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목요일, 여름 날씨처럼 화창했습니다. 평일 낮 헤이리는 햇살만 그득할 뿐 참 고요했습니다.
이 고요를 응시하는 제 시선 끝에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습니다. 모티프원 앞에 멈춘 차에서 네분의 부인이 내렸습니다. 그리고 곧장 정원 옆에서 열심히 쑥을 캐 모았습니다.
다시 한 시간 뒤, 이 분들은 느티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냈습니다.
한낮의 햇빛과 넉넉한 느티나무,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한가하게 소풍을 즐기는 네 분의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집밖을 나가는 길이 그분들의 정담에 살짝 끼어들었습니다. 디저트로 펴놓으신 포도를 내밀었습니다. 이 분들의 느티나무 아래서의 소풍은 해가 서산으로 기울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항상 소풍 가는, 기분 좋은 삶
지난 3월 18일, 한 지인의 집을 방문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교외에 새집을 지은 집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소엽 선생님이 한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우리집에 내가 소풍왔네'라는 문구를 쓴 작품이었습니다. 이 문장이 탄생한 내력을 소엽선생님께서 들려주셨습니다.
"지난달에 김용규 감독님과 이 댁의 안주인이신 기남씨와 함께 함평의 은희네집에 갔습니다. 폐교를 활용한 넓은 민예학당의 마당을 보고 김 감독께서 국민학교 때의 친구 얘기를 했습니다. 그 친구네의 기와집과 정원이 하도 넓어 간혹 학교에서 소풍을 갈 때 그 친구 집에도 들리곤 했답니다. 그 친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집에 자기가 소풍을 온 셈이 된 것이지요. 그때 '우리집에 내가 소풍왔네'라는 문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문구는 두 가지 면에서 흥미롭습니다. 하나는 학교에서 소품을 올 만큼 넓고 좋은 집이라는 뜻과 집의 크기나 호화스러움에 관계없이 누구나 항상 살아야하는 내 집에서 늘 소풍을 온 듯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담긴 것이지요. 기남씨는 후자에 주목하고 이 문구를 작년에 지은 새 집에 걸어두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그 작품을 들고 온 것입니다."그날 밤 함께 간 우리 일행은 모두 기남씨의 새집을 둘러보고 '항상 소풍 온 듯' 행복하게 그 집에서 살 수 있도록 그 작품이 걸릴 자리에서 함께 축하하는 집들이를 가졌습니다. 현재 함평의 민예학당에서 열리고 있는 '나라 잘 되기를 바라는 부적 전시회'(5월 15일까지)에 이 문구는 집안이 잘되는 한글 부적으로 함께 전시되고 있습니다.
많은 집들이 잠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요즘 집이 점점 그저 잠자리로만 변하는 형편을 목격하게 됩니다.
모두가 바쁜 일상들 때문이지요. 가장은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그 집의 안주인도 맞벌이로 집을 비우게 됩니다. 자녀들은 학교와 학원 때문에 늦은 저녁 시간이 돼서야 집에 겨우 모일 수 있는 형편입니다.
사회에서 가장 건강해야 할 기초단위는 바로 가정입니다. 어찌됐든 각자의 집에서 가족끼리 함께 모일 기회와 시간이 많아질수록 가정과 사회가 더욱 건강해질 것입니다. 우리집 정원 옆 느티나무 아래에서 소풍을 즐기는 네 분의 한 나절을 지켜보면서 모든 가정에서 '우리집에 내가 소풍 온 기쁨'으로 오랜 시간 함께 지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