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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회원들이 21일 오후 대구백화점앞 민주광장에서 결의대회흫 갖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회원들이 21일 오후 대구백화점앞 민주광장에서 결의대회흫 갖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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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전쟁 전후 한반도에서는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행이 저질러졌습니다. 국가권력이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온 산하가 피로 철철 넘치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 단지 우리 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아니 우리 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그것을 '학살'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전쟁 전후로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하는 가운데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한 희생자의 숫자도 파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유족들은 위로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국의 100여 개 유족회로 구성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이하 전국유족회)'는 21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민간인피학살자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진상규명과 피학살자의 명예회복에 대한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 2005년 12월부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5년간 한시적으로 진상규명 활동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9987건의 조사만 완료한 채 2010년 12월 임기를 마감하고 말았기 때문에 시효를 두지 않는 특별법을 제정해 진상을 규명하고 유족의 한을 풀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회원들이 지역유족회 깃발을 들고 있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회원들이 지역유족회 깃발을 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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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유족회는 "1946년부터 1953년 사이에 전투로 인한 군인, 민간인 희생자를 제외하고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총살은 기본이고 죽창으로 찔러 죽이고, 몽둥이로 때려 죽이고, 산 채로 생매장해 죽이는 등 잔인한 방법들로 학살당했다"며 "이제 우리 사회는 이처럼 참담했던 과거의 진실을 규명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도덕적 가치, 국가와 사회의 신뢰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번 전국유족회 대변인은 "1946년에서 1950년 사이에 대구, 제주, 여수, 순천에서 이미 10만 명 이상 학살되었고, 그 이후 보도연맹이라는 이름으로 순천, 경주, 산청 등에서 30만 명 이상, 경남 산청을 비롯한 지리산 인근에서 빨치산을 토벌한다며 10만 명 이상, 미군 폭격에 의해 10만 명, 북한 인민군에 의해 10만 명 등 100만 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다"고 밝혔다.

김종현 전국유족회 상임의장은 "우리는 지난 정부 때 과거사법을 통하여 유족회의 한이 해결될 줄 믿었지만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진실규명은 나날이 불능으로 처리되고 과거사 문제를 덮으려는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유족들은 속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고 분노했다.

김 의장은 "오늘 대구를 시작으로 광주, 대전, 서울 등지에서 100만인 서명운동과 결의대회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에는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는 21일 대구에서 '특별법쟁취 범국민결의대회'를 갖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는 21일 대구에서 '특별법쟁취 범국민결의대회'를 갖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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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인권침해 조사국장으로 활동한 이명춘 변호사는 "진실화해위의 임기가 끝날 때쯤 과거사재단을 설립하여 조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권고했지만 이 정부가 귀기울이지 않아 현재 추가조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국가가 민간인을 학살해놓고 사과 이외의 보상은 하지 않고 있으니 특별법을 만들어 유해를 발굴해 안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등 추모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국가의 범죄행위에 대해 소송을 하면 시효가 지나서 배상할 수 없다고 하는데, 검찰은 소멸시효를 주장하지 말아야 하고 판사도 소멸시효에 대한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유족회 채영희 상임의장이 결의문을 낭독하는 가운데 10월항쟁유족회 안영태 조직국장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전국유족회 채영희 상임의장이 결의문을 낭독하는 가운데 10월항쟁유족회 안영태 조직국장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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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유족회는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의 민간인 학살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생명권, 신체 불훼손권)으로 보나, 국제법상의 여러 원칙으로 보나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추악한 전쟁범죄였다"며 "진상규명과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피해회복, 책임자의 처벌과 사죄,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가장 올바른 대안이 특별법 제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진실화해위가 권고한 배보상', '과거사재단 설립', '유해발굴 및 안장시설 특별법 즉각 제정', '미신청 유족을 위한 신청 연장', '미해결 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해 제2의 진실화해위 설립'을 요구했다. 또 정부와 국회가 국가공권력과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집단학살에 책임을 지고, 진실을 규명하고 역사교과서를 수정하고 인권교육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계성(73, 대전유족회 부이사장)씨는 "우리는 보상을 우선하는 게 아니라 다시는 국가범죄에 의해 선량한 국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어두운 현대사가 씌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유족들은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대구시청, 대구역을 돌아오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5월 중순 광주에서 특별법 제정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집회를 마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조회 회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집회를 마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조회 회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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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전쟁,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특별법 제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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