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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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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의 실제 모델로, 교장 등이 장애학생을 성폭행한 광주 인화학교에 대해 재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언론이 대부분 성폭행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 학교 역시 다른 '비리사학'처럼 족벌 체제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다.

2005년 사건 당시 인화학교의 이사장은 설립자(아버지), 이사장의 큰 아들은 교장, 둘째 아들은 행정실장, 처남은 학교 근로시설장, 동서는 인화원장으로 친인척이 학교 주요 직책을 독차지했다. 현재는 사위가 이사장으로 있다. 이 학교는 1년에 35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고 현재도 수십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다른 비리사학처럼 이 학교 역시 이사장과 교장을 중심으로 친인척들이 인사와 회계를 장악해 그들만의 왕국으로 운영하면서 각종 부정과 반인권적 행태를 벌였다. 이사회도, 학교도, 행정실도 모두 그들의 친인척과 측근이 장악했고, 인사와 재정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맞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실제로 이 인화학교의 성폭행 문제를 외부에 알리고 해결하고자 했던 교사들 4명은 파면과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 장애학생 성폭행 실화를 고발한 공지영의 동명소설과 영화 <도가니>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특수학교 법인에 대한 최소한의 공적인 통제 장치의 필요성이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이 학교가 지금도 그 자리에, 같은 이름으로 국민 세금 지원을 받으면서 운영되고 있고, 성폭행 당사자들이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은 더욱 커졌다. '도가니 돌풍'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진수희 의원(전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나서서 특수법인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공익이사 도입을 말하고 있다. 일명 '도가니법'이 만들어질 상황이다.

'도가니' 열풍, 나경원과 한나라당에는 대형 악재될 수도

최근의 도가니 열풍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와 한나라당에는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나경원 의원의 장애인의 알몸 목욕 공개와 겹쳤다.

나경원 의원은 "연출한 장면이 아니라 기자들 통제가 안 되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8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나경원 후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장애 자녀 부모들의 모임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도 29일 나경원 후보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애인 인권침해를 넘어 성추행이라는 비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이 장애인 권익 보호를 가로막았다는 주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인화학교 사건, 김포사랑의 집 사건 등에서 벌어진 비리와 성폭력 사건이 문제가 되자 족벌운영을 통제해 사회복지법인과 특수학교들의 공공성을 높이는 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한나라당이 이를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진수희 의원은 27일 "족벌경영으로 유지돼 왔던 법인의 임원제도를 공익이사 선임을 통해 구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복지법 개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고,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역시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는 바로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을 추진한 '특수학교에도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의 사회복지법 개정안과 같은 내용이다. 이는 최근 진수희 의원,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이야기하는 외부 추천 공익이사 도입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제출한 사회복지법 개정안은 ▲ 외부기관 추천 공익이사 ¼ 도입 ▲ 불법행위 조사·감사 임원에 대한 직무 정지 제도 ▲ 이사 ¼ 이상을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 선임 ▲ 예·결산 및 후원금 사용내역 보고 등이었다.

보수적 종교단체와 한나라당은 사회복지법 개정안에 대해 "소수의 부정부패를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대다수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 "사회복지법인의 본질과 자율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학 '개방이사'는 반대, 특수학교 '공익이사' 찬성은 모순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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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2007년까지 '사학법 국면'에서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은 전교조의 사학 장악 음모이고, 개방이사제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 주장했다. 그들은 국회를 박차고 거리로 나섰으며 야간에는 촛불까지 들었다.

당시 나경원 의원은 한나라당의 공보부대표였는데 거리 연설과 토론회, 인터뷰에 앞장서며 당시 박근혜 대표와 더불어 사학법에 관한 한 최고의 강경파였다. 최근 그는 아버지가 사학의 이사장이며 자신 또한 이사였기 때문에 사학법 개정을 반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사학법 개정 반대는 한나라당의 당론이었다"고 답변했다.

사학법의 개방이사와 사회복지법의 공익이사는 사실상 쌍둥이다. 그런데 사립 일반학교의 개방이사는 반대하고, 사립 특수학교의 개방이사는 찬성하는 일이 한나라당에 벌어지고 있다. 2007년 그토록 반대했던 특수학교의 공익이사 도입을 한나라당이 '도가니 열풍'에 우선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태그:#나경원, #인화학교, #개방이사, #사립학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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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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