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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메세지(위)에는 잔액이 표시돼 있지만, 보이스피싱 메시지(아래)에는 잔액이 없다. 김씨는 “그렇지않아도 FTA 등으로 힘들게 버티고 있는 농민이다. 이렇게 우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씨가 가짜 주문자에게 받은 문자메시지. 정상 메세지(위)에는 잔액이 표시돼 있지만, 보이스피싱 메시지(아래)에는 잔액이 없다. 김씨는 “그렇지않아도 FTA 등으로 힘들게 버티고 있는 농민이다. 이렇게 우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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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물건 주문이나 숙박예약을 하고난 뒤 보내지도 않은 돈을 보낸 것처럼 입금 통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채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극성이다.

포항에서 딸기농사를 지으면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5)씨는 지난달 11일 오후 한 남성으로부터 딸기 14상자를 주문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남성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선물하려고 하니 가장 좋은 딸기로 잘 부탁한다. 돈은 바로 입금하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김씨는 '농협 2012/02/11 841104-**-****** 2,450,000원(최**) 입금확인 '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거래은행에서 보낸 것으로 보였다. 딸기값 24만5천원의 10배나 되는 금액이었다.

김씨는 황급히 주문한 남성에게 전화를 걸어 "돈이 더 입금됐다. 24만5천원을 보내야 하는데 245만원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상대편 남성은 태연하게 "인터넷뱅킹을 하면서 제가 실수로 0을 하나 더 눌렀다. 차액을 송금해달라"고 요청했다.

남편이 현금카드을 가지고 나간 터라 김씨는 급히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차액 220만5천원을 이체하라고 했다.

잠시 후 주문자에게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그는 "급하지 않으니 지금 가지고 있는 현금이라도 보내달라. 나머지는 월요일에 보내주면 된다"고 말했다.

수상하기는 했지만 아내로부터 문자까지 확인했다는 말을 들은 김씨 남편은 아무런 의심없이 주문자가 입금한 계좌에서 이체를 하려고 급히 차를 몰고 거래은행으로 달려갔다.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입금내용을 확인한 김씨 남편은 245만원의 입금명세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

김씨는 "입금확인을 하지 않았으면 감쪽같이 피해를 당할 뻔했다"며 "말로만 듣던 보이스피싱을 당하니 황당하다. 수법이 지능적이고 치밀해 다른 곳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위 농장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처럼 농산물을 애지중지 키워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농민이다. 이런 식으로 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보이스피싱은 농산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동해안 대게 최대 주산지인 영덕·울진을 중심으로 대게 주문을 가장한 보이스피싱도 극성이다.

울진·영덕경찰서는 '보이스 피싱' 주의사항과 대처요령을 담은 전단 2천 부를 강구항과 후포항, 죽변항 대게 전문점에 배포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경북지역에서는 구체적인 피해사례는 없지만 펜션 등 숙박업소에도 이와 유사한 전화가 자주 걸려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포항지역에서 피해를 본 사례는 아직까지는 없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수법이어서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반드시 통장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포항, #보이스피싱, #대게,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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