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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원에 육박하는 재정손실을 낳은 데다 하루 이자만 1억1100만 원씩 불어나고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 조성사업을 강원도청이 특별감사한 결과를 두고 부실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개발공사가 2004년 3월부터 2010년 7월까지 1조6836억 원을 들여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와 수하리 일대에 건설한 대규모 휴양 레저 시설이자 동계올림픽 경기 개최 시설로 그동안 지방공사 사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부실덩어리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현재 부채만 9921억 원으로 하루 이자만 1억1100만 원이다. 부채가 매일 눈덩이처럼 불고 있어 강원도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강원도는 이 부담을 덜기 위해 알펜시아 리조트 일부를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리조트 시설이 너무 고가라는 점 때문에 매수 주체가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 리조트 내 스포츠지구를 정부가 매입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전체 면적이 4.91㎢(149만 평)로 호텔, 콘도, 268채의 고급 빌라로 이뤄진 대규모 숙박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원제 골프장과 상업용 스키장을 비롯해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스키점프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강원도청은 이번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강원도개발공사의 경영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알펜시아 조성사업의 국내외 분양 활성화 및 동계올림픽 특구지정, 일부 시설의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등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내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발생한 부실 규모에 비해 특별감사 결과 강원도청이 취한 조치가 너무 미미한 데다 책임자 규명 등 핵심을 비껴갔다는 반응이다.

 

실현 불가능한 분양 계획과 설계 변경이 총체적인 부실 낳았다

 

강원도청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10일까지 강원도개발공사를 감사한 결과를 낱낱이 공개했다.

 

강원도청은 감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 공인회계사와 기술사 등 외부 전문가 3인을 포함한 감사 인원 11명을 동원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강원도개발공사의 주요 업무를 감사했다. 감사는 '사업계획과 의사결정 과정의 적정성 여부'와 '분양업무 추진' 등의 내용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실시됐다.

 

강원도청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펜시아 리조트 분양률이 저조했던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리조트 분양 가능성을 정확히 검증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했고, 분양 실적이 저조할 경우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평균 분양률이 20%대에 불과해, 2005년 당시 총 사업비 1조1245억 원 중 1조1102억 원을 분양금 수입으로 조달한다는 계획과 크게 어긋났다. 사업 초기 외부에서 3030억 원의 자본만 충당하면, 이후에는 분양을 통해 건설비를 조달하고 2008년까지 사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분양 실적이 저조해 건설비를 조달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자 사업계획을 총 5차례에 걸쳐 변경했다. 그러면서 사업기간이 2010년으로 연장되고, 공사비가 당초 8600억 원에서 1조873억 원으로 늘어났다. 전체 사업비는 1조6836억 원으로 증가했다.

 

강원도청은 2007년 7월 당시 2차 동계올림픽 유치실패 이후 분양실적이 저조하자 강원도개발공사가 일방적으로 전면적인 설계변경을 추진한 것도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설계변경 과정에서 사전에 사업성 및 타당성 분석 등 정상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절차 없이 대규모의 추가 공사비가 소요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런 무리수를 두고도 분양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설계 변경을 하면서 분양 계약자들이 분양을 계약하는 해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사를 지연하면서 자금 손실까지 발생됐다.

 

강원도개발공사는 당시 동계올림픽이 유치되면 분양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2011년 7월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이후에도 분양률은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강원도개발공사는 또 일부 공사 구간에서 공사 중단을 지시하고 전면적인 설계변경을 추진한 데 대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허위문서를 작성하거나 전자기록을 위조 또는 변조했다.

 

'골프빌리지 업그레이드의 요청건' '사장지시서' '대관령알펜시아 골프빌리지지구 힐사이드빌라 Upgrade 계획(안)' 등의 문서를 2007년 11월 이후에 작성하고도 2007년 7월에 작성한 것처럼 등록일자를 전자문서시스템 상의 기록물 등록대장에 허위로 등재했다.

 

이외에도 강원도청은 감사를 통해 강원도개발공사가 ▲ 25억 원을 들여 빌라 분양을 위한 모델하우스를 설치하고 나서 12개월 만에 이사회 결의도 없이 철거한 점 ▲ 호텔에 당초 계획에 없던 스파시설을 설치하고도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하다가 2018동계올림픽조직위 사무실로 용도 변경하면서 27억 원의 예산을 낭비한 점 ▲ 하자가 있는 음식물 처리시설을 설치하고 나서 이용이 불가능해지는 바람에 15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 회계처리를 부적정하게 한 점 ▲ 업무추진비 및 예산전용이 적정하지 않았던 점 ▲ G5프로젝트에 61억 원이 투자됐으나 사업이 백지화된 이후 징수대책 없이 방치한 점 ▲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으나 환경성 저촉 및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바람에 이미 투입된 비용 중 10억 원이 회수가 불가능해진 점 등도 지금까지 강원도개발공사가 초래한 문제로 지적했다.

 

  

"책임자 규명 없는 형식적인 감사... 김진선 전 도지사를 위한 면죄부?"

 

강원도청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놓고 강원도개발공사에 운영 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기관경고' 조치하고 'G5프로젝트사업', '강원도대행 사업' 등에서 발생한 미회수 투자금은 회수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한 간부직원은 경징계하고, 기타 관련자 7명은 징계시효 경과 및 업무추진 정황 등을 고려하여 훈계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박세훈, 조방래 등 전임사장의 경우에는 '설계변경'으로 공사비 2273억 원을 증액하면서, 타당성 검토 등 사전에 충분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이사회 결의 절차 없이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등 절차상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도의회에 출석해 상세하게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강원도청은 전임사장들이 소명에 불응할 경우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원도청은 이들 전임사장들에게서 횡령 등 개인비리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원도청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후 도내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이미 앞서 행해졌던 감사원 감사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강원도청의 감사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강원도청의 특별감사가 있기 전에 먼저 감사원의 감사가 있었다. 감사원은 2008년과 2010년 강원도개발공사를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감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사업계획변경, 시설기준 위배 설계, 예산 낭비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가 있은 뒤에 막대한 재정손실을 초래한 이유, 특히 설계 변경 등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가 부실했다는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강원도청은 이번 특별감사로 그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려 했다.

 

하지만 강원도청 감사 결과 역시, 알펜시아 리조트 조성 사업에 대한 책임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강원도개발공사와 그 직원들에게 가해진 징계 조치 또한 지나치게 미약하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은 1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임사장의 경우 설계변경으로 공사비 2273억 원을 증액하면서, 타당성 검토·이사회 결의도 없이 사업을 진행했는데, 절차상 문제는 있으나, 횡령 등 개인비리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관련자를 모두 수사당국에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강원도당은 또 "감사관실의 기관경고 조치, 미회수액은 회수대책 강구 요구, 경징계 요구, 훈계 조치이니 이건 봐줘도 너무 봐주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은 뒤 "알펜시아 조성사업 부실과 관련된 모든 인사를 고발해야 하고, 할 수만 있다면 알펜시아 조성사업 전체를 수사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역시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원도민은 알펜시아 부실의 책임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강원도에서 발표한 감사 결과는 실망을 넘어 도민들을 또 다시 분노하게 했다"며 "알펜시아 사업의 총책임자인 김진선 전 도지사와 박세훈을 포함한 전임 사장들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했지만 다른 부분에만 조사를 집중하며 수박겉핥기식 감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이번 감사를 "현재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선 전 도지사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의도된 시나리오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알펜시아 사업의 총체적인 부실을 전임 도지사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대회는 "알펜시아 사업에 대한 부실이 드러난 만큼 책임자들에 대해 당장 법적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태그:#알펜시아, #평창, #강원도, #김진선,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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