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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2009/2010년 빈곤 아동 수에 관해 보도한 BBC.
 영국의 2009/2010년 빈곤 아동 수에 관해 보도한 BBC.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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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노동당 정부에서 발효된 영국의 '아동 빈곤법 2010(The Child Poverty Act 2010)'은 정부로 하여금 2020년까지 빈곤 아동을 10% 이하로 낮추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법의 시초는 1999년 3월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빈곤 아동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노동당 집권 기간이던 2009/2010년에 빈곤 아동 수가 감소하였다고 발표됐다. 2009/2010년 전체 아동의 20%인 260만 명이 빈곤선 아래로 분류되는 빈곤가구에서 사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 수치는 이전 연도에 비해 2% 감소한 수치다. 영국에서는 주택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연령인 성인과 연금생활자를 포함하여 중간소득 60% 미만 가구의 아동들을 빈곤 아동들로 정의하고 있다. 주택가격을 고려할 경우, 상대적 빈곤상태인 아이들은 전체 아동의 29%에 해당하는 380만 명으로 이전 연도와 비교하여 1% 정도 더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성인 빈곤의 경우 예전과 비교하여 전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연령 인구의 16%인 570만 명이 상대적 빈곤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금수령자의 18%인 210만 명이 상대적 빈곤상태로 조사된 것이다. 이 수치는 이전과 비교하여 2% 감소한 것으로, 주택가격을 고려하면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대해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합정부를 이끄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복지에 대한 노동당 정부의 투자가 초라한 상태로 되돌아온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연합정부의 노동연금 비서인 레인 던컨 스미스는 이들 수치가 예전 영국에서 나타났던 소득불평등이 증가한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150조에 해당하는 금액을 '택스 크레디트(Tax Credits)'에 지원하였지만, 가난한 사람과 부자 간의 격차가 지난 5년에 걸쳐 더 커졌다고 주장하였다. 연합정부 관계자들은 '근로'를 통한 복지 지원이 아동 빈곤을 줄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하였다.

150여 개의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는 'End child poverty' 홈페이지.
 150여 개의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는 'End child poverty' 홈페이지.
ⓒ End child pove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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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복지' 내세워 아동 보호 예산 삭감한 보수당-자민당 연합정부

연합정부는 노동당 정부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던 복지를 '유니버설 크레디트(Universal Credit)'로 단일화해 대체했다. 개혁의 이름으로 빈곤과 의존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것이 연합정부의 복지개혁 목표다. 연합정부는 제도 변화를 통해 35만 명의 아이들을 포함해서 거의 100만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영국에서 아동 수당(Child benefits)과 함께 지금까지 대표적인 아동 보호 장치로 역할을 해 온 차일드 택스 크레디트(Child Tax Credits)는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수입에 따라 주당 240파운드(약 43만 원)까지 아동 보호 비용으로 지원하여 왔다. 그러나 연합정부는 3월 예산계획(March's Budget)에서 이것을 축소해 주당 210파운드까지만(한 자녀의 경우 주당 122.5파운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유니버설 크레디트로 아동 보호 예산을 더 축소할 것과 함께 부모가 주당 150.5파운드 이상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근로 유인을 위해,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부모가 주 3일이 아니라 4일 근로할 경우 주당 3파운드를 소득으로 더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영국 연합정부의 '복지 개혁'의 근간은 사람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 수혜를 조건으로 빈곤가구에 근로를 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로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강하고 새로운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레인 던컨 스미스는 정부의 '복지 개혁'과 관련해 "일하지 않고 복지 수혜에 의존하는 유산 때문에 빈곤가족 구성원이나 그 아동들이 변화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게 되어, 그들 스스로 '사회의 주변인'으로 여기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정부는 새로운 척도를 통해 "공공서비스와 복지국가를 바꿔 일하지 않거나 교육적으로 실패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말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빈곤가족에 대한 초기 개입과 전 가족 및 전 생애 접근법을 심도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연합정부의 빈곤 아동에 대한 기본 전략은 새로운 정책들을 내세우기보다는 기존에 이미 취해진 조치들을 개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욕구(Need)를 강조하고 취약계층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에 대한 오명을 불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동 보호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해 보도한 BBC.
 아동 보호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해 보도한 BBC.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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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개혁? 망치로 때리는 것 같은 심각한 영향 끼칠 것"

이러한 연합정부의 '복지 개혁', 그중에서도 특히 아동 보호 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다. BBC 정치 리포터 케이트 콘웨이는 아동 보호 예산 삭감이 '일하는 복지(make work pay)'를 내세우고 있는 캐머런 총리의 정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패밀리 액션(Family Action)의 회장 헬렌 덴트는 정부의 '복지 개혁'과 관련해 사회적 이동과 초기 대응을 강조하며, 정부의 정책이 취약계층 가족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초래할 것이며 특히 어린아이들과 갓난아이들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재정연구기관(The Institute of Fiscal Studies)은 정부의 복지제도 개편으로 인한 대혼란 때문에 2012/2013년 및 2013/2014년 회계연도에 상대적 빈곤 아동이 20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레절루션 재단(Resolution Foundation) 회장 가빈 켈리는 정부의 '복지 개혁'이 근로 가족들에게 망치로 때리는 것과 같은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일드 파버티 액션 그룹(Child Poverty Action Group), 버나도(Barnardo), 조세프 라운트리 재단(Joseph Rowntree Foundation) 등 아동 빈곤 관련 기관들 역시 정부가 아동 빈곤을 종결시키는 싸움에서 퇴보했으며, 아동 보호 예산 삭감이 아동 빈곤율을 낮추는 데 악영향을 끼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차일드 파버티 액션 그룹의 회장 엘르슨 간함은 정부의 전략이 거짓 공약에서 출발했으며 지난 수십 년간의 실직 대책에서 나아진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버나도의 회장 앤 마리 캐리 역시 정부 조치가 아동 빈곤을 줄이는 데 충분하지 않으며, 정부 대책에 어떻게 2020년까지 아동 빈곤을 종식시킬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어서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유니세프와 세이브 칠드런(Save Children) 역시 수백만 명의 아동이 여전히 빈곤과 투쟁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노동연금 장관 비서 마가렛 쿠란은 '근로가 빈곤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경로'라는 보수당의 주장에 대해 정부의 아동 보호 예산 삭감이 가족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믿음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논평하였다. 이와 관련, 보수당은 '부모들이 근로를 통해 세금을 지불해야 하며 그래야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정부가 말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저임금의 한부모가정에 대한 불공평한 처우 문제를 시정하겠다는 캐머런 총리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연합정부의 '근로를 통한 복지 수당 지급' 및 차일드케어 택스 크레디트(Childcare tax credits)에 대해 2013년 시행될 예정인 '복지 개혁'이 어떤 부모에게는 추가 소득마다 94펜스를 더 잃게 만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사회 복지 예산 삭감은 약물이나 알코올 관련 사회적 질환 증가와 관련이 깊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영국에서 발표되었다. 더불어 최근 영국에서 알코올과 관련한 병원 입원이 최고치에 달했다는 조사가 발표되었다. 아동 보호 예산까지 삭감한 연합정부의 '복지 개혁'이 영국인들의 삶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태그:#복지, #아동, #영국, #빈곤, #데이비드 캐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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