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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내려갔다가 이른 시간 출발했다. 벌써 몇 주째 별러오던 남한산성 답사 때문이다. 그동안 남한산성을 몇 번이고 돌았지만, 정작 찍지 못한 곳이 있었다. 현절사, 수어장대, 청량당, 침괘정 등이다. 그리고 남문으로 돌아 옹성과 암문을 보고 싶어서였다.

 

아마도 그냥 산행을 하기 위한 남한산성 일주라면 하루만에도 가능하겠지만, 안팎으로 들락거리며 일일이 답사를 하는 나에게는 하루 만에 남한산성 전체를 담아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선 것이지만, 낮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굳게 잠긴 문들, 발만 동동 굴리는 사람들

 

7일 일요일, 먼저 남문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장 가까운 침괘정으로 오르려고 하니, 공사 중이라 출입을 할 수 없다는 안내문과 함께 펜스로 출입을 통제돼 있었다. 그래서 딴 곳을 먼저 돌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먼저 주차장에서 가까운 숭렬전에 들리고, 그 다음 수어장대와 장대 밑에 자리한 청량당 등을 돌아보기로 했다.

 

숭렬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호) 앞에 도착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문마다 통으로 굳게 잠겨 있다. 출발하기 전 오전에 남한산성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을 하였지만, 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 하나 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잠가 놓은 것일까?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 가장 화가 날 때가, 예고도 없이 이렇게 문화재를 잠가놓을 때다.

 

이렇게 잠가놓고 관리를 할 것 같으면, 무엇 하러 문화재로 지정을 한 것일까? 그냥 전체를 유리상자 안에 집어넣든지, 꽁꽁 싸매 놓으면 될 것을. 은근히 부아가 치밀지만 이왕 나선 길이니 수어장대로 오르는 소로를 걸었다.

 

 

"여기도 잠겼네, 저기는 못 들어간다네"

 

수어장대 근처에 가니 일요일을 맞이해 남한산성을 한바퀴 도는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있다. 수어장대 밑에 있는 청량당(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호)으로 가보니, 이곳 역시 잠겨있다. 주말과 일요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남한산성을 찾는다. 관리가 어렵다고 하면, 일요일에 당직자만 근무를 하게 할 것이 아니다. 주말과 일요일은 개방을 하고, 평일에 쉬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사람들이 안을 돌아볼 수도 없게 문을 모두 잠가버리는 것이 맞는 일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남문을 지나 암문과 옹성을 한 바퀴 돌아 내려왔다. 요즈음은 멀리서도 남한산성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 성을 돌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처럼 답사를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안내 공고 하나 띄워 놓지 않은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 홈페이지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얼마 전 진주를 내려갔다가, 진주성을 한 바퀴 돈 적이 있다. 진주성 안에 있는 촉석루는 지방문화재가 아닌 보물이다. 그런데도 주말과 일요일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일부러 관리인을 두어 개방을 한다. 물론 아침부터 저녁시간까지 개방시간이 정해져 있다.

 

침괘정 출입을 막은 이유가 무엇인지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 당직자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위험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사 중이라 위험해 막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일요일이라 공사장에선 아무런 공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 위험하기로 치자면 촉석루 안으로 들어가는 남강가에 있는 '의암'이 더 위험하다. 자칫 실족이라도 하면 남강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그럼 공사를 하지 않는 숭렬전 등은 왜 문이 잠겨있냐고 하니 "일반적으로 잠가두고, 사전에 신청을 해 허가를 받으면 문을 열어준다"고 말한다.

 

요즈음 각 지자체마다 관광사업을 위해 많은 투자는 물론,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 남한산성 안에 문화재들은 꽁꽁 닫아놓은 것일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말이나 일요일에는 당연히 안내자를 붙여 개방을 하고, 사람들이 많지 않은 평일에 당직자를 두어 쉬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개의 박물관이나 관광지가 그러하듯 말이다. 남한산성 관리부서에서는 좀 더 질 좋은 관광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길 바란다, 닫아만 놓는 것이 제대로 된 문화재 관리가 아니란 점도 함께 주지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남한산성, #문화재관리, #잠긴 문, #관광사업단,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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