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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위천천 생태 하천 사업에 대한 기자 회견. 함께하는 거창 권문상 공동 대표가 기자 회견문을 읽고 있다.
 거창 위천천 생태 하천 사업에 대한 기자 회견. 함께하는 거창 권문상 공동 대표가 기자 회견문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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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1시. 거창군청 5층 브리핑실에서는 거창지역 여러 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펼침막에는 '생태하천 탈을 쓴 위천천 막 개발 계획을 중단하라!'고 써있었다.

거창군은 국토해양부의 4대강 지류 사업 가운데 하나인 '생태하천 조성 사업'의 사업비를 확보하여 거창 도심을 흐르는 위천천에 생태하천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워왔다. 사업비 127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2014년 12월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두 차례에 걸친 자문회의까지 끝나고 다음 달에는 공사를 위한 실시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제는 '생태하천'이란 이름을 걸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이 그런 것과 같이 강의 생태적 복원과는 전혀 상관없이 시설 위주의 공원 하천 만들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창 지역 시민단체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이 2곳의 가동 보 설치다. 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물을 가두는 시설이다. 군에서는 가동 보를 설치하여 물이 마르는 시기에도 늘 물이 있는 하천을 만들겠다고 한다. 1년 내내 물이 흐르는 강이 보기도 좋고 군민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동 보를 통해 물이 어느 정도 모이는 곳에는 분수대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수변에 물놀이장(수영장)과 자전거 길을 설치하는 등 대부분의 사업이 시설물 설치의 인공 하천 조성, 공원 하천 조성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창 위천천의 하류 양항제 구간
▲ 자연 생태 하천으로 복원 중인 양항제 구간 거창 위천천의 하류 양항제 구간
ⓒ 송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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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것은 거창의 위천천 하류인 양항제 구간에서는 2005년부터 생태하천 복원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도 인공 시설물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기본 방향은 '강물이 흘러가는 대로 둔다'는 것이다.

물이 많을 때 넘치는 습지 공간에 있던 경작지를 다 사들여 습지로 만들고, 제방을 허무는 등의 사업으로 강의 모습을 되찾는 일을 계속 추진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양항제 생태 하천 복원 사업은 거창 지역 환경 단체인 푸른 산내들이 사업 계획을 세워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제안하여 이루어진 일이었다.

같은 물이 흐르는 강에서 모두 생태하천 사업을 하고 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다른 두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산지하천, 위천천 막개발의 역사

거창 위천천은 산지 하천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산지 하천은 여름에는 물이 많이 흐르지만 그 외의 계절에는 많은 물이 흐르지 않는다. 평지 하천이 곳곳에서 모여든 물로 연중 일정량의 물을 유지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 자체가 자연스런 모습이고 그에 맞게 생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위천천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미 새마을 운동 시대의 하천 직강하 사업을 통해 망가졌다. 그에 더해서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처럼 둔치에 주차장과 운동 시설을 만들어 강의 본래 모습을 완전히 없애 놓았다. 그것도 이미 1980년대의 일이었다고 한다.

이번 위천천 생태하천 사업은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위천천 전체에 대한 대규모 하천 정비를 실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치수만을 생각했던 80년대식 생각에 공원 기능을 더한, 그래서 생태하천과는 더 거리가 먼 사업을 하려는 것이다.

거창 군수가 참석한 위천천 생태 하천 조성 면담
 거창 군수가 참석한 위천천 생태 하천 조성 면담
ⓒ 송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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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단체의 기자회견 뒤 바로 이어서 거창 군수와 담당 과장, 계장, 실무자가 함께 자리한 면담을 했다. 앞서와 같은 가동 보와 분수 등에 대한 지적에 거창 군수는 이렇게 답한다.

"사업 구간은 도심을 지나는 구간이다. 무언가 스토리가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갈수기에 바닥이 보이는 강보다는 늘 물이 흐르는 것이 정서에도 좋지 않겠느냐. 무슨 청계천 같은 인공 하천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냐. 그리고 위천천의 상류와 하류에는 이미 자연 하천이 있다."

담당 계장의 이야기는 좀더 솔직하다.

"국토부의 4대강 지류 사업 가운데 거창에서 가져 올 수 있는 사업이 이 사업(생태하천 사업)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거창 군수가 시민 단체와 환경 단체에서 주장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 '생태 영향 평가'도 해보고, '주민 의견'도 들어 보겠다고 했다는 점이다.

물난리와 용수 확보 면에서만 생각하던 '강'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생태하천 개념으로 변화해 왔다. 막개발을 중단하고 강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살아나도록 복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막개발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업 자체가 4대강 지류 사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하지만, 이제라도 127억의 사업비로 위천천 주변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자연 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 거창 군수는 선거 때나 당선 된 이후에도 '환경주의자'임을 내세워 왔다. 거창 군수의 소신이 변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태그:#거창, #푸른산내들, #위천천,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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