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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 비리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는 5일 군포 산본동 중심상업지역 원형광장에서 결성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우천시로 인해 인근 산울교회로 옮겼다.
 군포시 비리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는 5일 군포 산본동 중심상업지역 원형광장에서 결성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우천시로 인해 인근 산울교회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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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 받지 않는 권력 '지방의 황제님들!'

2005년 1월 MBC <PD수첩>의 신년특집 제목이다. <PD수첩>은 신년특집을 통해 자치단체장들의 인·허가비리, 뇌물수수, 인사비리 등을 비롯해 다음 선거를 위해 벌이는 치적 쌓기 대형사업의 문제까지 다루면서 견제 받지 않는 지방권력의 폐해를 생생하게 고발했다.

<PD수첩>의 고발 이후 12년이 지났다. 과연, 지방권력의 폐해는 사라졌을까?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시된 지 22년이 됐지만 지방권력의 폐해는 지속되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2005년 당시는 시민운동 세력들이 지방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고투(苦鬪)를 벌였다면 2012년 현재는 지역 시민운동이 기득권에 편입되거나 약화되면서 지방권력의 독주가 더 강화됐다는 것이다.

"군포시 비리 증거는 확보됐다"... 책임자 처벌과 비리예산 환수 목표

시민대책위는 5일 군포 산울교회에서 결성식을 진행했다.
 시민대책위는 5일 군포 산울교회에서 결성식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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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가 비리를 묵인하고, 군포문화원 사태를 조장하면서 지역 갈등을 증폭시키는 한편, 독선적인 행정으로 시민들의 비판에 귀를 닫고,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묵살해왔다. 문화예술계, 노동계, 법조계, 학계 인사들은 오늘의 사태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어 '군포시 비리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군포시의 각종 비리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운동에 돌입함을 선언한다."

경기도 군포지역 16개 시민·문화·노동단체 등이 참여한 시민대책위가 군포시의 비리를 밝히겠다고 첫 포문을 열었다. 이들 단체들은 지난 민선5기 지방선거에서 범야권 단일후보였던 김윤주 군포시장을 개혁의 대상으로 꼽았다. 후보시절에는 시장에 당선되면 진보정당·시민단체와 정책공조와 정책협의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일체 무시하면서 독선행정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군포시 비리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5일 저녁 7시 군포시 광정동 산울교회 교육관에서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성식을 진행했다.

이금순 수리산자연학교 공동대표는 취지문 낭독을 통해 "군포시는 무자격업체인 '청소년지도연구원 경기지회'(이하 '청지연')에 6년간 44건의 사업을 특혜로 몰아주며 비호했다"면서 "시의원과 지역 언론이 이를 비판하자 (청지연) 대표가 시의원과 지역 언론을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했는데 그 배후에는 군포시가 있었음을 안다"고 주장했다.

이 공동대표는 또한 "우리는 관련 공무원과 (청지연) 대표에 대한 처벌은 물론 이 사태를 방조한 실질적인 몸통이 누구인지 밝혀낼 것"이라면서 "군포시의 각종 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비리예산의 환수와 예산바로세우기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송성영 시민대책위 상임대표는 향후 계획을 통해서 "경기도가 청지연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바 있으나 비리규명보다는 솜방망이 징계로 면죄부만 주고 말았다"면서 "업자를 6년간이나 비호한 공무원들과 각종 불법을 일삼은 무자격업체 대표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며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주 시장 '약속 불이행'... "범야권-시민단체들 배신감"

이종만 경기환경운동연합 대표는 김윤주 시장에게 시민 앞에 겸손한 시장이 되라고 충고했다.
 이종만 경기환경운동연합 대표는 김윤주 시장에게 시민 앞에 겸손한 시장이 되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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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민선 2~3기 군포시장은 3선 시장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김 시장은 자신의 인생역정처럼 절치부심 끝에 다시 승자가 됐다. 민선5기 군포시장에 출마한 김윤주 민주당 후보가 부창렬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를 1만8711표차로 크게 이긴 것은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등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군포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했다. 그러면서 군포시장에 나선 시민후보 정금채씨가 김윤주 후보 지지선언을 하면서 돌연 사퇴했다. 그렇게 해서 김 후보는 범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김 후보는 선거를 앞둔 5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 정금채 후보를 '공동 시장'으로 생각하며 임기 내내 시정 현안을 상의 ▲ 정금채 후보의 정책공약을 적극 수용하고 실천 ▲ 시민단체는 물론 야4당(옛 '민노당' 등)과 협의하고 공조하는 거버넌스 개념을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상철(78) 시민대책위 상임고문은  "김윤주 후보가 범야권과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3선 시장에 당선됐지만 자신의 입으로 다짐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말이든 하지만 그것이 달성되면 서슴없이 약속을 어기는 정치인이라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범야권과 시민단체들은 배신감을 느꼈다"고 불신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윤주 시장과 시민단체는 잠시 한 배를 탔지만 결국 갈등 관계로 돌아섰다. 이 상임고문은 또한 "김윤주 집행부의 2011년 예산 날치기, 문화원 사태, 수업 중인 초등학교 술판 사건, 청지연 비리사건, 수리산관통고속도로반대범시민대책위 폭행사건 등을 통해서 첨예한 대립각이 형성됐다"고 거듭 설명했다.

이 상임고문은 "김윤주 군포시장은 시 행정은 물론 지역 장악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3선의 노련함과 지방권력의 힘이 작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데 소통과 협의보다는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문제를 낳았다"면서 "시의회가 지난 6월 추경예산을 전액삭감한 것은 독선행정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새누리당 시의원은 물론 민주당 시의원들까지 김 시장의 독주를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종만 경기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시민대책위 결성식에서의 연대사를 곤혹스러워 했다. 이 대표는 "연대사를 부탁받고 망설임이 많았다"면서 그 이유를 "김윤주 시장이 12년 전에 군포시장에 나서면서 학력이 부족하다고 솔직히 말하며 도움을 청해 적극 지지했는데 이제 와서 반대의 자리에 서려니 힘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군포시장에 당선되기 전에는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이라고 회상하면서 "그런데 지금은 시민들의 의견수렴을 소홀히 하고 있다. 김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학력이 낮은 게 아니라 겸손을 모르는 것"이라며 시민 앞에 겸손한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군포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시민대책위 결성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군포시비리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시민대책위 결성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군포시비리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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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군포시장 재임 12년 만에 시민단체들이 처음으로 대책위를 만들며 지방권력과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지역 시민운동이 또 다른 기득권으로 편입되고 체제 내 당근에 길들여지면서 지방권력과의 갈등 관계를 회피해 왔다. 그러한 시민단체들이 대책위를 순탄하게 만들 수는 없다. 

이상철 상임고문은 "군포경실련 집행부위원장과 집행위원들이 시민대책위 결성식을 앞두고 '경실련이 왜 군포시와 싸워야 하느냐'고 반발하며 빠져나갔다. 결국 송성영(전 군포YMCA이사장) 군포경실련 신임 공동대표가 이에 항의하며 사임했다"면서 "안병수 군포YMCA 이사장도 출범식을 이틀 앞두고 시민대책위 상임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군포시의 압력이 어떤 식으로든 작용했을 것이라고 시민대책위는 주장한다.

이진복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운동성을 상실한 시민단체들은 지방권력의 문제를 알면서도 그 권력이 휘두르는 힘을 두려워 한다"면서 "반면 군포문화원이 김윤주 시장의 탄압에 맞서면서 전면에 나서고 있다, 건강한 전통보수와 합리적인 시민세력의 연대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는 군포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엄연한 것은 시민대책위는 3선 지방권력의 노회함 앞에선 열세다. 시민대책위가 16개 단체로 구성됐지만 살아 있는 지방권력과 맞서기에는 역략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시민대책위 결성을 주도한 이상철 상임고문은 "남은여생을 군포시 비리진상규명에 바치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군포의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다음 'view'에도 게재합니다.



태그:#군포시, #김윤주 시장, #범야권 단일후보, #시민단체, #비리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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