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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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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박지원에게만 책임을 돌려서는 안된다, 총선 패배에도 반성이 없었던 민주당 전체가 책임질 일이다."

범야권 원로모임인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의 좌장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당 원내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분란에 빠진 민주당에 쓴소리를 던졌다.

백 교수는 30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해 "내가 민주당에 처음부터 주문했던 것은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중진, 대선 주자 등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여서 난상토론을 통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하라는 것이었다"며 "그랬더라면 뼈저린 반성 끝에 몇 가지 나올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아이튠즈에서 <이털남> 듣기

그는 '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역할분담론에 대해서도 "(반성 과정에서) 당 내 여론이 형성되고 당 대표급이든 대선주자 급이든 '당이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내 꿈을 접겠다'는 식의 (희생이) 있었더라면 계파화합으로 비춰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노력 없이 (역할 분담론이) 튀어 나오니 비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계파 싸움 피한 것은 반대 않지만 형식·과정이 문제"

다만 백 교수는 이해찬-박지원 투톱 체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부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백 교수는 "한 쪽 편드는 이야기는 곤란하지만 (이해찬-박지원 투톱 체제를) 비판하는 이들도 취지 자체는 인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전당대회를 계파 싸움으로 치르는 것을 피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형식이나 과정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발하는 사람들의 취지는 이해 가지만 이해찬, 박지원에게 모든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며 "두 사람을 포함한 민주당 전체가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원탁회의가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을 만드는 데 적극 개입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라고 적극 해명했다.

그는 "원탁회의 멤버였던 이해찬 상임고문이 마련한 점심 자리에서 '당 추스르는 역할을 해보겠다'며 당 대표 경선에 나갈 뜻을 내비치자 '박지원 의원도 나온다고 하던데 둘이 싸우면 밖에서 친노와 반노, 호남과 비호남으로 몰아갈 것이고 그렇게 계파싸움 하면 국민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보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며 "그러자 이 고문이 '그렇지 않아도 박지원 최고위원에게 원내대표를 권유했다, 오후에 또 만난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쨌든 두 분이 손 잡고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덕담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야기를 이 고문이 어떻게 전했는지 모르지만 박지원 최고위원이 원탁회의가 제안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저와 원탁회의도 이미 해명했고 박 최고위원도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면 그 이야기를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민주당 내의 진보와 중도를 둘러싼 노선 논쟁에 대해서는 "이제 진보와 보수, 좌와 우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이 시대에 뭐가 필요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좌클릭이 문제가 아니라 우왕좌왕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오는 6월 9일 전당대회에서 새로 뽑힐 당 대표의 역할과 관련해 백 교수는 "총선은 당 대표가 얼굴이 돼서 치르지만 대선은 후보가 치른다"며 "당 대표는 자기 욕심 부리지 않고 대선 후보를 잘 뒷받침해 주는 지도력을 발휘할 사람이 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대선에서 야권 연대, 안철수와 결합이 최대 난제될 것"

지난해 7월 원탁회의를 발족시켜 4·11 총선 등 그동안의 선거에서 야권 연대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해온 백 교수는 12월 대선을 앞둔 야권 연대의 최대 난제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들었다.

백 교수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대선 선거연대는 공동정부 협약 등을 통해 오히려 (총선보다) 더 쉽게 풀릴 것"이라며 "어려운 것은 안철수 원장이다, 그가 출마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안 원장의 지지 세력과 무당파를 합치는 3자 결합이 돼야 하는데 이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일로 이번 대선의 최대 난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교수는 지난 해 10·26 재보선에서 성공했던 '박원순식 단일화 모델'의 한계도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 진보당, 제3 후보가 단일 후보를 만들었던 '박원순 모델'은 대선에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박원순 시장이 여론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겨우 이길 정도로 무소속 후보가 절대 불리한데 무소속 후보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민주당 입장에서는 경선에서 지면 서울시장 자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것이다, 경선에 불복하긴 어렵지만 사실상 민주당 조직이 맥이 풀릴 가능성도 있다"며 "박원순 모델을 적용해도 안 원장 입장이 나온 후에 새로운 상황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대선 출마 여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안 원장이 나는 정치는 진보지만 안보는 보수'라고 언급했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도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1항으로 강조한 게 튼튼한 안보였고 안보를 확실히 하는 게 보수라면 그 말 자체는 나쁜 말이 아니다"라며 "다만 안 교수가 대통령을 하겠다면 남북관계,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 빨리 내놓아야 한다"며 "안 원장은 아직 국민에게 검증이 안 된 인물이니 이런 이슈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밝히고 공격 받고 토론도 하고, 어떻게 이것들을 관리하는지 정치적 능력도 보여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수단·방법 안 가리던 조직문화 바꿔야"

백 교수는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의 철저한 개혁도 주문했다.

백 교수는 "기존 운동권과 거기에 기반을 둔 정당이 독재 시대에 억압을 이겨내고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법 안 가리던 조직문화를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측면이 적지 않다"며 "이제는 더 투명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합진보당이 창원과 울산에서 전패한 것에 대해서도 "공천의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진보당이 노동자들의 삶을 낫게 하기 위해 뭘 했고 얼마나 더 잘했느냐에 대해 믿음을 줬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진보당이 비정규직 철폐 등 적극적인 주장을 내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철폐가 안 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 차선책에 대한 연구, 자신들의 이념적 순수성을 다소 희생하면서 현실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끝으로 그동안 강조해온 2013년 체제에 대해 "정치민주화가 '87년 체제'에서 완성된 것이 아니니 이번에는 경제민주화, 남북관계 해결책이 같이 가야 한다"며 "2012년 대선 승리 없이 2013 체제는 없다"고 밝혔다.


태그:#백낙청, #원탁회의, #민주당,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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