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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바다와 사람, 자연과 삶이 만나는 공간이다.
 갯벌. 바다와 사람, 자연과 삶이 만나는 공간이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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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하나. 한 가족이 갯벌체험을 한다. 재미 삼아 조개나 게를 잡으며 논다. 실컷 놀고선 잡은 게나 조개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잡고 노는 사진만 잔뜩 찍고선 좋은 체험학습이었다며 흐뭇해한다. 이런 식의 체험으로는 아이들이 갯벌의 가치를 알 리 만무하다. 부모도 아이에게 무엇을 보고 느끼라고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풍경 둘. 우리는 얼핏 안다. 우리나라 갯벌이 아주 좋다는 것을. 나아가 세계 5대 갯벌에 든다는 것도 들어본 것 같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우리 갯벌의 특징을 물으면 벙어리가 돼버리기 일쑤다. 그만큼 아는 게 없어서다. 그렇다고 외국인에게 소개해 줄만한 마땅한 책자도 없다.

'대한민국 갯벌문화사전' 표지. 국문판과 영문판이다.
 '대한민국 갯벌문화사전' 표지. 국문판과 영문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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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사람, 자연과 삶이 만나는 갯벌의 모든 것을 담은 책자가 나왔다. 도서출판 '이후'에서 펴낸 국문·영문 두 종류의 <대한민국 갯벌문화사전>이 그것이다.

국문판은 갯벌체험을 하려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안내서다. 영문판은 우리나라 갯벌에 대해 궁금해 하는 외국인들에게도 권할만한 갯벌 길라잡이다. 글과 사진은 김준(49) 박사의 것이다. 김준 박사는 해양문화학자로 전남발전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가로로 길게 편집된 <대한민국 갯벌문화사전>에는 갯벌을 끼고 있는 바다와 그곳의 문화, 거기서 나는 먹을거리까지 알뜰살뜰하게 실려 있다. 바지락과 백합이야기가 담겨 있다. 짱뚱어와 농게도 살아 숨쉰다. 미역과 톳이 실어 온 바다내음도 그대로 묻어있다. 갯벌 천일염도 수북하다.

싱싱한 꼬막, 쌀밥 같은 알을 밴 주꾸미 등 갯벌에서 나는 먹을거리도 맛깔 나게 묘사돼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갯벌 동·식물의 사진은 물론 그림도 함께 수록,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대한민국 갯벌문화사전' 영문판의 한 면.
 '대한민국 갯벌문화사전' 영문판의 한 면.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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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갯벌문화사전>에는 대표적인 우리나라 갯벌 17곳이 소개돼 있다. 무안갯벌 등 10곳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백수갯벌과 남해갯벌, 제주갯벌 등 나머지 7곳은 글쓴이가 특별히 아끼는 곳이다. 독특한 어촌문화나 섬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글쓴이는 이 갯벌이 지닌 지리적 특징과 차이를 알려준다. 갯벌에서 나는 주요 수산물과 사람 이야기도 풀어낸다. 갯살림과 뭍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 하나하나 설명도 해준다. 책을 읽다보면 그저 똑같게만 보였던 갯벌이 저마다 고유한 특성과 이야기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갯벌문화사전'의 저자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대한민국 갯벌문화사전'의 저자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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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준은 어촌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처음 완도 소안도와 인연을 맺은 뒤 섬과 바다와 갯벌을 무시로 드나들었다. 자연스레 바다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일궈온 바다살림과 갯살림에 주목하게 됐다. 사람과 자연, 문화를 따로 떼놓지 않고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지닌 건 그의 큰 강점이다.

"나를 낳아 준 것은 부모님입니다. 하지만 '존재의 이미'를 깨닫게 해준 건 갯벌이었어요. 갯벌에서 철학을 배웠고 인문학을 찾았고 공동체 원리를 배웠죠."

글쓴이의 얘기다. 그에게 대한민국 갯벌이 모두 소중하기만 한 이유다. 글쓴이는 "최근 신안 증도갯벌이 람사르 습지로 추가 지정됐고, 문화재청에서는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갯벌에 기대어 살아온 우리의 갯벌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국문과 영문으로 된 갯벌문화사전을 같이 내게 됐다"고 말했다.

갯벌. 농게와 짱뚱어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갯벌. 농게와 짱뚱어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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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갯벌 문화 사전

김준 지음, 안경자 그림, 이후(2010)


태그:#대한민국갯벌문화사전, #김준, #갯벌문화사전, #전남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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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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