 또 다른 표현이다.

드라마 넝쿨당에서 며느리 김남주는 집(댁)의 규모였던 시집식구들의 모임을 월드라는 크기로 확대시킴으로 며느리들이 받는 시집살이의 공포를 메가급으로 격상시켜 놓았다. 각 개인의 가족단위에서 발생하는 작은 갈등구조라고 치부하기 쉬운 시집살이의 무게를 실제로 당하는(?) 며느리들의 입장에서 실감나게 표현해 주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넝쿨당의 시월드 구조를 놓고 지나친 과장과 비약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시월드'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전투력으로 무장한 '며느리랜드'나 사위보기를 머슴같이 하는 '처가월드'가 속출하고 있는 지금 '시월드' 라니 그 무슨 시대착오적 발상이냐며 억울함을 항변하는 시누이와 시어머니, 사위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달라지고 며느리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하나 며느리와 시집식구들 사이에 존재하는 전통적인 위계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듯하다. 죽었다 깨어나도 며느리는 딸이 아니며 시어머니 역시 엄마가 될 수 없기에 이들 사이에 한 남자(아들 혹은 남편)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구조가 없기는 바라는 것 역시 불가능한 것이다.

며느리들이 납량특집 호러물보다 더 무서워한다는 시월드. 시월드의 무엇이 며느리들에게 그토록 극심한 공포를 안겨주는지 <넝쿨당>은 잘 설명하고 있다.

'시'자 붙은 가족들의 수장, 바로 시어머니

KBS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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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당 시월드는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할머니와 시어머니 시누이에 시작은어머니, 시이모까지 며느리에게 적대적일 수 있는 직계, 방계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는 구조다. 이들 '시'자 붙은 가족들의 수장은 당연히 시어머니인 엄청애(윤여정 분)다.

남편의 어머니라는 이유 하나로 결혼과 동시에 며느리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합법적 참견권이 생긴 시어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와 버린 젊은 여자 즉 며느리에게 아들의 관심과 사랑을 빼앗긴 것 같아 한없이 서운한 존재다. 그러다 보니 내 아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 하며 그 아들을 입에 혀처럼 순종하게 하는 며느리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엄청애 여사 역시 결혼한 아들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는 심성고운 엄마지만 막상 그 아들이 눈앞에서 제 아내를 챙기고 두둔하며 극진히 사랑하는 꼴을 보면 불편하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영락없는 시어머니다.

자기 자식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인자하지만 며느리에게는 녹록함을 허락하지 않는 시어머니. 며느리를 딸 같이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며느리의 게으름과 실수를 대할 때면 이해보다는 트집, 용서보다는 미움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시월드의 장수격인 시누이는 시어머니와 합세해 갈등구조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며느리를 막다른 길로 몰아가는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 이렇게 부풀려진 긴장관계에 시월드의 또 다른 구성원들이 합세한다면 며느리들의 백기투항은 시간문제다.

며느리들이 '시'자 들어가는 것이라면 시금치도 싫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윤희(김남주)처럼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여자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에서 아무리 잘나간들 집안에 들어오면 층층시하의 가장 낮은 계급인 일개 며느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 여성지가 며느리들에게 물어서 진상 시어머니의 여섯 가지 행동을 뽑았다. 다른 며느리들과 비교할 때 , 자신의 시집살이 경험 복수 할 때, 입맛에 맞지 않는 반찬 강요할 때, 아들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려고 할 때, 집에 불쑥 찾아 올 때, 친딸과 비교할 때 등이다. 시어머니가 여섯 가지 행동을 할 때 며느리들은 서운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답했다. 시월드 28년차인 나도 격하게 공감되는 내용이다.

진상 시어머니의 여섯 가지 특성

KBS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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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는 다르지만 넝쿨당의 시어머니 엄청애 여사 역시 진상 시어머니의 여섯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세대 며느리 차윤희는 무조건 참고 인내하며 한을 대물림하는 시어머니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바로 이 부분이 <넝쿨당>의 시청 포인트다.

시어머니와 같은 손위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참는 대신 차분히 설득하고 설명해서 이해를 구하는 며느리, 버릇없고 경우 없는 얄미운 손아래 시누이는 단호하게 제압해버리는 당당한 올케. 긴 세월 원치 않는 시집살이를 하며 한때 시월드와의 불화를 겪은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차윤희와 같은 대안적 며느리 상의 탄생이 즐겁기만 하다.

그러나 시누이와 남동생의 연애로 시월드 힘의 균형이 차츰 깨어지기 시작했다. 차윤희를 괴롭히던 시누이인 방말숙에게도 시누이가 생기게 됐으니 말숙이의 어머니이며 차윤희의 시어머니인 엄청애 여사도 더 이상은 가르친다는 미명으로라도 며느리를 길들이려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시월드도 그 보다 더 한 무엇도 '역지사지'만한 해결책이 있을까 싶다. 당장 내가 당하고 있는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면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청률 40%대 고공행진을 하던 넝쿨당이 올림픽 시즌을 맞아 다소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청률이 30%대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드라마속에 올림픽과 필적할 만큼 흥미진진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겹사돈 국면으로 접어든 넝쿨당. 신세대 며느리 차윤희의 시월드 공략이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승부만큼이나 기대된다.


태그:#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당, #시월드, #김남주, #유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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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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