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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동구 금곡동에 있는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6월 8일부터 사진가이자 수필가인 최민식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16일, 갤러리 부근에 있는 스페이스 빔에서는 '삶의 진실한 이야기'라는 제목의 특강이 진행됐다. 이 특강에는 80여 명의 청중이 참여, 노 사진가의 사진과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왜 어머니의 팔은 아이를 품어 줄 수 없는 것일까요? 왜 어린 소녀는 힘에 겹게 누군가를 업고 있는 것일까요? 왜 업힌 아이는 불평없이 먹고 있는 것일까요?
▲ 1960년 부산 왜 어머니의 팔은 아이를 품어 줄 수 없는 것일까요? 왜 어린 소녀는 힘에 겹게 누군가를 업고 있는 것일까요? 왜 업힌 아이는 불평없이 먹고 있는 것일까요?
ⓒ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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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부산, 시장 좌판 앞에서 어머니는 가슴을 내 놓고 있다. 그리고 손을 뒤로 하고 아이에게 젖을 먹인다. 누나에게 엎혀 있는 아기는 어머니의 젖을 빤다. 오른손은 엄마의 왼쪽 가슴을 만지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 부모님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최민식 선생은 이 사진이 자신의 대표적 사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머니는 생선을 팔고 있었어. 아이는 보채고 있었고... 그런데 손이 더러워 아이를 안을 수 없었지. 결국 사람들이 다니는 좌판 앞에서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 밖에 없었어."

전쟁은 끝났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우리의 어머니들은 먹고 사는 문제로 길거리에 나와야 했다.

"당시는 아기를 맡겨 놓고 다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어. 그러기에 어머니들은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 밖에 없었지."

있는 그대로의 진실 담는 최민식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어린이는 미래를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스스로 성장한다. 단지 필요한 것은 시간일 뿐이다.
▲ 1981년 부산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어린이는 미래를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스스로 성장한다. 단지 필요한 것은 시간일 뿐이다.
ⓒ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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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산 증인인 그는 인간을 소재로 사진을 찍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특히 가난한 이들을 찾아다니며 50여 년이 넘도록 찍어온 그의 사진 속에는 연출이 없다. 조작하지 않은, 그대로의 진실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 지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 사진이라고 그냥 찍는 게 아닙니다. 체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가난하게 자랐고 이들의 고통이 뭔지 느꼈기에 자연히 카메라가 그곳을 향하게 됐습니다."

그는 그가 자라온 어린 시절의 아픔을 그는 사진속에 사상으로 표현했다.

"사진의 진정한 멋은 다큐멘터리고,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랑과 평등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찍어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가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평등성을 알게해 겸손하게 만들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사진은 메세지가 강합니다. 소설, 그림, 음악보다 더 강렬합니다. 나는 지금 사진을 한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사진 속에 담겨 있는 많은 메시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로 전해지고 그 영향력은 확실할 것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디지털카메라 덕분에 쉽게 사진을 접하지만, 대부분 메시지가 없는 사진을 많이 찍는 것 같습니다."

그의 사진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나의 사진에는 우리 현대사의 얼룩 그 절망과 비극의 감정이 담겨 있다. 이러한 감정으로 가득한 사진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숙연한 마음을 갖게 된다.
▲ 1961년 부산 나의 사진에는 우리 현대사의 얼룩 그 절망과 비극의 감정이 담겨 있다. 이러한 감정으로 가득한 사진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숙연한 마음을 갖게 된다.
ⓒ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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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담는 사진작가'라고 불리는 최민식 선생은 황해도 연안에서 태어났다. 1955년 미술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밀항했다. 주경야독하던 중 어느날 헌책방에서 에드워드 슈타이켄의 작품집 <인간 가족전>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아 사진을 홀로 공부하기 시작했단다. 1957년 귀국해 부산에서 사진활동을 시작했다.

"사진은 진실과 가까이 있을 때 울림이 크고 빛나 보인다."
"사진의 치열함은 오로지 진실을 찾는데 있다."
"사진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휴머니즘은 이제껏 나의 사진 창작의 중심 사상이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 사진을 통해 나의 사상이 대중의 마음 속 깊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매진할 것이다."
"사진이란 다방면에 걸친 공부와 체험이며 사진을 하려면 음악, 미술, 철학 등 다른 방면의 예술을 이해해야 하고 다른 예술작가들의 생애와 사상을 배워야 사진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법을 알게 된다."

그가 50년을 사진과 함게 살면서 한 여러가지 말들의 일부다.

사진가 최민식의 사진은 화려한 사진이 아니다. 가난과 고통을 다룬 어두운 장면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 흑백이다. 추운 겨울 장갑도 없이 신문을 파는 소년, 비오는 날 생선 몇 마리 좌판에 놓고 비닐을 뒤집어 쓰고 앉아 있는 무표정한 여인. 힘에 부치듯 아기를 업고 있는 소녀, 일거리가 없는지 리어카에 벌렁 누워 잠을 청하는 사내까지...

1957년 부산 풍경부터 최근까지 그의 사진은 한국현대사 50여 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는 이러한 사진들이 사회를 변화시킬 힘을 갖고 있다는 신념이 있다. '사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나눔의 정신을 심어주고 싶다'는 그는 지금도 카메라를 둘러메고 가난한 그들을 찾아 길을 떠난다.

우리의 자화상, 바로 이겁니다

불평할 줄 모르는 자들의 삶은 얼핏 평화롭게 보입니다. 하지만 잠든 어머니가 기대고 있는 벽처럼 저들의 지반에는 균열이 많습니다.
▲ 1962년 부산 불평할 줄 모르는 자들의 삶은 얼핏 평화롭게 보입니다. 하지만 잠든 어머니가 기대고 있는 벽처럼 저들의 지반에는 균열이 많습니다.
ⓒ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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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강연을 듣고 그에게 '감동을 준 사진가가 누구인지 말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스타이켄의 <인간가족전>은 나를 사진의 세계로 인도한 작품집이었으며, 한국의 임응식 선생과 유진 스미스가 있다"며 "세계적인 보도사진가들 중에는 평화주의자였던 워너 비숏과 굶주림에 울고 있는 두 아이를 안고 있ㄴ느 어머니의 처참한 표정을 표현한 도로시어 랭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 사진의 공통점은 가난하고 남루한 모습이나 전쟁터의 끔찍한 현실을 동정심이나 호기심으로 담지 않는다는 점. 이 사진들은 사진 속 풍경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며, 세상을 향한 무언의 고발이자 비판,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사회가 변화되고 각성해야 하는 화해와 사랑을 담고 있다.

한국의 리얼리즘의 대표인 최민식 사진전은 6월 27일까지 인천의 사진갤러리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계속된다.

한 권의 책을 배끼는 것은 표절이지만 여러 권의 책을 베끼는 것은 연구라며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책 속에서 많은 것을 찾으라고 강조했다
▲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강연 중인 최민식 선생 한 권의 책을 배끼는 것은 표절이지만 여러 권의 책을 베끼는 것은 연구라며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책 속에서 많은 것을 찾으라고 강조했다
ⓒ 김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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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프로필. 전시경력 및 저서
최 민 식
1928년 황해도 연안 출생
1945년 평안남도 진남포 미쯔비시 기능자 양성소 기능교육과 기능공으로 근무
1957년 일본 동경 중앙미술학원 디자인과 2년 수료. 사진작업 시작
1962년 카톨릭계의 한국자선회 사진 담당. 인간을 주제로 한 사진을 찍기 시작함

[사진전 및 저서]

1962년 대만 국제사진전 입선
1963년 제1회 동아 사진콘테스트 입선 이후 국내의 여러 사진 공모전 입상 입선
1964년 한국 국전 입선
1966년 미국 'US 카메라' 사진공모전 입상 / 프랑스 꼬냑 국제사진전 시 명예상 수상
1967∼1987년 국내의 사진지 및 월간, 주간지에 200여 점 특집 수록
1967년 부산시 문화상 수상 / 호주 태평양지역 사진전 입상, 명예상 수상
   '카메라의 렘브란트'로 격찬 받음, 서독《국제사진연감(Foto almanach》수록
   호주 시드니국제사진전 '인생과 그의 감정'부 10개 부문에 24점 입상, (종합특별상 수상)
1968년 개인 사진집 《인간》제1집 동아일보사에 출간
   일본《세계사진연감》/ 영국《사진연감》/ 서독《국제사진연감》수록
1970년 미국 아이오아 주 디반포트 시립미술관 개인 초청전
   일본 동경 '니콘 살롱' 개인 초청전
1971년 일본 동경 '펜탁스 갤러리' 개인 초청전
1973년 개인 사진집 《인간》제2집 출간
1974년 한국사진문화상 수상
1980년 도선사진문화상 수상
1981년 개인 사진집 《인간》제3집 출간
1982년 서울 독일문화원 화랑에서 개인 초청전 (독일정부 초청)
   개인 사진집 《인간》제4집 출간
1983년 독일 본 'IFA Galerie' 개인 초청전/ 프랑스 파리 'Fanc Gallery' 개인 초청전
1984년 개인 사진집 《인간》제 5집 출간
   프랑스 'Colmar Gallery' 개인 초청전
   벨기에 'Bruxelles Gallery' 개인 초청전/ 독일 'Ingelheim Gallery' 개인 초청전
1985년 이탈리아 'Torino Gallery'개인 초청전/ 현대사진문화상 수상
1986년 개인 사진집 《인간》제6집 출간/ 서울 프랑스문화원 화랑 개인 초청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Canon Photo Gallery' 개인 초청전
   서울 독일문화원 개인 초청전
1987년 예술문화 대상(본상) 수상, 사진집 출간
1990년 개인 사진집 제7집 《이 사람을 보라》출간
1990∼1996 경성대. 창원대. 경북산대. 동아대 출강
1991년 《리얼리즘 사진의 사상》/《포트레이트 연구》/《작품 사진 연구》출간
1993년 《세계 걸작 사진 연구》/《인간이란 무엇인가》출간
   개인 사진집 《인간》 제 8집 출간
1994년 봉생문화상(창작상) 수상
1995년 대한사진문화상(창작상) 수상 외 수상, 전시경력 다수
1997년 개인사진집 <인간>제9집 출간.
2000년 10월 옥관문화훈장 서훈
2010년 개인사진집 <인간>제14집 출간.
2011년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최민식의 포토에세이) 출간

1970년부터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7개국에서 15회의 개인 초청전을 가진 바 있다.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미국사진작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인제대학 및 부산예술대 출강하고 있다.


태그:#사진공간 배다리, #사진공간 배다리, #최민식 초대전,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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