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2001년 귀화)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현동 한진중공업 본사앞에서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3차 희망의 버스' 주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8일째 단식농성 중인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이 나타나자 끌어안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2001년 귀화)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현동 한진중공업 본사앞에서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3차 희망의 버스' 주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8일째 단식농성 중인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이 나타나자 끌어안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3차 희망버스 출발을 10일 앞둔 20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240시간 240명이 참여하는 주경야독(주간엔 경찰과 야간엔 독한 모기) 릴레이 1인 시위가 시작됐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3차 희망버스' 기획단에서 준비한 시위의 첫 번째 주자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와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가 나섰다. 두 사람은 해가 내리쬐는 한낮의 더위에도 연방 미소를 보였다.

박노자 교수는 오후 1시 무렵 유쾌한 걸음으로 한진중 본사 앞에 나타났다. 뒤이어 노회찬 전 대표가 등장하자 포옹으로 반기며 8일째 단식 중인 노 전 대표의 안부를 물었다. 박 교수는 고깔모자를 쓰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박 교수에게서 시위에 참가한다는 엄숙함보다 즐거움이 느껴졌다. 그래도 그가 하는 말들은 매서웠다.

희망버스 상징인 '깔깔깔 고깔모자'를 쓴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2001년 귀화)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현동 한진중공업 본사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3차 희망의 버스'가 주최한 릴레이 1인 시위의 첫 주자로 참여하고 있다.
 희망버스 상징인 '깔깔깔 고깔모자'를 쓴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2001년 귀화)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현동 한진중공업 본사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3차 희망의 버스'가 주최한 릴레이 1인 시위의 첫 주자로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박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기업이 자본의 재투자나 노동자 복지 제고에 대한 의무를 방기한다면 존재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은 생산시설을 국유화하거나 폐기처분 하는 게 정치사회에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에 대해서는 "1980년대 미국이나 영국의 탈산업화 정책을 그대로 옮긴 것이며 한국, 필리핀 노동자에게 똑같은 재앙"이라며 "필리핀 노동자를 고용해서 일자리 만든다는데 그곳에서 '킬링필드'라고 불리는 악덕기업, 말 그대로 사람이 굶어 죽을 일이 없는 이상 가지 않는 기업이 되었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희망버스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1990년대 후반 이후에 노동 운동이 노조 이기주의로 비판 받고 중상계층의 시민이나 노동계급의 시민들이 고립되며 일반 시민과 노동 운동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부분이 극복된 것 같다"며 "지금 하는 투쟁은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시민들이 알게 되며 노동 운동이 전 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돼 1990년대 후반 이후의 위기를 지금에서야 제대로 극복한 느낌이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희망버스가 1980년대 후반 노동자대투쟁이 학생투쟁이나 시민계급투쟁으로 퍼져나간 것처럼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동 운동에서 여론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진중공업 사태를 일반 시민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시민을 바탕으로 국론을 조직하고, 그 국론이 하나의 힘과 압박이 되어 해고자들의 복직 투쟁 승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여론화에 많이 노력을 기울여서 빠른 시일 내에 승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노자 교수 "이런 일이 21세기 초반에 일어날 거라고는..."

희망버스 상징인 '깔깔깔 고깔모자'를 쓴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2001년 귀화)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현동 한진중공업 본사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3차 희망의 버스'가 주최한 릴레이 1인 시위의 첫 주자로 참여하고 있다.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중인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박노자 교수와 한진중공업의 부당한 정리해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희망버스 상징인 '깔깔깔 고깔모자'를 쓴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2001년 귀화)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현동 한진중공업 본사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3차 희망의 버스'가 주최한 릴레이 1인 시위의 첫 주자로 참여하고 있다.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중인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박노자 교수와 한진중공업의 부당한 정리해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노회찬 전 대표는 한진중공업 사태를 정치적 측면에서 바라보며 "지금 한진에서 벌어지는 일은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법과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사법부와 입법부는 경영상의 급박한 이유가 없는데도 집단 해고가 가능하도록 법을 부실하게 만들고 법을 잘못 해석해서 대량 정리해고가 가능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다고 인정해주는 공범들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산에서 가장 큰 기업이 사측의 탐욕 때문에 회사를 폐쇄하려고 하는데 이게 정치문제가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노사가 합의했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고 이것이야 말로 주요한 정치 문제고 국회에서 다뤄야 하고 정부가 개입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여러 사람들이 단식하며 투쟁하는 것은 사태를 확산시키기 위함이 아니고 사태가 해결되어 김진숙 지도위원이 빨리 내려올 수 있도록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인 시위 경험이 없다는 박 교수에게 시위 참가 이유를 묻자 "영도조선소 골목을 보면 경찰이 전부 지키고 있고 해고자분들이 길에 앉아서 노숙하며 투쟁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21세기 초반에 일어날 거라 상상하지 못했고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면서 "절실한 일을 가지고 투쟁하며 강한 의지를 보이는 사람과는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일어난다"고 대답했다.

시위를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나자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가 한진중공업 정문에 도착했다. 박 교수가 쓰고 있던 고깔모자를 심 전 대표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릴레이 첫 주자의 1인 시위는 끝났다.

홍세화 "혼자 경쟁해 이기기 보다 연대하고 저항해야"

1인 시위를 시작한 홍세화 편집인
 1인 시위를 시작한 홍세화 편집인
ⓒ 강유진

관련사진보기

오후 4시, 다시 한진중공업 본사 앞을 찾았다.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이 릴레이 바통인 고깔을 넘겨받았다. 홍세화 편집인은 "인간답게 살기가 너무 힘든 세상"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홍세화 편집인은 "젊은이들이 우리가 지금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임이 분명한데 초중고를 거치며 자본주의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지금이 어떤 세상인지 젊은 세대가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 실업,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 이게 모두 자신의 문제인데 청년들이 혼자 골방에 갇혀 스펙 쌓으며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며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은 지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구조와 환경을 바꾸지 않고선 패배할 수밖에 없으니 거리에 나와서 같이 저항하고 연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편집인은 20대 사회 참여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며 "몇 년 전만해도 반값 등록금 투쟁에 학생들이 많이 나서지 않았는데 지금은 천만 원 등록금 내도 나한테 돌아오는 건 청년 실업, 88만원세대 아니면 비정규직이라는 걸 인식하기 시작하니 많은 학생들이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시대의 화두는 저항과 연대이며 혼자 경쟁해서 이기기보다 함께 연대하고 저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깔모자가 잘 어울린다는 기자의 말에 "산뜻하고 좋다"며 "운동도 무겁고 엄숙함을 탈피해서 발랄하고 가벼워야 하는데 이번 3차 희망버스의 모토가 '영도조선소 앞으로 휴가 가자'로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투쟁이다"라고 대답했다.

홍 편집인은 20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로 "나눔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며 "오로지 경쟁과 사적 욕망만 날뛰고 있는 세상에서 희망버스는 인간과 인간의 정서 나눔을 느끼고 인간성의 확장을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에 젊은 세대들이 꼭 참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주경야독 릴레이 시위는 3차 희망버스가 출발하는 30일 오후 1시까지 지속된다. 일반인의 1인 시위 참여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카페에서 신청 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강유진 기자는 오마이 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한진중공업, #박노자, #홍세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