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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과천교육지원청이 15일 오후 2시 안양시청 강당에서 개최하려던 안양시 만안구 학군 중학교에 대한 재배치를 위한 주민설명회가 학교통폐합 및 이전 계획으로 학교가 없어질 위기에 놓인 안양서여중 학부모와 학생들의 단상 점거농성으로 무산됐다.

 

안양과천교육청은 이날 설명회에서 학생 수 감소와 중학교 없는 지역을 고려한 안양 만안학군 교육여건 개선을 이유로 학교재배치 추진개요, 만안중학군 현황, 박달동 중학교 신설 분석, 학교 이전·재배치계획, 향후 추진계획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었다.

 

교육지원청의 중학교 재배치 추진 계획에 따르면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 해소 등을 위해 안양시 만안학군 박달동에 오는 2014년까지 22학급 규모의 중학교를 짓고 학생수 감소 추세에 있는 안양9동의 안양서여중과 신안중학교 가운데 1곳을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안양서여자중학교와 신안중학교가 결국 통폐합되어 남녀공학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32년 역사의 서여자중학교가 없어지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이날 중학교 재배치 주민설명회장을 찾은 안양서여중 학부모와 재학생, 동문회원 등 150여 명은 "서여중·신안중 통폐합 결사반대. 우리는 서여중을 끝까지 사수한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세우고 주민설명회 단상을 점거하는 등 토론회 개최 저지에 나섰다.

 

 

"학교 이전이라지만 서여중을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서여중 통폐합 결사반대, 결사반대', '통학버스 지원하라', '교육경비 대폭 지원하라', 만안구에 하나뿐인 여중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라', '교육청은 서여중을 지켜내라' 등 구호를 외치고, 교가를 부르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특히 교육청 관계자가 학생들에게 단상에서 내려올 것을 종용하고, 객석에서 무선 마이크로 설명회를 강행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이날 설명회에 왔던 이종걸 국회의원은 "그냥 가려다 말을 해달라고 해서 한마디 하겠다"며 학교 노후화 등을 거론하며 학부모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이전을 전제로 한 것이 무슨 대화냐" "학교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등의 항의를 받고 설명회장을 빠져 나갔다.

 

차정자 안양서여중 학교운영위원장은 "2007년 이후 서여중과 신안중 학생수가 1000여 명이 줄어들 동안 교육청에서는 아무 손도 쓰지 않았다. 산 쪽에 있다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교육청이 정치인들과 함께하며 정치논리에 휘둘리게 되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어 차 위원장은 "안양과천교육장과 안양시장이 좋은 방안을 만들겠다고 해놓고는 결국 학교 이전 설명회를 만들어놓았다"며 "교육청이 그동안 지원은 하지 않고 이제와서 이전이라는 명분으로 학교를 없애려 하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우리 학생들에게는 사전에 설명 조차 없었습니다" 

 

최혜숙 동문회장(6회 졸업생)도 "우리는 박달동에 중학교가 신설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서여자중학교가 박달동으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며 "32년의 전통과 천혜의 좋은 환경을 가진 서여중이 여자중학교로서 특성을 살려 전인적인 인성교육을 계속할 수 있도록 혁신학교로 지정해 달라는 것이 동문화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안양서여중 3학년 정재영양은 "우리들이 주인공인데 교육청이 우리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었어요. 학원에서 친구들이 '너희 학교 폐교된다'는 말을 듣고 알았다"고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당하니까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오는 거라"고 말했다.

 

정양에게 '해결방안'을 질문하자 "우리 서여중을 두고 통학이 불편하다는 등 학교 환경이 열악하다고 몰지 말고 스쿨버스 지원, 혁신학교로 지정해서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청이 계획한 토론회는 이들의 1시40분에 걸친 점거농성으로 결국 무산됐다. 안양과천교육청 학무국장은 "추후에 날짜를 정해서 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만안중학군 내 중학교가 안양동과 석수동 일부 지역에 편중 배치됐고 박달동에는 없다"며 "만안중학군의 경우 최근 4년간 매년 평균 5.47%씩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학교 재배치 계획으로 32년 전통의 여중학교 사라질 처지

이번 사태가 불거진 배경은 만안구 중학교군의 경우 7개 중학교가 안양동 지역에 밀집돼 있는 반면 인구 4만여 명의 박달동 지역에는 중학교가 한 곳도 없어 안양9동까지 원거리 통학을 하는 실정으로 중학교 설립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교육지원청이 작성한 통학여선 개선 및 적정규모 육성을 위한 학교 재배치 추진계획을 보면 인구 4만1000명의 박달동에는 중학교가 전무해 박달초, 삼봉초 2개교(2011년 3월 현재 학생수 2258명)를 졸업하는 31~42%는 버스를 2번 이상 갈아타며 1시간 거리의 안양동에 있는 중학교로 통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안양 9동에 자리한 안양서여중과 신안중의 올해 배정인원을 보면 149명과 166명으로 지원자는 73명과 118명에 그쳐 강제배정된 학생만 76명과 48명에 달해 학생 수가 갈수록 감소 추세에 있어 학교측과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지원 대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교육지원청은 박달동 주민들과 국방부가 정보사 이전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학교용지를 마련하기로 합의하고 중학교 설립 청원을 냈음에도 만안중학군 전체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음을 이유로 박달동에 학교를 추가 설립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해 왔다.

 

결국 지역국회의원, 시.도의원 등이 중재애 나서고 지난 3월 안양시로부터 박달동 지역 중학교 설립건의를 받자 안양9동 중학교중 1교를 박달동으로 이전.재배치하여 학생통학여건을 개선하고 적정규모 학교를 육성하는 방안의 학교재배치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교육청은 박달동에 22학급 규모의 중학교(156억원 투입)를 신축해 서여중과 신안중 가운데 1개교를 이전하고 신설중학교와 안양9동에 남은 1개교 역시 남녀공학으로 계획하고 있어 안양 서여중은 교명을 바꿀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발이 적지않은 상황이다.


태그:#안양, #서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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