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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와 원내대표직을 사임한 심상정 의원이 27일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와 원내대표직을 사임한 심상정 의원이 27일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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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가 갈 길을 잃었습니다. 통합진보당의 성찰과 반성을 기대했던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또 다시 죄를 짓고 말았습니다."

강기갑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는 나란히 고개를 숙여야 했다.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강 대표의 눈에는 언뜻 눈물까지 비쳤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된 데 따른 것이다. 비례대표 부정 선거 사태 이후 지난 3개월 동안 지리한 과정을 겪어온 당이 혁신의 길로 나아가려 한 첫 번째 관문이 무너진 것이다.

27일 오후 기자회견에 나선 강 대표는 국민과 당원을 향해 "석고대죄로도 떠나는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통탄스럽다"며 "두 의원의 제명이 거부된 것은 국민의 뜻을 위배한 것이며, 강기갑의 혁신 기치를 지지해준 당원들의 뜻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통합진보당은 혁신과 통합의 어떤 수단도 찾기가 난망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갈 길을 잃은 당을 위한 대안조차 얘기할 수 없을 만큼 혼란에 빠진 것이다.

다만, 강 대표는 "혁신의 책임을 버리지 않는 길이 무엇인지 당분간 국민의 목소리와 당원의 의견을 경청해 책임 있는 답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3분여의 짧은 기자회견과 이후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만 여덟 번 '사죄'의 말을 반복했다.

지도부 사퇴와 분당 가능성 모두에 대해 그는 "당원과 국민에게 묻고 혁신의 길이 무엇인지 찾겠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새누리당에서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압박하는 것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 대표는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추진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해 왔으나 여기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심상정 "통합진보당이 혁신 계속 갈 수 있을까... 숙고하겠다"

강 대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심 원내대표는 "어제 의총을 마치고는 너무나 아득하고 다리가 후들거려 이 자리에 서지를 못했다"며 이해부터 구했다. 심 원내대표는 제명안이 부결된 직후 원내대표 사퇴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어제 의총은 통합진보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회생의 길로 나아가느냐, 낡은 질서에 갇혀 국민들에게서 버림받는 길을 가느냐 선택하는 자리였다"라며 "국민들께 당의 새로운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심 원내대표는 "어제 결정은 통합진보당이 혁신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을 것인가, 제 3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국민들이 회의하게 만들었다"며 "이 점에 대해 나 역시 깊이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향후 행보에 대한 입장 정리를 위해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당이 어떤 방법으로 혁신해 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심 원내대표 본인의 탈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시점에서 할 얘기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부결 이끈 김제남 "중단없는 혁신 위해 무효표"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김제남 의원이 27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김제남 의원이 27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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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명 부결을 이끈 김제남 의원도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그는 "강기갑 대표를 중심으로 신당권파는 물론 구당권파도 모두 참여할 때만 중단 없는 혁신이 가능하다"며 "절반의 지지 밖에 받지 못하는 신당권파 혼자의 힘으로는 실질적 혁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세력이 함께 가는 '중단 없는 혁신'을 위해 무효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열린 중앙위원회를 지켜보며 무효표 행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중앙위에서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대립하느라 회의 안건조차 상정 못하고 끝나는 것을 보며, 두 그룹간에 화합이 되지 않으면 혁신이라는 문을 열지도 못하는 나락에 빠지게 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사를 사전에 밝히지 않아 의총을 무산시켰다는 비난에 대해 "의총 무산 의도는 없었다"며 "의원들이 각자 판단이 있고 이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중단 없는 개혁을 과제로 생각해, 12명 모두를 만나 설득했고 나의 이런 노력에 구당권파와 신당권파 모두가 모이는 의원총회를 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결과적으로 당이 통합되지도 않았고 야권연대도 어려워진 것에 대한 책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나는 (구당권파가 아닌) 혁신파 강기갑의 손을 들어준 것이며 이석기 의원에게 강기갑 대표 체제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노역형'을 명한 것"이라며 "13명의 의원이 정치적 책임을 함께 나누며 당이 중단없이 혁신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의원이 23일 의총에서 두 의원에 대한 제명에 합의했다는 신당권파의 입장에 대해 "내 생각과 다르다"며 부정했다. 그간 두 의원의 자진사퇴를 요구해 온 그는 "그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원석 원내 대변인은 발끈했다. 그는 "김 의원은 마치 자신이 혁신종결자처럼 얘기하는데, 그야말로 혁신에 '종결'을 지은 것"이라며 "혁신을 중단시킨 장본인의 궤변"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두 의원의 자진사퇴를 또 얘기했던데 자기분열적"이라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이 제명에 합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 '변명'이라고 못 박은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제명에 동의했다, 이렇게 뒤통수 맞을 거면 의총을 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의원의 무효표로 제명 위기를 모면한 김재연 의원은 2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 북에 "많은 분들이 떠오르는 밤"이라며 "상처받은 수많은 이들이 다시 힘내어 진보정치의 앞길을 열어낼 수 있도록 통합과 단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제남·김재연 의원 모두 통합을 위해 나아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을 떠나려는 당원들이 줄잇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하루만 1500여 명의 당원들이 탈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그:#통합진보당, #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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