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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사기 피해자 도아무개씨가 현직 경찰서장의 사기 사건 연루를 주장하며 수사 촉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사기 피해자 도아무개씨가 현직 경찰서장의 사기 사건 연루를 주장하며 수사 촉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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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사기 사건에 현직 경찰서장이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법정구속 상태인 이아무개씨가 사기를 벌이는 과정에 한 현직 경찰서장 홍아무개씨가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의혹에 대해 해당 경찰서장은 전면 부인을 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추가 증거를 계속 내놓겠다고 밝혀 향후 경찰 감찰과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1997년 은행 직원과 공모해 은행 자금 648억 원을 빼돌린 이른바 '제2의 장영자 사건'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다. 그 사건으로 8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그는 또 다시 사기 행각을 벌이다 현재 다시 구속된 상태다. 현재까지 확인한 피해자만 40여 명에 달한다.

사건 피해자들이 밝힌 이씨의 사기 수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고율의 이자수익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끌어 모은 뒤 사기를 벌이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통장에 불법 자금이 있고, 이를 풀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는 방법이다.

언뜻 허술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피해자들은 하나 같이 이씨의 화려한 말솜씨와 정밀한 사기 수법이 속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더불어 피해자들은 홍 서장이 이씨 주변에서 사기를 도왔다고 주장한다.

피해자 "사기꾼인 줄 알면서도 소개시켜줘"

2일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던 도아무개씨(72)는 "2009년 이씨가 사기를 위해 접근했고, 홍 서장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이씨에게 돈을 빌려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도씨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홍 서장이 자신의 땅을 도씨 명의로 가등기시켜주며 안심시켰다는 게 도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홍 서장이 가등기시켜 준 땅은 헐값의 시골 땅이었고 이마저도 자신을 종용해 가등기를 풀도록 만들었다고 도씨는 주장한다.

홍 서장을 10여 년간 만나왔다는 또 다른 피해자 역시 이씨의 사기행각에 홍 서장이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2011년 9월경 부동산 분양 투자자를 찾는 과정에서 홍 서장이 투자자라며 이씨를 소개시켜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피해자는 "홍 서장이 소개해준 이씨가 '불법 자금이 있고 이를 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이 과정에서 홍 서장이 이런저런 형태로 바람을 잡고 이씨를 보증했다"고 말했다.

이 피해자는 "홍 서장이 이씨를 보낼 때 잘 봐달라는 부탁까지 했다"며 "사기 피해자가 생기던 시점에서 사기꾼일 줄 뻔히 알면서 이씨를 소개시켜준 것은 의도적이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들은 이미 구속된 이씨를 추가로 고소하는 한편 홍 서장에 대해서도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홍아무개 서장 "내게 거짓말이 있다면 자결"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해 홍 서장은 "내게 거짓말이 있다면 자결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2일 오후 늦게 연락이 닿은 홍 서장은 "피해자들을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관여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가등기 계약서에 홍 서장의 친필과 인감이 찍혀 있다는 점으로 보아 피해자 도씨를 직접 만나 계약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홍 서장은 "이씨가 도씨를 자신의 이모라고 소개했다"며 자신이 도씨를 직접 알지는 못한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자신의 땅을 가등기해줄 만큼 피의자 이씨와 친밀하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고 "통상적 채무 관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2008년 피의자 이씨를 처음 만났다는 홍 서장은 자신도 상당액의 금전거래를 이씨와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가등기가 안 풀리면 자기(이씨)가 땅을 사겠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후에 (이씨가 땅을) 사지 않아서 빨리 (가등기를) 풀라고 했다"며 "내 돈을 갚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정황을 알고 보니 이제야 사기를 당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의 엇갈린 주장은 결국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홍 서장에 대한 감찰 조사를 경찰청에 진정서로 제출하는 한편, 수감 중인 이씨와 홍 서장을 추가로 고소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홍 서장은 피해자들을 "무고죄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며 "고소장을 이미 만들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태그:#경찰서장, #사기, #1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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