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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여행자거리 빠하르간즈 풍경. 숙소에서 바라본 빠하르간즈 골목길 모습. 뒤늦게 합류하는 친구를 기다리며 델리의 거리를 머리에 박는다.
 인도의 여행자거리 빠하르간즈 풍경. 숙소에서 바라본 빠하르간즈 골목길 모습. 뒤늦게 합류하는 친구를 기다리며 델리의 거리를 머리에 박는다.
ⓒ 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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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일간의 인도여행을 떠났습니다. 두려운 인도 초행 길입니다. 홀로 고비사막으로 떠나려던 어느 날, 동료가 '인도로 떠날 건데 함께 갈래?'라고 제안하는 바람에 별 고민없이 론리플닛닛(가장 유명한 여행 가이드북) 제일 앞쪽 인도 전체지도를 푹 찢어서 2명의 일행과 인도로 떠났습니다.
긴 기간의 배낭여행은 처음이라 여행준비에서부터 부딪칩니다. 일행 중 홀로 여성이라, 더 조심스럽고 궁금합니다. 씻는 문제, 위생문제며, 생리대는 어찌해야 하는지!

[#1] 짐을 친구가 싸주나? 

침낭과 옷가지, 신발 등 버릴 것 위주로 배낭에 투척합니다. 배낭과 침낭 모두 빌리는 통에 친구들이 고생입니다. 가장 신경썼던 것은 생리대였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친구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웬만하면 싸가라고 하는 통에 배낭의 바닥을 70일 여행에 쓸 생리대로 채워 넣었습니다. 우기라 비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니 지퍼팩 밀봉은 필수입니다. 코인 물티슈, 샌들, 복대… 친구들이 옆에서 난리입니다. 비자를 신청하고, 여행계획 세우자고… 만나서 술만 마시다가 보니 출발일이 다가옵니다.

2011년 6월 30일, 70일의 일정으로 배낭을 둘러메고, 델리-바라나시-캘커타-다질링-네팔 카트만두-포카라-룸비니-바라나시-리시케시-마날리-레(라다크의 수도)를 누볐습니다.

[#2] 내 발 주무르던 인도인, 잘 지내시나요? 

대도시 이동은 기차를 이용합니다. 여행자가 가장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슬리퍼기차는 침대가 장착된 기차로, 낮엔 앉아서 가고, 밤엔 누워서 갑니다. 통로 오른쪽은 한 줄에 세명씩 눕습니다. 짐을 잔뜩 지고 이동하는 인도 가족도 만나고 다양한 배낭여행자들도 만나서 여행정보도 공유하는 오밀조밀한 공간입니다.

인도에 처음 도착하여 두려움에 떨며 들어선 기차, 맨 위도 무섭고, 아래도 무서워 가운데를 택했습니다. 델리를 떠나 첫 이동이라 낯설고 싱숭생숭 다양한 마음이 교차된 마음을 품고 잠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누군가가 제 발을 주무릅니다.

꿈인가? 으악!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유유히 떠나던 그의 뒷모습, 그 끔찍한 기억에 다음부터는 맨 윗칸 만을 이용했습니다.

인도여행 중 이용한 기차 슬리퍼칸. 사진에 보이는 인도 청년은 한국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한국말이 유창하고, 여행 가이드일을 하고 있다며 명함도 주었다. 여행자들이 너무 가난한 마을만 돌아다녀서 인도 이미지를 단면만 봐서 아쉽다는 말을 꽤 오랫동안 해주었다.
 인도여행 중 이용한 기차 슬리퍼칸. 사진에 보이는 인도 청년은 한국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한국말이 유창하고, 여행 가이드일을 하고 있다며 명함도 주었다. 여행자들이 너무 가난한 마을만 돌아다녀서 인도 이미지를 단면만 봐서 아쉽다는 말을 꽤 오랫동안 해주었다.
ⓒ 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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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없는 도시로의 이동은 로컬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여행자용 버스도 존재하지만 가격이 높기도 하고, 인도인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처음 탄 버스에 역시 외국인은 없었습니다. 18시간 동안 서너번만 정차하며 환상의 질주를 선보입니다. 앞에 있는 모든 차를 추월하며 버스는 곡예운전을 했고, 경적은 한국보다 한옥타브 높은 찢어지는 피리 소리인데 멈출줄 모릅니다. 이동 내내 그 소리를 들으면 옆사람이 하는 말이 경적 소리로 들립니다.
친구 : "빵빵! "
나 : "뭐라고? "

로컬버스는 버스 위에 짐을 많이 싣기 때문에 짐꾼들이 함께 차에 탑니다. 이들은 버스 중앙 통로에서 누워있고 잠을 자기 때문에, 통로쪽 좌석에 앉게 되면 불필요한 접촉이 생기게 됩니다. 이왕이면 먼지를 두사발 들이키더라도 창가 쪽으로 앉으시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한 번은 버스 바퀴가 펑크가 나서 도로에 버스가 정차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한밤중에 모든 사람이 나가서 버스 천장에 있는 타이어를 내리고 일사분란하게 타이어를 갈았습니다. 컴컴한 도로에서 우리 일행은 가방에서 신속하게 작은 손전등을 꺼내 사람들을 비추었습니다. 그 때 서로 주고 받은 미소는 이후 피곤한 버스여행을 푸근하게 했습니다.

인도에서 처음 탄 버스. 캘커타에서 다질링으로 이동 중 18시간 동안 탔던 버스. 비포장도로를 연상케 하는 도로사정으로 버스 안에서도 먼지샤워를 했고, 과속과 온갖 경적 소리로 공황상태.
 인도에서 처음 탄 버스. 캘커타에서 다질링으로 이동 중 18시간 동안 탔던 버스. 비포장도로를 연상케 하는 도로사정으로 버스 안에서도 먼지샤워를 했고, 과속과 온갖 경적 소리로 공황상태.
ⓒ 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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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동수단으로는 히치하이킹입니다. 라다크의 중심도시 레에서 작은 마을 알치의 곰파(사원)로 이동하는 길, 버스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마다 시간이 달랐던 탓에 차를 잡기로 했습니다. 우리를 데려다 준 닭장트럭  운전기사 '버르'는 너무도 친절했습니다. 언어가 서로 달라 손짓과 표정으로만 대화하며, '이런 의사소통도 되다니!' 하며 행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무엇을 선물로 줄까 하고 가방을 뒤척였습니다. 돈은 당연히 안 받고, 결국 한밤중을 밝혀주던 작은 손전등을 내놓았을때 저 무뚝뚝한 버르가 활짝 웃는 통에, 마음이 설레였습니다. 

최종 목적지까지 4km를 인적도 없는 드넓고 높은 히말라야 길을 걷는 도중, 운이 좋게도 문화재 관리일을 하는 페루 사람이 다시 우리를 태워주어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습니다.

트럭히치는 신중하게! 레에서 70km거리의 도시 알치를 가기 위해 잡았던 트럭의 기사 버르. 뒤에는 광대한 히말라야, 바로 앞은 계곡(?)이다. 저런 길엔 당연히 안전펜스가 없다.
 트럭히치는 신중하게! 레에서 70km거리의 도시 알치를 가기 위해 잡았던 트럭의 기사 버르. 뒤에는 광대한 히말라야, 바로 앞은 계곡(?)이다. 저런 길엔 당연히 안전펜스가 없다.
ⓒ 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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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 알치를 둘러보고 옆 마을로 갑니다. 페루사람이 꼭 가보라고 한 곳이 있습니다. 마을을 뱅글뱅글 돌다가 '여긴가?' 하고 허름한 건물 앞에 섰습니다. 굳게 닫혀있는 문의 빗장을 풀고 조용히 들어가니, 천수관음상이 있습니다. 사실 조금 무서웠습니다. 실내는 어두컴컴했고, 생전 처음보는 그 불상의 수많은 손발에는 눈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초가 타고 있는, 어두컴컴하고 고요한 그 곳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말을 겁니다.

" )(*)*^&*&^(*&*()*)(* " (그 곳의 언어였을까요?)

"두근". 얼마나 놀랐는지 심장 소리가 들린 것 같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라다크 전통 복장을 한 할머니 한분이 손짓을 합니다. 흰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온화했지만 강한 인상입니다. 잔뜩 혼이 날 줄 알고 따라나가니 오른쪽 다른 문의 자물쇠를 풀고 또 하나의 천수관음상을 보여줍니다. 감동적이고 무섭다가 또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 동굴같은 곳을 지키는 할머니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오랜 시간 그 곳을 지켜온 그분은 지금도 잘 지내시겠죠?

어둑어둑 돌아오는 길에도 두 번의 히치를 하였습니다. 잠시 함께 살구를 까던 마을 사람들은 차는 못 구할 거라고 자고 가라고 붙잡습니다. 일행이 시내에 있어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진짜 못구하면 대체 저 첩첩산중 어디서 자야하나 온갖 상상을 하며 간절하게 지나가는 모든 차들을 바라보앗습니다. 결국 두 번을 갈아타고 게스트하우스 앞까지 아주 편안하게 올 수 있었던 아주 운 좋은 하루였습니다.

[#3] 히말라야가 온통 내 화장실이랍니다!

화장실에 예민한 탓에 걱정이 앞섭니다. 어떤 화장실은 똥이 가득 쌓여있고, 어디는 그래도 깔끔합니다. 일부는 돈을 내고 이용가능하고, 어디는 무료입니다. 돈을 낸다고 해서 특별히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휴지가 비치된 곳은 당연히 없고(딱 한군데, 네팔 포카라의 물소 스테이크 레스토랑- 짱입니다) 거의 모든 곳엔 물바가지가 있습니다. 만나는 여행객들마다 그걸 어떻게 쓰냐면서 맞장구를 쳤지만, 사실 도전했습니다. 심지어 나중에는 없으면 안 되었습니다. 왜 그 수많은 사람들이 이걸 사용하는지 절절히 깨닫게 됩니다.

버스 이동 중 만나는 작은 휴게소 화장실에는 검지손가락 만한 바퀴벌레도 살고 다양한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고요함 한켠을 채웁니다. 그래도 밤새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와 신선한 공기가 있어서 크게 두렵지는 않습니다. 함께 버스에 탔던 눈이 반짝이던 여성들과 손짓으로 화장실을 다녀오고 웃음도 짓습니다. 사방천지가 화장실인 남성들이 조금 부럽습니다.

라다크에 오르는 버스를 탔습니다. 작은 미니버스에 동승한 수행자들이 창문도 없는 버스에서 계속 담배를 핍니다. 그러나 눈을 의심케 하는 거대한 자연 풍경들은 이동의 악조건을 잊게 만듭니다. 바로 뒷좌석에선 한 여행자가 고산병을 앓습니다. 계속되는 구토와 두통이 너무도 힘든 모양이었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48시간이 넘는 버스 여행, 화장실이 얼마나 걱정인지 고산병을 이기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라는 조언을 무시합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한 버스는 구불구불 비포장 산길을 돌다가 처음으로 잠시 우리를 내려줍니다. 역시 화장실은 온 산이었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해발 3천이 넘는 고산지대의 밤하늘을 멍하게 바라봅니다. 손을 내밀면 북두칠성이 잡힐 듯 합니다. 처음엔 두려웠으나, 몇번 지나니 혼자서 화장실 찾기도 제법 괜찮습니다. 볼일을 볼 때는 먼 산도 응시해보고 하늘도 쳐다보고 크게 숨을 들이켜봅니다. 이곳이 천국입니다.

화장실, 히말라야. 마날리에서 라다크의 중심도시 레로 향하는 길, 48시간이 넘는 거리를 소형버스를 타고 끊임없이 오른다. 버스 타기 전날, 한 대의 버스가 추락했다고 한다. 그래도 고! 해발 4천이 넘어가는 그곳은 탄성만 나온다.
 화장실, 히말라야. 마날리에서 라다크의 중심도시 레로 향하는 길, 48시간이 넘는 거리를 소형버스를 타고 끊임없이 오른다. 버스 타기 전날, 한 대의 버스가 추락했다고 한다. 그래도 고! 해발 4천이 넘어가는 그곳은 탄성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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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의 패러글라이딩. 포카라에 가면 대부분 트래킹을 하지만 부실한 무릎 덕분에 패러글라이딩으로 만족. 너무 멋있는 풍경에 날고있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포카라의 패러글라이딩. 포카라에 가면 대부분 트래킹을 하지만 부실한 무릎 덕분에 패러글라이딩으로 만족. 너무 멋있는 풍경에 날고있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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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 

포카라에서 시내 쪽으로 산책을 하던 중, 한 네팔 남자가 어디서 왔냐 묻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그러는 댁은 어딜 가냐고 물으니 과자 공장에 간다고 합니다. 두귀가 번쩍, 이게 웬 행운일까, 결국 그 남자를 따라갑니다. 타이어 타는 냄새와 검정 기름이 흐르던 공사장 같은 건물로 들어갑니다. 막상 들어가니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시중의 1/5 가격에 맛있는 코코넛과자를 잔뜩 사들고 돌아오는 길, 길에서 장사를 해볼까, 여행이 별거냐 하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티벳의 음식인 모모는 한국의 만두와 만드는 법이 비슷하다. 다질링에서 토이트레인을 타고 간 작은 도시 굼 역. 바로 앞 식당 테이블에 죽치고 앉아 한국식 모모를 만들었다. (노동력의 대가로 받은 짜이, 도넛과 함께)
 티벳의 음식인 모모는 한국의 만두와 만드는 법이 비슷하다. 다질링에서 토이트레인을 타고 간 작은 도시 굼 역. 바로 앞 식당 테이블에 죽치고 앉아 한국식 모모를 만들었다. (노동력의 대가로 받은 짜이, 도넛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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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 부처가 태어났다는 인도 룸비니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어르신을 만나 5일 동안 평생의 여행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인도의 오지마을을 항생제와 손톱깎기로 누볐다는 그는 세월을 잊었는지 어린아이처럼 두 눈이 반짝거립니다. 그 분이 반드시 가보라는 행사도 갔습니다. 매달 두 번 보름달이 뜨는 날, 부처가 태어난 보리수 나무 옆 '아쇼카석주'엔 각 나라 스님들이 모여 돌아가면서 염불을 합니다. 운수 좋게 그 장엄한 풍경을 보고 들으니 모든 것이 감사해집니다.
국경 이동 중 만나게 된 배낭여행객들과 우연히 동행도 하고 방도 함께 쓰게 되었습니다. 한 친구의 배낭에는 공정무역 상품이 가득합니다. 독일에서 온 그녀와 하룻밤을 함께 보내며 자신의 소비를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는지, 한국에도 공정무역이 활발한지를 묻는 등 기나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배낭에서 하나하나 물건을 꺼내어 설명해주는 그녀,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 덕에 공정무역 가게를 눈여겨 찾아보는 여행을 했습니다.

70일의 여행은 저에게 많은 기억도 남기고 아프기도 했습니다. 이방인+여성이었지만, 일행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에 느긋한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뚫어지게 쳐다보고 괜히 말거는 인도 남성들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너무 지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천천히 여행을 즐기면, 그들과도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준비를 잘 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인들과 동화되고 즐기려는 마음을 갖는 순간, 모두가 친구가 됩니다. 또다시 찾아온 여름은 저를 설레게 합니다. 이번엔 어디로 떠나볼까요?

인도 바라나시. 우기여서 강물이 너무 많은 덕에 멀리서만 바라봤다. 해질녁 목욕을 하던 두 남성. 그들의 뒷모습은 나에게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인도 바라나시. 우기여서 강물이 너무 많은 덕에 멀리서만 바라봤다. 해질녁 목욕을 하던 두 남성. 그들의 뒷모습은 나에게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 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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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인도,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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