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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권교체론, 한나라당 심판론, 영호남 물갈이론이 거세다. 정책선거로 가야 한다는 흐름 역시 강고하다. 각 당은 일자리, 복지, 재벌개혁 등 각종 공약을 쏟아낸다.

특히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19대 총선 공천의 제1기준으로 '정체성'을 꼽았다. '정체성'의 핵은 '한미FTA 폐기'다. 민주당은 8일 오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상하원 의장에게 한미 FTA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대사관에 전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미FTA 무효화'를 위한 민주당의 의지는 강하나, 실질은 그렇지 못하다. 수개월간 진행된 한미FTA 이행협의 과정에 대해 국회와 국민은 '일정'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결국 한미FTA 무효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높으나, 국회를 통한 통제는 대단히 무력한 것이 현실이다.

한미FTA는 '가진 자들의 절대반지'

야권 단일화 통해 한미 FTA를 반드시 폐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태연 회장
 야권 단일화 통해 한미 FTA를 반드시 폐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태연 회장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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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는 '마법'이다. ABR(Anything But Roh), 노무현 대통령이 한 정책은 무조건 반대로 했던 이명박 정권에서도 한미FTA는 쭉 유지된다. 이유는 한미FTA는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절대반지'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서는 물론이요,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점했던 17대 국회에서도 한미FTA는 많은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7년 9월 20일, 17대 국회의원 70명이 모여 한미FTA의 조속한 국회 비준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21세기 선진경제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개방을 통한 시스템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는 반드시 거쳐야만 할 과정."

"(한미FTA는) 양국 정부가 이런저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상호 '이익의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호혜적 협상의 산물이다. 현 상황에서 두 개의 거대 경제권에 끼인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을 선점해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는 일을 뒤로 미룰 수 없다."

"국내 정치일정에 휩쓸려 (한미FTA) 비준 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기회 상실이 될 것임을 우려한다."

한미FTA 조기비준을 촉구하는 당시 성명의 주요 내용이다. 4년 뒤 2011년 정부와 한나라당에 의해 주장됐던 내용과 판박이다.

'탄돌이' 전직 의원, 한미FTA에 대한 입장은?

2007년 9월, 한미FTA 조기비준을 촉구했던 70여 명에는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 즉 현재 민주통합당 출신 의원(또는 예비후보자)들이 37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이들 중 18대 국회에도 배지를 유지했던 이들(김부겸, 김성곤, 김진표, 문희상, 박기춘, 박영선, 백원우, 우제창, 조경태, 홍재형)은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찬성'에서 '반대'로, 또는 '적극 찬성'에서 '소극 찬성'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 때론 곤혹스런 변명을, 때론 적극적 이유를 개진했다.

하지만 17대 국회에 입성해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들-김교흥(인천 서구강화군갑), 김태년(성남 수정), 양형일(광주 동구). 유인태(서울 도봉을), 이화영(강원 동해·삼척), 장복심(서울 송파을)-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한미FTA에 대한 입장이 어떠한지 지금까지 정확히 밝힌 바 없다. 한미FTA 조기비준 성명을 발표했던 당시의 '전직 의원'들은 한미FT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미FTA 찬성한 전직의원, 공천받을 수 있을까?

"민주통합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한미FTA는 국가 이익이 실종된 것으로 이 상태로는 발효시킬 수는 없다. 발효 이전에 재협상을 통해서 독소조항을 수정해야 한다. 발효 전에 재협상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19대 국회, 12월 대선이후에 출범할 새로운 정부의 모든 권한을 통해서 한미FTA를 폐기할 것이다."

지난 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명숙 대표는 한미FTA 폐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금 밝혔다. 이 같은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은 공천심사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과연 민주당은 한미FTA 조기비준을 촉구했던 '탄돌이 전직의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당이 진정으로 한미FTA 재협상을 바란다면, 재협상이 안 될 경우 폐기하겠다는 것이라면, 이제 그간 침묵했던 '탄돌이 낙선의원'들의 입장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날치기 무효 야4당 및 범국본 촛불문화제·합동연설회'에 참가한 시민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한반도 지도로 장식한 'FTA','ISD' 와인잔을 들고 축배를 즐기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날치기 무효 야4당 및 범국본 촛불문화제·합동연설회'에 참가한 시민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한반도 지도로 장식한 'FTA','ISD' 와인잔을 들고 축배를 즐기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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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에서 한미FTA를 찬성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당시 '찬성' 입장은 지금도 여전한가? 만일 '반대'로 변경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19대 국회에 들어온다면 한미FTA 폐기에 앞장서겠는가?

'가진 자들의 절대반지' 한미FTA, 민주통합당이 19대 국회에서라도 무효화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그 시작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태그:#한미FTA, #민주통합당, #19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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