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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민선5기 지방자치단체장 취임 1년을 계기로 '시민과 함께 하는 자치단체 습격'을 기획했습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진행하는 이 정치토크쇼에는 출연을 원하는 전국의 자치단체장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유쾌한 청문회'를 겸해 취임 1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는 첫번째 '자치단체 습격' 사건의 '희생자'는 염태영 수원시장입니다. <편집자말>

 

오연호 "다음은 김어준씨의 특별 취재 코너입니다."

김어준 "자료를 보니까 성형수술 하셨다던데… 이거 루머인가요?"

염태영 "아닙니다. 이마에 흉터가 있어서 칼을 댄 적이 있는데, 뭐, 부정하진 않겠습니다.(웃음)"

김어준 "제목 괜찮네요. 성형 수술한 수원시장, 유리 진정성 느껴져 좋아해."

 

동시에 '왘' 터지는 폭소, 요란한 박수 소리가 잇따랐다. 이어 염태영 수원시장이 "후보 시절 토론을 여러 번 했지만,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만 간추리는 화끈한 재주가 있다"고 '적군'을 평가했을 정도로, '습격'은 성공적이었다.

 

그만큼 '전과'도 상당했다. 성형수술 '고백' 류의 다소 가벼운 '전리품'은 물론, 염 시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처음으로, 기회가 된다면 수원·화성·오산 '통합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뉴스'도 '노획'했다. 하지만 가장 큰 '전리품'은 역시 정치와 유쾌하게 한 판 놀 수 있는 새로운 정치 토크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었다.

 

<오마이뉴스>와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6·2 지역선거 1년을 맞이하여 주최한 유쾌한 청문회, '오연호-김어준의 자치단체 습격, 그 첫 번째 수원 편'이 6일 선을 보였다. 일단 재미있었다. '작전'이 벌어진 90여 분 동안, 수원 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홀은 '웃음'으로 들썩였다.

 

김어준 총수 "난 악마 역할을 하러 왔다"

 

그 선봉에 선 '장수'는 역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였다. "난 악마 역할을 하러 왔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출사표를 던진 그대로, 그는 때로는 집요하게, 때로는 인정사정없이, 묻고, 따지고, 자르고, 심지어 우기기까지 했다.

 

습격 초반, 염 시장의 학생 운동 이력을 문제 삼는 대목이 꼭 그러했다. 염 시장이 아무리 "사실 누구보다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다", "도바리(시국사건 수배자들이 검거를 피해 도망치던 것을 가리키는 1980년대 운동권 은어)도 많이 했다"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한사코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비틀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염 시장이 학생운동으로 구속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염 시장이 대학 졸업 후 미원·삼성 등 대기업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이력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안 잡혀간 것까진 좋다. 보통 학생 운동 다음에는 농민운동 또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굉장히 어렵게 살지 않느냐"며 "다른 동료들 다 고생하는데, 이래도 되는 거냐"고 몰아붙였다. 염 시장의 대답은 이러했다.

 

"소년 가장으로 집안을 책임져야 했고, 그래서 직장에 취업을 했어야 했다. 막내 동생이 대학 졸업하고 취업할 때까지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물론 이로 인해 일종의 '채무의식'이 있었고, 언젠가 이를 벗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막내 동생이 취업할 때쯤 회사를 그만 두고 시민운동을 시작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경력이 뭔가 슬퍼요"... 참으로 독한 '아이스 브레이크'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다시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에 어머니를 잃은, 염 시장의 아픔을 감안하면 '짠한' 대목이었다. 염 시장이 설운도씨의 '누이'를 부르고, 병상에 있는 자신의 누이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 역시 그러했다.

 

그런데도, 참, 박정하기는… 1997년 화장실 문화개선운동에 나선 이력을 거론하며 "경력이 뭔가 슬프다"고 시비를 걸지 않나, 이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는 염 시장이 "지금 수원에 오면 100여 개 공공 화장실이 있는데, 모두 다른 디자인이다. 호텔급 화장실"이라고 모처럼 자랑 좀 하려니까 "화장실 이야기 그만하자"며 싹둑 말을 자르지 않나.

 

김어준 총수, '아군'인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나중에는 염 시장이 "이쪽(김어준 총수) 보기가 겁이 난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염 시장의 대학 시절 별명이 '염 고도리'였다는, "새벽까지 고스톱을 치다가 108점을 기록해 얻은 별명"이란 이야기나, "소녀시대 멤버 중 유리가 진정성이 느껴져 좋다"는 고백 역시, 김 총수 '독설'에 의한 개가였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습격' 직전 염 시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떻게 난도질당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한 몸 깨져서 즐겁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겠냐"고. 지금쯤이면 이 말을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염 시장이 물을 마시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참으로 독한 '아이스 브레이크'임에 분명했다.

 

수원·화성·오산 통합 절대적으로 중요... 그럼 통합시장은?

 

허나 염 시장 역시 호락호락 '무장해제'할 사람은 아니었다. 앵콜곡 '사노라면'을 무반주로 부르다가 가사를 '잊어 먹은' 상황, 예의 "그만 하시라"는 김 총수의 거센 '딴지'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끝까지 완창에 성공, '한고집'이 엿보였던 대목이다. 김 총수마저 "반주 없이 이 정도 목소리라면 재선에 유리할 것 같다"는 말로 일단 '후퇴'할 정도였다.

 

 

특히 '시정 습격'에는 완강하게 저항했다. "아직도 무늬만 지방자치란 것을 많이 확인했다. 실제 주민 자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내가 꼭 해야 될 과제"라며 주민참여 예산제, 시민배심원 제도 등을 "주민 참여 자치 기반 구축"의 한 예로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주민 스스로에 의한 자치에 대한 소신이 짙게 묻어났다.

 

수원·화성·오산이 통합돼야 한다는 확신도 강하게 피력했다. 염 시장은 "예전에 수원군이란 하나의 지명에 속할 만큼 뿌리가 같은 지역임에도 행정구역이 나누어져 있어 훨씬 더 큰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호 보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어 미래로 더 적극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통합으로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로 인해 김 총수에게 반격의 꼬투리를 제공하고 말았지만. "통합 시장에 출마할 거냐"는 질문에 염 시장은 "그런 기회를 주시렵니까?"란 답으로 출마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이어 "통합 시장에 대한 욕심을 갖고 (통합 주장을) 하는 건 전혀 아니다", "그렇게 해야만 세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란 말로 '수습'을 시도했지만, '김어준 장군'은 이미 떠난 다음이었다.

 

유시민 대표, 노무현 대통령처럼 버릴 줄 알았으면...

 

그 자리에, 오연호 대표가 '대선 노트'를 들고 마무리에 나섰다. 거론된 인물들은 이명박 대통령,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아,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 등 하나같이 '거물들'. 참여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했던 경력,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 현직 시장임을 감안하면, 그로서는 예민한 '습격'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염 시장은 "이런 자리에서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대부분 질문에 자신의 주관을 비교적 명확히 밝혔다. 먼저 염 시장은 먼저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을 묻는 질문에 국민과의 소통, '아집 금지', 미래 비전에 대한 확실한 주관과 역량, 도덕성 등을 꼽았다.

 

이어 김 총수가 '그런 기준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정도냐'고 묻자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놨다. 염 시장은 "그만큼 지금 대통령에 대한 아쉬움이 컸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하면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참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과 함께 "과욕"이란 의견도 덧붙였다.

 

유시민 대표와 관련해서는 "정치적 비전과 우수한 두뇌, 역사의식 다 훌륭하신 분"이라고 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훌륭한 덕목 중 하나가 스스로가 불리해도 버릴 줄 알았던 것이었다. 그런 부분을 좀 더 갖췄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더 훌륭한 참모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시민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찾는 일, 그 핵심은 인권"

 

어느덧 시계는 오후 9시 30분을 항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는 철수할 시간, 염 시장의 마무리 발언 차례였다. 용케 습격을 견뎠으니, 그동안 못다 한 '자랑'을 쏟아내진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염 시장이 선택한 키워드는 '인권'이었다.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이것이 우리 수원의 가장 큰 슬로건이다. 시민이 주인으로서 권리와 책임의식을 갖는 것, 결국 핵심은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찾는 일, 여기에 눈을 뜨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되고, 그럼으로써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휴먼시티의 요체도 인권이다."

 

끝으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염 시장은 "즐거움이 된다면 더 깨져도 괜찮다"고 하면서도 '한 번 더 하겠냐'고 묻자 "다시 하긴 어려운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반면 90여분 동안 '습격'에 동참한 참가자 400여 명은 "다른 자치단체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니 어떻습니까. 오연호와 김어준의 습격에 맞설 자치단체장님, 또 안 계십니까. 하나만 더 말씀드리죠. 아마 다음 '습격'을 견뎌내면 '용자'의 반열에 오르실 겁니다. 김어준 총수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거든요. "오늘은 첫 타자라서 살살했다"고.


태그:#염태영, #수원시, #오마이뉴스, #지방자치,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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