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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워터파크엔 사람이 참 많았다. 물 반 사람 반
 이날 워터파크엔 사람이 참 많았다. 물 반 사람 반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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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람한 남성과 잘 빠진 여성이 비치웨어를 입고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아리따운 소녀들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하나 같이 배경은 화려한 워터파크다.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 곳곳에 붙은 광고 속 연예인들이 워터파크로 오라고 손짓한다.

저마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광고 전쟁을 벌일 만큼 워터파크가 인기다. 몇몇 언론에서는 아니꼬운 시선으로 워터파크를 바라본다.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입장료부터 할인 전 가격이 7만 원대에 이르고, 워터파크 안에서 쓰는 비용도 만만하지 않다.

비싸도 워터파크를 찾는 사람들은 많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모두 377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궁금해졌다. 비용이 비싼데도 사람들이 워터파크를 찾는 이유는 뭘까. 최대한 허리띠를 조이면 얼마까지 비용을 아낄 수 있을까.

대학생 인턴 기자 둘이 워터파크 '극과 극' 체험에 도전했다. 이미 한번 다녀온 경험이 있는 '짠순이' 이주영 기자는 할인카드부터 수영복 등 챙길 수 있는 걸 모두 챙겨 비용을 최대한 아껴보기로 했다. 워터파크에 난생 처음 가보는 '무대포' 강유진 기자는 정말 '빈 몸'만 가지고 갔다.   

[짠순이 편] 대학생 할인이 가장 저렴... 수영복 모자 수건 꼭 챙겨가야

연일 비가 오다 모처럼 햇볕이 난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캐리비안베이를 찾았다. 일단 입장료부터 숨이 막혔다. 기본료는 7만 원. 2008년에 갔을 때만 해도 6만5천 원이었는데 그새 5천 원이 올랐다.

할인 혜택을 알아봤다. 일반인이 보통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카드 할인'이다. 대부분 30% 할인이었다. 4만9천 원을 내고 입장해야 한다. 에어컨 빵빵한 극장에서 영화 다섯 편을 보고도 점심 한끼 먹을 수 있는 돈이다. 다행히 대학생 우대 할인 쿠폰이 있어 50% 할인 받아 3만5000원에 구입했다.

캐리비안베이 안에서 필요한 물품을 확인해봤다. 수영복, 모자, 수건 등이 필요했다. 세 가지를 안 챙겨 갔을 경우 대여 비용이 든다. 세 가지를 합한 대여료만 1만 원대다. 게다가 7~8월엔 수영복과 모자 대여가 안 돼 안 가져온 사람은 구내 매장에서 따로 사야만 한다. 이곳에서 가장 싼 수영복은 4만9천 원이었다. 보통 워터파크 안에서 쓰는 캡 모자는 1만 5천 원이었다. 수영 물품 세 가지만 잘 챙겨 가도 최소 6만 6천 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캐리비안베이 안에선 베어코인이 필요하다. 베이코인이란 손목에 차는 바코드 팔찌로 일정 금액을 미리 충전해 캐리비안베이 안에 있는 대여소, 레스토랑 , 선물숍 등에서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사용하는 선불 시스템이다.

아무것도 안 먹고, 안 쓰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드는 비용이 있다. 바로 '구명조끼'다. 놀이기구와 파도 풀을 이용하려면 구명조끼를 꼭 착용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1층 베어코인 정산소에서 바코드 팔찌를 구입하기로 했다. 바코드 팔찌의 구매 단위는 3만, 5만, 10만 원짜리 세 가지밖에 없다. 쓰고 남은 돈은 환불해 주긴 하지만 소비자가 선택할 여지가 너무 좁았다. 많이 쓰지도 않았는데 비싼 팔찌를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손해가 막심했다. 

베어코인 팔찌를 구입한 뒤 라커룸과 놀이시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실내 라커룸은 3천 원이었다. 야외 라커룸은 보증금 500원으로 무료 이용이 가능했다. 우린 야외 라커룸을 이용했다. 공간이 좁긴 했지만 쓸 만했다.

구명조끼 빌리는 데 6천 원, 앉아서 쉬는 데도 1만 원?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밖으로 나왔다. 곧장 구명조끼 대여소로 향했다. 이용 요금이 6천원이지만 무사히 구명조끼를 반납하면 보증금 1천 원은 돌려준다. 얼마 전 오션월드를 다녀 온 친구는 구명조끼를 무료로 빌렸다는데. 물놀이 하는 데 돈 참 많이 든다.

거금 6천 원이나 내고 빌린 구명조끼를 입었다. 본전을 뽑으려고 잽싸게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튜브를 타고 물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놀이기구였다. 줄이 꽤 길었다. 우린 가만히 서서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눴다. "죄송합니다." 우리 사이로 어떤 여성이 지나갔다. 손에 구슬 아이스크림이 들려있다. 일행이 줄을 서는 동안 나머지 한 사람이 먹을 것을 사온 것이다. 맛있어 보였다. 주변을 둘러봤다. 구슬 아이스크림부터 전기구이 오징어까지 먹을 것들이 많았다. 슬슬 배가 고파졌다. 하지만 보통 하나에 4~5천원이나 해서 꾹 참았다.

놀이기구를 타다 보니 쉬고 싶었다. 누워서 쉬기 편한 흰색 의자가 있었다. 앉아서 쉬려 했는데 알고 보니 유료였다. 1인용 '비치 체어'는 1만 원이나 했다. 고급형은 1만6천 원이고  커플형은 4만2천 원이었다. 앉아서 쉬는 데도 돈이 들어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돌기둥이나 난간 등에 몸을 기대거나 그늘 아래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 우린 바로 다음 놀이기구를 찾아 떠났다.

앉아서 쉴만한 의자도 부족했지만, 만원짜리 비치체어도 매진이었다.
 앉아서 쉴만한 의자도 부족했지만, 만원짜리 비치체어도 매진이었다.
ⓒ 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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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리버'에는 각종 놀이기구가 모여 있다. 보통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우린 그 중 대기 시간이 비교적 짧은 놀이기구 쪽으로 갔다. 그곳 앞에선 '츄러스'와 소시지, 음료수 등을 팔고 있었다. 위생 문제로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에서 팔고 있는 수많은 음식들은 뭘까, 하는 의문이 스쳐갔다. 

기다리는 동안 배고플까봐, 우린 간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가장 싼 건 츄러스였는데 그것도 하나에 2900원이었다. 우린 각자 츄러스 하나와 음료수 하나를 샀다. 음료수도 보통 상점보다 1.5배는 비쌌다.

날이 어두워지고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지 싶어 음식 하나를 시켜 인턴 동기와 나눠먹기로 했다. 한식, 양식, 패스트푸드 등 다양했다. 가격들은 7천 원~1만 원 대로 바깥보다 2~3천원은 비쌌다. 우린 가장 싼 패스트푸드점으로 갔다. 버거 세트를 하나 시켜 같이 나눠 먹었다.

폐장 시간은 오후 8시 30분까지였다. 우린 본전을 뽑자는 생각에 끝까지 파도 풀에서 놀았다. 폐장 15분을 남기고 다리가 아파왔다. 어쩔 수 없이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구명조끼를 반납하러 갔다. "천 원 넣어드릴게요." 그래도 보증금은 돌려 받았다. 안전하게 노는 비용으로 5천 원이 든 셈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 워터파크를 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1시간 거리에 짜릿한 놀이기구를 타며 물놀이를 즐긴다는 매력이 있었다. 놀이의 목적인 재미를 채우기엔 충분했다. 다만 각종 할인 혜택과 자린고비 정신으로 놀았을 때에 한해서다. 제값 주고 놀기엔 아까웠다. 나름대로 아낀다고 했지만 5만 원 정도 들었다. 적게 들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몸만 갔을 때 10~15만 원 쓰는 거에 비하면 알뜰하게 다녀온 편이었다. 물놀이 한번 가기 참 무섭다.


[무대포 편] 26년 살며 워터파크에 처음 가보다

"수영복은 어디서 빌리나요?"
"고객님 8월엔 수영복 대여가 안 되세요. 수영복 추천해드릴까요?"

오 마이 갓. 이용요금 란의 '기타 사항'에 '6~8월 수영복 대여 제외'가 쓰여 있던 모양이다. 점원 안내로 추천 받은 수영복 중 내가 살 수 있는 저렴한 수영복은 7만9000원이었다. 점원은 "요새 할인 기간이라 가격이 싸다"는 말을 덧붙였다. 순간의 실수로 크나큰 출혈이 일어났다. 워터파크에 처음 가는 티를 팍팍 내며 입장부터 정신이 없었다. 모자도 꼭 필요하다는 말에 1만5000원짜리를 샀다. 계산하는 손이 덜덜 떨렸다.

수영복 없으면 사세요? 손이 덜덜 떨렸다

"언니, 내일 워터파크 수영장에 취재 갈래? 원래 가기로 했던 기자가 봉사활동 때문에 못 가게 돼서… 언니 가고 싶어 했잖아."

기자회견을 기다리며 넋 놓고 앉아 있는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14기 인턴을 함께 하고 있는 친구.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겠다"고 했다. 인턴 2명이 워터파크 취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둘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도 가방 안에 넣어서 데려가 줘!"라고 징징대던 차였다. 취재와 피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하늘이 준 기회였다.

가만 보자, 워터파크는커녕 실내 수영장을 언제 가봤더라?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로 수영복 입을 일이 없었다. 친구에게 워터파크 복장이 어떤지 물었다. "보통 비키니 위에 민소매를 입으니 걱정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내게는 민소매 옷조차 없었다. 비키니 수영복에 민소매 옷을 사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함께 취재 가는 인턴에게 문자가 왔다.

"언니 수영복 사지 마. 찾아보니까 6천 원에 빌려준대."

여기서 끝? 결제되는 돈과 함께 혼이 빠져 나가다

전날까지 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씨가 화창하게 갰다. 물놀이하기에 좋은 해가 쨍쨍한 날씨였다. 아이돌 닉쿤과 빅토리아가 광고하는 용인 캐리비안베이를 찾았다.

입장권은 대학생 우대 할인 쿠폰으로 50% 할인해서 3만5000원에 구입했다. 원가는 7만 원이었다. 시급 4300원으로 하루 종일 일해야 겨우 갈 수 있는 금액이었다. '물놀이 한 번 가려면 하루를 꼬박 일해야 하는 시대가 왔구나.' 같은 시간 고깃집에서 불판 닦고 있을 친구를 위해 잠시 묵념했다.

물놀이의 필수품이라는 방수팩. 무려 20000원이다.
 물놀이의 필수품이라는 방수팩. 무려 20000원이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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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3만 원을 충전한 뒤 잡화점에 들어가서 물놀이에 필수라는 '방수팩'을 집었다. "우린 여기서 취재를 해야 하니까" 핸드폰을 들고 물에 들어가도 방수가 된다는 2만 원짜리 방수팩을 구입했다. 입장하자마자 8만5000원이 빠져나갔다.

수영복까지 구매하고 영수증을 정리하자 물에 발도 안 담갔는데 이미 대략 18만 원이 빠져나갔다. 그때 내 혼도 함께 빠져나갔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자 아직 물놀이는 시작도 안 했는데 진이 다 빠졌다. 미로를 헤매는 기분이었다.

이곳은 다른 나라? 물가가 너무 비싸요

물을 먹으려 주변을 찾아봤지만, 그 흔한 급수대 하나 보이지 않았다. 매점에서 파는 '메이커 생수'는 2800원이었다. "에이 그냥 수영장 물이라도 마시지 뭐."

우리의 저녁이었던 저렴한(?) 햄버거 세트. 치즈스틱까지 10800원이었다.
 우리의 저녁이었던 저렴한(?) 햄버거 세트. 치즈스틱까지 10800원이었다.
ⓒ 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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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파크에선 원칙적으로 음식물 반입이 금지라고 했다. 안에서 파는 음식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영화관도 음식물 반입 금지였다가 풀렸는데 여긴 안 풀리려나' 궁금해 하며 제일 저렴한 햄버거 세트를 둘이 나눠 먹었다.   

저녁을 먹고 폐장 시간이 다가왔다. 그제야 워터파크의 백미라는 파도풀장으로 향했다. 두리번거리며 파도풀을 탐색하던 중 수심이 깊은 곳으로 향하는 중간 지점 바닥에 노란색의 넓은 존이 형성돼 있었다.

"거기서부턴 구명조끼를 입어야 지나갈 수 있다"고 안전요원이 제지했다. 구명조끼를 빌리는 데는 6000원이었다. 입장료가 없는 곳이라면 모를까, 입장료를 냈는데 또 돈을 내야 뭔가를 즐길 수 있다니. 워터파크를 걸어 다니며 구명조끼 안 입은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충전한 코인에서 쓰고 남아 환불받은 돈 2만 원 가량을 빼고 나면 함께 간 인턴 동기와 하루 물놀이 하는데 대략 15만 원이 들었다. 인턴 동기도 따로 돈이 들었다. 수영복 값을 빼고도 10만 원 가까이 들었을 것이다. 4인 가족이면 40만 원이다. 하루 즐기는 데 40만 원이면 너무 비싸다. 도대체 우리는 한국에 다녀온 걸까, 중남미에 있는 진짜 카리브해에라도 다녀온 걸까?

덧붙이는 글 | 강유진 이주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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