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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길. 11개 소수 민족이 사는 작은 마을 사차를 지나 타클라마칸 사막 남부 최대의 오아시스 도시인 오아시스 마을인 허톈 [Khotan·和闐(화전)·호탄]으로 향하고 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했던가? 끊어진 다리 때문에 물길을 지나왔더니 며칠동안 뭉쳤던 근육이 풀린 듯 다리가 시원해 오전보다 페달을 밟기가 수월하다.

납작한 복숭아... 신기하네

거리에서 복숭아를 파는 위구르 여성. 한국에서 보던 복숭아와는 달리 납작 눌려 있다.
 거리에서 복숭아를 파는 위구르 여성. 한국에서 보던 복숭아와는 달리 납작 눌려 있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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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우리 복숭아 먹고 가요."

먼저 앞서 가던 동행이 도로 한쪽에서 바구니에 복숭아를 가지고 팔고 있는 아줌마를 가리키며 꿀맛 같은 달콤한 휴식을 제안한다.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더운 날씨. 자전거를 끌고 아줌마에게 다가가 복숭아를 살피는데, 한국에서 흔히 보는 복숭아와는 달리 그 모양이 무척 재밌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뭉개지지 않을 정도로 힘을 줘 누른 듯 복숭아가 납작해져 있는데, 모양새와는 달리 당도는 물론 맛이 기가 막히다. 상점가가 아닌 먼 거리를 걸어와 노점에서 팔고 있어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재미있는 모양과 맛에 반해 앉은 자리에서 세 개를 해치운다. 마음 같아서는 파라솔 그늘 아래서 달콤한 복숭아를 오랜 시간 즐기고 싶다. 하지만, 달콤한 냄새를 찾아 과일은 물론 우리까지 습격한 개미떼 때문에 한 봉지 복숭아를 챙겨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타클라마칸 사막 남부 작은 마을 쩌푸.
 타클라마칸 사막 남부 작은 마을 쩌푸.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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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신장 지역의 작은 마을. 어느 마을이나 그렇듯 하나 둘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지도 상에 여정을 체크 할 겸 지나가는 이를 붙잡고 물어보니 마을 이름은 쩌푸, 카선지구(喀什地區)에 있는 작은 현(縣)이라고 한다.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가는 두 청년. 상점에 자전거를 맡기고 그들이 향한 곳으로 향한다.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가는 두 청년. 상점에 자전거를 맡기고 그들이 향한 곳으로 향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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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제법 규모가 되는지 생각보다 많은 상점이 있는 마을. 이곳 지명을 알려준 사람 말에 의하면 안쪽으로 들어가면 병원은 물론 중국 정부가 제법 규모가 되는 마을에 만들어 놓은 인민 공원도 있단다.

뭐 맛있는 거라도 있을까. 주변 상점을 살펴보는데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가는 청년들을 발견. 혹시나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겼나 싶어 잠시 쉬었다 갈 겸 한쪽 상점에 자전거를 맡겨놓고 음료수를 하나 챙겨 아이들이 뛰어가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득가득 모인 사람들... 왜?

사람들이 모인 이유를 알고 보니 먼저 출발한 동행들의 자전거를 구경하러 모인 것이다.
 사람들이 모인 이유를 알고 보니 먼저 출발한 동행들의 자전거를 구경하러 모인 것이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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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구경거리라도 있는지 상점 앞쪽에 가득 모인 사람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필자 보다 먼저 앞서 나간 동행들의 자전거를 구경한다고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이다.

무척이나 호기심이 많은 위구르 사람들. 한족(중국인)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고가의 자전거를 끌었기 때문이었을가. 외국인은 거의 볼 수 없는 작은 마을에 우리 일행이 닿은 것이 소문났나 보다.

호기심 많은 위구르 사람들. 하지만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한다. "어디서 왔어?" "어디가?"
 호기심 많은 위구르 사람들. 하지만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한다. "어디서 왔어?" "어디가?"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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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사람이야?"
"한국 사람이야."

"한국 사람? 근데 어디 가?"
"응. 우루무치 가."

"우루무치 가? 한국 사람이구나."
"응, 우루무치 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공간. 동행 한 명 한 명을 가득 에워싸며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하지만, 서로의 언어가 다른 터라 길지 않은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우리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과 '자전거로 우루무치를 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호기심을 풀어준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 많은 대화를 주고받을 수는 없지만, 이방인에게 아낌없이 많은 관심을 선물해준 위구르 사람들. 외국인의 대화에 당황하며 그냥 지나치는 이들보다는 부족한 언어 실력이지만, 이렇게 관심을 보여주는 현지인들이 있기에 여행이 더욱 즐겁다.

교통의 중심지 예청에 도착하다

타클라마칸 사막 남부 도시 예청. 티베트로 가는 버스가 있을 정도로 교통의 중심지이다.
 타클라마칸 사막 남부 도시 예청. 티베트로 가는 버스가 있을 정도로 교통의 중심지이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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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의 관심을 뒤로하고 쩌푸 떠나 3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목적지 예청(叶城). 교통의 요지답게 많은 차들과 사람들로 분주하다.

타림분지 남쪽 해발 고도 1350m에 위치한 예청(叶城). 이 지역은 중국 전 지역에서 강수량이 가장 적어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도 알려졌다. 환경과 조건으로는 그렇게 괜찮은 편은 아니지만 필자가 좋아하는 티베트 지역(아리)으로 가는 버스 편이 있어 매우 반가운 도시가 아닐 수 없다.

늘 많은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버스 터미널.
 늘 많은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버스 터미널.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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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터미널 바로 옆 교통 빙관에서 숙소를 잡고 서둘러 예청(叶城)을 살펴보며 발길을 재촉한다. 많은 짐을 들고 어디를 가는지 버스 터미널 앞에서 노숙하며 차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접근해 자동차로 빠르게 가자며 속삭이는 기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중국 보다는 중앙 아시아와 느낌이 비슷하다.
 중국 보다는 중앙 아시아와 느낌이 비슷하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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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어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중국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중앙아시아의 느낌이 물씬 나는 타클라마칸 사막 남부 마을 예청(叶城). 

북쪽의 우루무치는 물론 서쪽의 캬슈가르와 파키스탄 저 멀리 티베트 지역까지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답게 사람은 물론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간다.

해바라기 씨가 가득한 빵, 진짜 맛있더라

식당 앞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즐기고 있는 운전 기사들.
 식당 앞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즐기고 있는 운전 기사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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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럴 것이 이곳을 지나는 이방인은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만 하루만 머물다 가기에 이들에게 새로운 만남과 이별은 너무나 익숙한 삶 그 자체일 것이다.

배를 채우기 위해 현지인들에게 물어물어 도착한 작은 식당. 식당 밖에까지 테이블을 만들어 놓았음에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운전기사 3명이 전부다.

화덕에 구운 위구르 빵 낭. 해바라기 씨를 가득 뿌려놓아 맛이 담백하다.
 화덕에 구운 위구르 빵 낭. 해바라기 씨를 가득 뿌려놓아 맛이 담백하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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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과 근접해서 그런지 메뉴는 양고기를 넣은 국수와 양 꼬치 이렇게 두 가지. 자전거 여행으로 이미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터라 양 꼬치를 주문하고 바로 옆 가판대에서 양고기와 함께 먹을 화덕에 구운 빵 낭을 몇 개 구입한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특이하게 해바라기 씨를 심어 놓은 낭. 이전 이곳 신장 여행 때 다양한 종류의 낭을 봤지만, 이렇게 많은 해바라기씨를 넣은 낭은 처음이라 사놓고도 그냥 먹어버리기가 아까워 오랜 시간 기억하고자 몇 번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깨를 넣어 화덕에서 구운 위구르 빵 낭.
 깨를 넣어 화덕에서 구운 위구르 빵 낭.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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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씨가 잔뜩 올려진 낭 외에도 깨를 잔뜩 뿌려 놓은 낭, 각종 견과류를 넣은 여러 종류의 낭을 판매하고 있어 양꼬치를 먹는 동안 위구르 낭의 여러 종류를 경험한다.

그중 가장 맛있는 낭을 뽑으라면 처음에 맛본 해바라기 씨가 가득 올려진 해바라기 낭. 밀가루 반죽에 기본 재료인 양파와 기름 소스 외에 한가득 해바라기 씨를 뿌려 놓아 씹는 맛은 물론 그 맛이 무척 담백하다. 기름기가 많은 양고기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조화. 처음 맛보는 맛에 반해 카메라를 내려 놓은 채 낯선 곳에서 최고의 저녁 식사를 즐긴다.

식사 후 마무리는 시원한 탄산음료로
 식사 후 마무리는 시원한 탄산음료로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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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낭과 양 꼬치로 에너지는 물론 '행복 바이러스'를 가득 채운 필자. 탄산음료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일어나려는데,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의자에서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힘든 여정이지만 이방인에게 말을 건네는 위구르 인들과 맛있는 음식이 있어 너무나 즐거운 두 바퀴 실크로드 여행. 나의 발목을 잡은 음식을 바라보며 이날 만났던 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기억하며 즐거웠던 실크로드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덧붙이는 글 |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행, #자전거여행, #실크로드, #낭, #이색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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