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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여름이다~!!!"

수 년 전, 여름하면 등장했던 혼성 그룹이 있었다. 대중가요의 역사에 나름대로 깜냥을 자랑하는 사람이라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름은 '쿨'이라고. 가뜩이나 더운 여름에 뭐가 그리도 신나서 "와! 여름이다!"를 외쳤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지만, 그들의 시원한 노래마저도 사라져버린 여름은 그저 짜증스러운 대상일 뿐이다. 특히 빌딩과 아스팔트의 날숨이 후끈거리는 도시 속에서라면 더욱이 그렇다.

방 안에서 부채질만 연신하며 그림의 떡만 볼 것인가
 방 안에서 부채질만 연신하며 그림의 떡만 볼 것인가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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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라이드 나우'를 외치며 '지금 이것들을 타지 않으면 자네는 항상 더울 것이야'라고 속삭이는 텔레비전 광고는 여름을 도시 속에서 보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역 중에 고역이다.

최영록(24)씨는 "솔직히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어디든 놀러가서 시원하게 보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며 "도시에서의 여름은 20~30대 직장인 혹은 학생들에게 버티기 힘든 대상인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와 버린 여름을 마음대로 거부할 수도 없는 법. 그래서 준비했다. 일상의 쳇바퀴에 쫓기지만 그 속에서 여유를 좇을 수 있는 여름나기 방법을 말이다.

버스 드라이브... 환승할인 받고 시원하게 달려 보자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도시에서 여름을 보내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기자에게 사연 하나가 도착했다.

시원하게 달리는 버스드라이브의 한 장면
 시원하게 달리는 버스드라이브의 한 장면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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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8세 직장인 최보윤이라고 해요. 답답한 일상을 마주하고 있으니 몸이 축 처졌는데, 날씨까지 더우니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어느 날, 우연하게 단 하루의 휴일이 주어졌어요. 어디론가 떠나고는 싶었지만 다음 날 출근을 생각하니 그것도 쉽지는 않더군요. '몸과 마음이 시원해질 수 있도록 드라이브나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안에서 뒹굴다가 무작정 나와 버렸어요.

'그래. 어디든 가보자'라고 마음먹었죠. 그때 저희 집 앞에 광역 버스 한 대가 지나가더라고요. 저는 정류장에 선 버스를 타버렸어요. 외곽 순환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던 광역버스는 제 가슴을 뻥 뚫어 줬지요. 비록 자가용을 타고 폼 나게 달리는 드라이브는 아니었지만 환승할인 받으면서 했던 드라이브는 제 기억 속에 '일상 속 소소한 일탈'이었답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느끼는 소소한 일탈감
 달리는 버스 안에서 느끼는 소소한 일탈감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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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버스 드라이브'. '띠딕'이라는 효과음과 함께 시작하는 버스 드라이브는 도시를 벗어나 멀지 않은 도시에서 낯선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도미령(57)씨는 "요새 광역 버스는 에어컨도 잘 나오고, 실내도 쾌적해 (옛날에 비해) 참 탈 만해졌다"고 버스 예찬론을 설파했다.

덕분에 기자도 버스 드라이브를 경험해 봤다. 서울시 내에는 강남, 잠실 등을 비롯한 광역버스들의 거점이 여러 군데 있다. 기자는 잠실에서 1007번 버스를 탑승, 석촌호수·성남 등을 거쳐 수원에 닿았다. 가는 중간 중간에 탁 트인 도로와 나름 쌩쌩 달리는(규정 속도위반은 없었음을 밝힌다) 버스에서 드라이브를 맛봤다.

간단한 도움말을 달자면, 버스 드라이브를 할 때에는 취향에 따라 자리 선택에 신중해야 할 듯하다. 나만의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은 뒤쪽에, 버스 운전 기사님의 선곡에 몸을 맡기고 싶다면 앞쪽에 앉을 것을 권한다. 당연히 창가 쪽 좌석이 바깥 경치 감상하는 데는 더 좋으리라.

공원의 시원한 물줄기, 싸구려라 매도하지 마세요

버스 드라이브가 안겨주는 낯설음이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데서 여름을 날 수도 있다. 늘 곁에 있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공간인 공원이 바로 그것. 국내 대부분의 수목원이야 사전 예약과 멀리까지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동네 혹은 도시 내 대형 공원은 공짜다. 소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발품뿐이다.

서울 및 도심 공원 간략 정리. 위치 정보 등은 검색기를 이용해야
 서울 및 도심 공원 간략 정리. 위치 정보 등은 검색기를 이용해야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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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대개 공원하면 '파워 워킹으로 가득한 무도회장 같다'는 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시간대만 잘 맞추면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나름 시원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서울만 해도 여의도 한강공원, 광진구 어린이 대공원, 중구 서서울호수공원 등이 있고 인천 자유공원·송도 중앙공원, 광주 5.18 자유공원, 부산 금강공원 등이 갈 만한 공원에 꼽힌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신현솔숲 근린공원. 애초에 근린공원으로 설계 됐기 때문에 주차공간이 협소하다고 한다. 대중교통 이용인 필수.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신현솔숲 근린공원. 애초에 근린공원으로 설계 됐기 때문에 주차공간이 협소하다고 한다. 대중교통 이용인 필수.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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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김정현(26)씨는 "친지들이 주말 등을 이용해 공원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잦다"며 "가족 단위로 마실 나온 사람들을 보면 나도 괜스레 여유로워져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요새는 공원 내 분수뿐만 아니라 물놀이 시설을 따로 조성해 놓는 공원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 시흥시 신현동에 있는 신현솔숲 근린공원의 경우가 바로 그 예. 신현동 주민센터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신현솔숲 근린공원의 가장 큰 장점은 시설 이용이 무료라는 데 있다"며 "기본적으로 상수를 이용하고 인체에 무해한 약품으로 수질관리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쾌적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솔숲 근린공원은 양질의 시설에 무료라는 이점 때문에 인근 도시에서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때문에 주차공간이 협소해 불편을 겪을 수 있으므로 대중교통 이용은 필수다. 실제 주변에 주택가가 위치해 있어 주민들의 주차공간에 이용객들이 무단 주차(?)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감수성을 시원하게 해줄 흙 속의 진주들... 무료 문화예술공연

시원한 드라이브도 좋고, 물놀이도 좋다. 하지만 감성의 시원함 역시 충족시켜야 제 맛.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 생활비 지출에 헐떡이는 이들에게 문화생활은 어찌 보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 찾을 만 한 것이 바로 무료 공연. 유심히 살펴보면 지자체가 운영하거나 앞에 '국립'자가 붙는 문화예술기관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충족 시켜줄 만한 볼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다(기타 공연 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박스 참고).

  지자체 무료 문화예술 공연
-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황금토끼'
- 부산문화회관 '토요상설무대'
- 광주 광산문화예술회관 '월간 정기영화상영'
- 대구문화예술회관 '2011 납량 퍼레이드' (홈페이지 상단 2011 납량 퍼레이드 그림 클릭)
- 대전문화예술의전당 '2011 빛깔있는 여름축제'
*광역시 문화예술회관 중심으로 정리됐음을 밝힙니다. 링크를 클릭하시면 세부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국립극장에서 매주 토요일 늦은 5시 반부터 열리는 '토요문화광장'이다. 토요문화광장은 1993년부터 시작됐으며 국립극장의 대표적인 야외문화 행사다. 무대 역시 수준급 초대 손님으로 채워지는데 오는 8월에는 강산에·플래시 큐브(6일), 국립무용단(13일), 익스트림 패밀리(20일), 디어클라우드(27일) 등이 출연 대기 중이다. 당연 관람은 무료다(우천 시에는 취소될 수 있으니 기상예보를 확인하는 수고는 관객의 몫).

한편,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1층 푸치나 바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무료 재즈공연 '웬즈데이 재즈'가 진행되고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무료공연은 7월 6일까지였으나 관객들의 호응이 좋아 12월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예술의 전당 측은 "대개 음악회 하면 격식을 차리는 것으로 이해하기 쉬우나 '웬즈데이 재즈'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양질의 초대손님과 함께 하는 국립극장 '토요문화광장'(위).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웬즈데이 재즈(아래)는 고정팬들의 성원으로 12월까지 연장공연을 진행한다. 두 공연 모두 무료.
 매주 토요일마다 양질의 초대손님과 함께 하는 국립극장 '토요문화광장'(위).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웬즈데이 재즈(아래)는 고정팬들의 성원으로 12월까지 연장공연을 진행한다. 두 공연 모두 무료.
ⓒ 국립극장 / 예술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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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엥겔 지수에 허덕이고 있다는 김혜진(28)씨는 "한 번 가려고 마음먹으면 10만 원 가량이 깨지는 콘서트보다는 무료 공연이 부담 없다"며 "특히 막연하게 알았던 분야의 공연을 접했을 때는 마치 '흙 속에 진주를 찾은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극찬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대학시절 무료 공연 때 처음 봤던 메탈밴드 '미르'를 발견하고는 지금까지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역사의 피할 수 없는 진리 '집 떠나면 개고생'을 잊지 말길

일상은 팍팍하지만 가끔의 여유는 어떨까.
 일상은 팍팍하지만 가끔의 여유는 어떨까.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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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으레 '여름나기'라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거나 내지는 국내 굴지의 놀 만한 곳 정도는 가 줘야 하는 것 아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이 주는 신선함은 국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덧붙여 우리는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피할 수 없는 진리를 만날 마주하고 있지 않은가.

김혜진(28)씨는 "휴가철, 도시에 남은 사람들에게 여름은 즐길 대상이 아니라 버틸 대상"이라며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쿨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일상의 경쟁 속에 찌든 그대여. 다른 이들이 떠난 텅 빈 여름 도시에 남겨졌다고 우울해할 필요도 없고, 처량해질 필요도 없다. 경제적이면서도 알차고,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는 방법은 멀리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랄까.


태그:#여름나기, #도시, #버스, #공원,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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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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