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글로벌 레거시호 기름 유출사고<관련기사: 영일만서 3만톤급 화물선 방파제에 충돌 후 좌주> 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사고 현장 곳곳에는 아직도 상당량의 기름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추가방제 등 관계기관의 대책 마련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찾아간 용한리 해안가. 언뜻 보기엔 다른 어촌과 다를 바 없는 바닷가 마을이었다. 하지만 갯바위와 테트라포드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기름이 엉겨붙은 밧줄과 그물이 쉽게 눈에 띄었다.

 

바위틈에서 꺼낸 밧줄과 어구에 묻어있는 덩어리진 검은 물질을 손으로 문질러 냄새를 맡아보니 영락 없는 벙커시유였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포항시와 해경을 대놓고 못마땅해 했다. 일부 언론에서 연안오염을 우려해 철저한 방제작업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결국 관리·감독기관이 무시했다는 것이다.

 

낚시점 주인 K씨는 "아직 곳곳이 기름이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기름이 뭉쳐져 있지만 날씨가 풀리면 기름이 녹아 사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한번 오염된 연안을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태안사태를 통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포항시와 해경이 나서서 보험사에 책임 소재를 따져 완벽한 방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용한리 이장은 "손해사정회사가 방제를 대충 마무리하고 떠날 때까지 연안을 담당하는 포항시는 방제에 대한 감독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며 "최소한 완벽한 방제가 됐는지 확인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25년 동안 외항선 항해사로 근무했다는 J씨는 "일본은 외국선적 배들이 입항할 때 접안밧줄에 기름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새 밧줄로 교체 후 입항을 허가할 정도로 환경오염에 민감하다"며 "이번에 좌주한 화물선도 우리 바다에서 기름때를 벗겨내고 일본으로 배를 수리하러 갔다는 소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처럼은 아니더라도 오염된 바다를 방치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포항시 최만달 수산진흥과장은 "방제가 다 마무리된 것으로 알았다"며 "추가오염이 있다면 손해사정회사 측에 추가방제를 요청하겠다"고 해명했다.

 

방제 인건비 지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방제가 끝난 지 한 달이 넘도록 보험사가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초까지 방제작업에 동원된 사람은 430여 명. 1인당 일당을 5만 원으로 가정하면 2천200여만 원의 인건비가 밀린 셈이다.

 

방제작업을 한 주민 손태만(64)씨는 "보험 쪽에선 이렇다저렇다 말도 없고, 우리가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본선주상호보험조합(PNI)의 손해사정을 맡은 태평양검정 대표는 "당시 할 수 있는 방제는 다 했다"면서도 "하지만 글로벌 레거시호의 기름유출로 의심되는 오염에 대해서는 해당 구역을 담당하는 기관이 우리 쪽으로 요청하면 추가 방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건비는 방제비에 포함돼 지급되기 때문에 인건비만 따로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영일만항에 정박 중이던 3만 톤급 화물선 글로벌 레거시호는 지난 1월 19일 북방파제와 충돌 후 용한리 연안에 좌주하면서 기름이 유출됐다. 포항해경에 따르면 이 배에서 유출된 기름은 모두 7천800ℓ(약 40드럼). 해경은 사고전 화물선에 실려있던 기름양에서 육상으로 이적된 기름양과 최종 선내보관량, 화물선에서 사용한 기름양을 빼 산출했다고 밝혔다.


태그:#포항시, #기름유출, #영일만항, #포항해경, #포항시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