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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갖고 이러쿵저러쿵하시는 분도 많지만 올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마 모두가 수긍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 4대강 사업 낙동강구간 상주보 공사현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행사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내달렸다. 그런데 이에 앞서 약 3시간 전(낮 12시 17분) 4대강 공사 현장에서는 건설노동자 2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4대강 사업 낙동강구간 상주보 공사현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 참석해 "4대강 (사업) 갖고 이러쿵저러쿵하시는 분도 많지만 올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마 모두가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4대강 사업 낙동강구간 상주보 공사현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 참석해 "4대강 (사업) 갖고 이러쿵저러쿵하시는 분도 많지만 올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마 모두가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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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이 대통령이 하이킹을 즐긴 곳에서 불과 18km 떨어진 경북 의성군 4대강 사업 낙단보 공사현장에서 일어났다. 보와 인접한 20m 높이의 기계실 건물 지붕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무너져 내려 하아무개(32)씨와 김아무개(40)씨가 18m 아래로 추락했다. 두 사람은 콘크리트 더미에 묻혔고, 119구조대에 구조됐으나 병원으로 후송 도중 숨졌다.

건설노조의 한 관계자는 콘크리트 작업이 마무리돼 굳어가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 같은 사고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타설작업을 하면 지붕이 무너지지 않도록 동바리(수직으로 세우는 아주 짧은 기둥)를 설치하는데 사고 현장 같이 지붕이 높은 곳은 시스템동바리(각 동바리를 엮은 구조물)를 쓴다"며 "이번 사고는 공기단축과 비용절감을 위해 일반 동바리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국토부)와 시공사 측이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무리한 속도전' 속에 일어난 사망사고라는 비판이 일었다.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9년부터 지난달 18일까지 공사 현장에서는 19건의 사고로 2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올해 들어 12명, 4월에만 6명이 숨졌다.

그로부터 바로 이틀 뒤 금강 사업구간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본인(노동자)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정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분석해 보면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없고 대부분 본인 실수에 인한 사고나 교통사고, 익사사고"라고 설명했다(관련기사 : "4대강 사업 사망노동자, 대부분 자기 실수").

국토부 역시 "속도전으로 인한 사고는 없다", "인명 희생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안전 교육을 철저히 이행하고 노동조건을 준수한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2009년 4대강 사업이 본격화 된 이후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현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공식적인 의견을 4차례 밝혔다.

하지만 사망사고 발생 원인과 공사 현장의 증언을 분석하면 국토부의 해명은 신뢰를 얻기 힘들다.

사망원인이 개인 실수?... 굴착기 장비 불법개조해 공기 단축 

NO. 일시 지역 고구명 업체명 사고내용
1 2009.08.16 경북 칠곡 낙동강 24공구 ㈜대우건설 보트 뒤집혀
지질조사원 사망
2 2010.03.27 경남 합천 낙동강 20공구 ㈜SK건설 펌프카 붐대 고리 절단
협착사고로 사망
3 2010.06.17 경남 김해 낙동강 13공구 ㈜대경종합건설 가설사무소 지붕 설치 중
추락 사망
4 2010.09.15 경기 여주 한강 4공구 삼성물산㈜ 후진하던 덤프트럭에
충돌 후 바퀴에 끼여 사망
5 2010.10.12 경남 의령 낙동강 19공구 금호산업㈜ 호흡부전으로 익사
6 2010.10.28 경남 양산 낙동강 11공구 ㈜태영건설 준설토 운반 덤프트럭
후미에 끼여 사망
7 2010.11.27 경남 김해 낙동강 14공구 ㈜대아건설 후진하던 준설토 운반
덤프트럭에 끼여 사망
8 2010.11.29 경기 여주 한강 6공구 ㈜현대건설 비계 해체작업 중 작업
인부 끼여 사망
9 2011.01.09 경남 창원 낙동강 17공구 ㈜한진중공업 준설선 내 작업 중 실족 익사
10 2011.01.23 경기 양평 한강 2공구 금강종합건설㈜ 가물막이 유실로 준설작업
중이던 장비기사 익사
11 2011.02.07 경북 구미 낙동강 낙산지구 리모델링 구간 라운토건㈜ 용수로 횡단 소교량 거푸집 제거작업 중 쓰러져 사망
12 2011.03.06 경북 구미 낙동강 28공구 ㈜신성건설 초대형 굴착기 모래지반
침하로 침몰 익사
13 2011.03.11 경북 안동 안동댐 사업 농지 리모델링 구간 현대산업개발㈜ 신호 작업 중 모래
운반 트럭에 치여 사망
14 2011.03.22 경남 창녕 낙동강 18공구 GS건설㈜ 준설선 2인1조 철야
작업 중 작업자 익사
15 2011.04.01 경남 창녕 낙동강 18공구 GS건설㈜ 비번 덤프트럭 기사, 차량 옆 도로가에서 돌연사
16 2011.04.02 경북 구미 낙동강 26공구 동진건설㈜ 고철수거 인부, 위에서
떨어진 고철에 협착 사망
17 2011.04.15 경남 창녕 낙동강 18공구 GS건설㈜ 육상준설장서
지반 침하 굴착기
기사 익사
18 2011.04.16 경북 의성 낙동강 32공구 두산건설㈜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슬래브 무너져 2명 사망
19 2011.04.18 충남 부여 금강 6공구 GS건설㈜ 후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

그간 4대강 사업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익사 사고가 7건으로 가장 많았고 현장 작업 중 사고가 6건, 덤프트럭 사고가 5건, 돌연사 등 원인을 알기 어려운 사고가 2건이다.

가장 많았던 익사사고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준설작업 중 굴착기 기사가 사망한 사건이 3건, 준설선 작업자 사망이 2건, 지질조사원 사망이 1건, 현장 작업자 사망 1건으로 나타났다. 준설선 작업자 2명은 지난 1월과 이달 15일 각각 작업 중이던 배 밖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지질조사원은 지난 2009년 8월 타고 있던 보트가 뒤집혀 사망했고, 현장 작업자는 지난해 10월 모래톱에 걸린 예인선을 끌어내기 위해 밧줄을 연결하다 물에 빠져 숨졌다.

이들의 사망원인을 '개인의 실수'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일부 사고에서는 현장의 관리감독 소홀과 안전장비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굴착기 기사들 경우 모두 준설작업을 하던 중에 가물막이 유실이나 지반 침식으로 굴착기가 침몰하면서 사망했다.

지난 1월 한강 2공구에서는 가물막이가 유실돼 준설작업 중이던 굴착기 기사가 익사했고, 지난 3월에는 낙동강 28공구에서 물가에서 준설작업 중이던 굴착기가 모래지반이 침하되면서 침몰해 운전자가 숨졌다. 가장 최근인 지난 15일 낙동강 18공구에서도 지반 침하로 인해 굴착기 기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렇듯 굴착기 운전자들이 잇따라 사망한 것은 4대강 사업 전반에서 시행되는 준설방식에서 기인한다. 정부는 준설작업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와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굴착기를 이용한 육상식 준설보다는 준선설을 띄워 관을 통해 빨아들이는 수중 흡입식 준설을 시행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수심 5~6m까지 파내야 하는 4대강 공사는 암반층이 나타나면 흡입식으로 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결국 수심이 깊지 않은 곳은 대부분 굴착기가 직접 들어가 강바닥을 파냈고 수심이 깊은 곳도 가물막이를 설치해 강물을 막고 육상식 준설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만큼 굴착기 기사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작업 효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장비를 불법으로 개조하는 일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더 깊이 파내기 위해 팔(붐)을 늘리고 흙을 더 담기 위해 손(버켓)을 키운 굴착기가 4대강 공사 현장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는 모두 불법 개조에 해당하는 것으로 '건설기계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이다.

경실련 측은 "재벌 건설사들이 이익과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장비의 불법개조를 강요하며 하지 않을 겨우 일거리를 주지 않는다"라며 "기형적인 모습으로 장비를 개조한 굴착기 노동자들은 항상 전복 사고와 같은 대형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굴착기-덤프트럭 노동자들, 사고나도 산재 처리 안돼 

낙동강 공사 구간에서 사고를 일으킨 덤프트럭의 운행일지. 적재량이 30톤, 또는 총중량이 40톤 이상이면 과적이다.
 낙동강 공사 구간에서 사고를 일으킨 덤프트럭의 운행일지. 적재량이 30톤, 또는 총중량이 40톤 이상이면 과적이다.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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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위험에 처한 것은 덤프트럭도 마찬가지다. 덤프트럭으로 인한 사고 5건 가운데 4건은 현장노동자가 후진하던 덤프트럭에 끼어 일어났고 1건만 운행 중인 덤프트럭에 의한 교통사고였다.

4대강 현장에서 덤프트럭 운전자들은 과적과 과속운전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이런 행위는 대부분 공사업체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에게 강요하고 있다.

실제로 경실련이 낙동강의 한 공구 현장에서 사고를 낸 차량의 과적 실태를 조사한 결과 그 차량은 9번 운행하는 동안 매번 4~10톤(총중량)의 과적을 범했다. 당시 사고차량은 과적으로 인한 전복사고를 일으켰다.

송찬흡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4대강 공사현장은 과적단속도 없는 불법천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월 22일 "현장에서 덤프트럭이 또 다시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다"라며 "다행히 운전자가 죽거나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같은 사고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들 굴착기와 덤프트럭 운전자들은 사고가 발생해도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산재처분 등의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대형 장비 운전자들은 시공사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 장비 소유자로서 사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시공사에게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지만 사고 책임은 직접 져야 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때문에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하고 있는 4대강 사업 현장 사망사고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 2일까지 총 7건 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은 앞선 분석에서 현장작업 중 사망한 인원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가운데 6건이 시공업체들이 안전장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 소홀로 인한 것으로 판명했다. 나머지 1건은 단순 교통사고로 분류됐다. 각 지방 고용노동청은 사고가 난 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자, 시공업체 대표 등 12명(법인 포함)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을 검찰에 제출했다.

사망사고, 왜 낙동강이 가장 많은가?

낙동강사업 20공구 구간인 율지교 상류 준설공사 장면.
 낙동강사업 20공구 구간인 율지교 상류 준설공사 장면.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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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현장 사망사고를 지역별로 구분해 보면 그 원인이 '속도전'에 있음이 더욱 분명해진다.

총 19건의 사고 가운데 15건이 낙동강 구간에서 일어났고, 한강이 3건, 금강은 1건이다. 영산강 구간에서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왜 유독 낙동강에서 사망자가 많은 걸까?

그것은 낙동강 구간이 가장 규모가 크고, 그만큼 다른 구간과 공기를 맞추려면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총 길이는 약 571km로 이 가운데 320km 가량이 공사 구간이다. 낙동강 다음으로 공사구간이 긴 한강은 47km 구간에서 공사가 진행된다.

준설량의 차이는 더욱 크다. 4대강 사업 전체 준설량이 5억7000만㎥인데, 이 가운데 낙동강에서 4억4000만㎥가 나온다(이후 4억6000만㎥로 변경). 한강과 금강은 각각 5000만, 영산강은 3000만㎥다.

대형보 건설도 낙동강에 집중된다. 건설 중인 전체 16개 보 가운데 8개가 낙동강 구간에 세워진다(한강3, 금강3, 영산강2). 낙동강 구간은 그만큼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대 이익을 내야 하는 시공사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거나 인력을 넉넉히 쓰지 않는다.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사망사고가 발생한 낙동강 32공구에서는 오전 7시부터 오전 0시까지 17시간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안 의원실에서 148개 구간을 조사한 결과 11시간 근무하는 곳이 가장 많았고 12시간 일하는 곳도 31곳이나 됐다. 법정 근무시간인 8시간을 지키는 곳은 1곳뿐이었다. 근무시간이 많다는 것은 1명의 인력이 그 이상의 인원이 해야 하는 일을 맡고 있다는 얘기다.

4대강 사업 148개 공구 작업시간 조사 결과
 4대강 사업 148개 공구 작업시간 조사 결과
ⓒ 안홍준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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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실련이 발표한 '4대강 사업, 인력투입 실태'에 따르면 실제 투입된 장비와 인력은 애초 계약된 것에 38%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관련기사 : 4대강 인부 2만명-장비 8천대가 사라졌다). 결국 낙동강에서는 공사량이 많고 인력은 부족한데 다른 수계 구간과 준공 시기를 맞추기 위해 살인적인 속도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앞서 이야기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자. 이 대통령은 "올 가을 완공하면"이란 말을 그날 처음 사용했다. 본래 4대강 사업의 준공 시점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 완공'을 상징하는 2012년 연말이었으나, 얼마 안 가 2012년 6월로 앞당겨졌다.

그 후 지난해 정종한 국토부 장관이 "2011년 말까지 완공한다"고 말하며 공사기간을 더욱 앞당겼고, 이번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 시기는 더욱 빨라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쓰러질지 모를 일이다.


태그:#4대강, #낙동강, #사망사고, #경실련,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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