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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이 트럭으로 리어카를 끌지 못하게 길을 막자 노점상들이 차 밑으로 들어가고 있다.
 종로구청이 트럭으로 리어카를 끌지 못하게 길을 막자 노점상들이 차 밑으로 들어가고 있다.
ⓒ 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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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이 이전하라는 곳에서 장사해서 최저 생계유지가 가능하면 우리가 받아들이고 싸움을 안 했겠죠. 예전에 구청이 옮기라고 한 그곳에서 장사했어요. 거기에서는 하루에 만 원도 못 팔았어요. 사람이 없는 장소로 옮기는 게 대책이 될 수 없죠. 구청에서 우리를 난민으로 만들려는 거예요."

김근기 종로 노점상 연합회 부회장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 노점 상인들과 단속반 사이에 한 차례 충돌이 일어난 후라 얼굴도 상기되었다.

"최저생계 유지할 수 있는 곳에서 장사하게 해달라는 것"

22일 오후 1시 리어카를 끌고 인사동 거리로 나가려는 노점 상인들과 노점 보관 창고 바로 앞 도로를 단속 차량으로 차단한 종로구청 노점 단속반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노점 상인들은 리어카의 이동이 막히자 단속 차량 밑으로 들어가 "선량한 시민들이 먹고 사는 것을 왜 막느냐"며 "뭐가 무서워 용역으로 둘러싸고 있느냐"라고 단속반을 상대로 강하게 항의했다.

이러한 충돌은 올해 초 종로구청에서 '걷기 편한 거리' 조성 사업을 인사동에서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09~2010년 종로 거리의 노점상 647곳을 주변 이면도로로 이전시킨 데 이은 후속작업이었다. 종로구청은 대학로와 왕산로의 노점상도 정리해 '걷기 편한 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김근기 부회장은 "노점상을 정리하는 이유가 인사동을 걷기 편한 거리, 평일 차 없는 거리로 만들려는 계획 때문임을 안다"며 "그래서 구청에서 요구하는 구간에 있는 노점을 다 비워줬으니 최저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전해서 장사를 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청에서 노점상에게 이전 장소로 마련한 문화마당 공간. 복잡한 인사동 길과 달리 한산하다
 종로구청에서 노점상에게 이전 장소로 마련한 문화마당 공간. 복잡한 인사동 길과 달리 한산하다
ⓒ 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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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회장과 함께 종로구청이 노점상 이전 장소로 마련한 문화마당을 찾았다. 인사동 골목 입구에 있는 문화마당은 전면에 커다란 돌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평일에도 북적이는 인사동 대로변과 달리 문화마당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김 부회장은 "보다시피 사람이 거의 없는 막힌 공원인데 여기서 장사하느니 집 안방에서 장사하는 게 낫겠다"며 "노점상들과 종로구청을 뺀 객관적인 제3자, 시민들이 이곳에 와서 장사가 될 자리인지 검증해주면 결과를 수용하겠다"라고 말했다.

종로구청이 또 다른 이전 장소로 마련한 돌마당(인사동 사거리~낙원상가)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파라솔이 7개가 설치되어 있어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이 보였으나 인사동 대로변 바로 옆 골목이라고 보기에는 한산했다.

종로구청에서 마련한 또 다른 공간인 돌마당. 이곳도 거리가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종로구청에서 마련한 또 다른 공간인 돌마당. 이곳도 거리가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 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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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이 일방적으로 타협안 결렬시켜"... "점포주 민원으로 어쩔 수 없어"

김광일 종로 노점상 연합회 관훈 지부장은 "인사동 사거리 북쪽에서 사거리 남쪽으로 이전하는 16개의 노점상 점포 중 5개는 문화마당으로, 3개는 사거리 부근 장애인 점포 전용 공간으로, 나머지 8개는 인사동 사거리 남쪽 곳곳에 배치하기로 지난 15일 종로구청과 구두 협상을 마쳤다"며 "그런데 4일이 지난 19일 종로구청에서 일방적으로 타협안이 결렬되었음을 알렸고, 22일 용역을 동원하여 노점상을 막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지부장은 "종로구청에서 새로 제시한 타협안에서 인사동 사거리 남쪽에 배치하기로 했던 8개의 점포가 돌마당으로 옮겨졌다"며 "그곳은 노점상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종로 대로변 노점상을 이면도로로 이전할 때 종로구청이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서울시에 '시정개발단'이라는 별도의 전담기구를 만들었다"며 "그런데 노점상이 이전하자마자 전담기구가 해체하는 바람에 어디 가서 항의할 곳도 없는 상황인데 종로구청의 대책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상인들의 반응에 종로구청은 단호한 의견을 나타냈다. 김오현 서울시 종로구 건설관리과 시설팀장은 "평일 인사동 유동인구가 5만이고 주말은 10만인데 인도에 있는 노점상과 상가에서 밖에 내놓은 적치물로 시민들의 보행권이 확보되지 않고, 차도로 걷게 된다"며 "인사동이 2~3년 사이에 유동인구가 훨씬 늘어서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혼잡함을 해소하기 위해 조성사업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점상 연합회에서 제시한 안을 수용했다가 결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 시설팀장은 "요구안을 받아들인 게 아니고 구청 처지에서도 노점상이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이 중요하므로 검토해본 것"이라며 "검토 과정에서 인사동 상가 점포주들이 수많은 민원을 제기해서 요구안을 못 받아들이겠다고 결론내고 통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돌마당에 들어가는 8개 점포를 남인사대로로 옮겨달라는 종로 노점상 연합회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종로구청 측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대치 상태는 끝났다.

덧붙이는 글 | 강유진 기자는 오마이 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인사동 노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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