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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빈 씨의 제안으로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생들이 함께 관람하기로 한 영화 "조선명탐정"의 미국 포스터
▲ 미국 AMC 극장에서 상영되는 "Detective K (조선명탐정)" 포스터 장명빈 씨의 제안으로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생들이 함께 관람하기로 한 영화 "조선명탐정"의 미국 포스터
ⓒ A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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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쿠퍼티노 AMC 극장에서 한대요, 우리 같이 보러 가요."

교실을 들어서면서 대만 학생 장명빈씨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주에 장명빈씨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김명민씨가 나오는 영화 <조선명탐정>이 미국에서 상영한다고 아주 좋아했었는데 그것도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사는 곳에서 가까운 영화관에서 상영한다면서 함께 가자고 했다. 이렇게 '조선명탐정 박스오피스 성적 올리기 프로젝트'는 장명빈씨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장명빈씨는 미국 내 박스 오피스에서 '조선명탐정'의 관객 수를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이 10장에서 15장 정도의 영화표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본교(어드로이트 칼리지) 재학생들 중 이 영화를 관람하고자 표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들이 함께 데리고 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표를 사서 무료로 관람을 하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되고 따라서 박스오피스 성적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장명빈씨는 이미 개봉 첫날 자신의 가족들을 동원해서 그 영화를 봤다는 사실이다. "다른 영화를 보면 안 되겠냐"는 아들과 딸의 의견을 무시하고 가족들이 강제로라도 그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영화를 보고 와서 바로 이메일을 보냈는데 정말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고 하면서 본교 학생들과 함께 보러 갈 생각에 정말 흥분된다고 했다.

2010년 가을학기 기초1반 종업식에서의 장명빈 씨
▲ 기초1반을 수료한 후 수료증을 들고 찍은 사진 2010년 가을학기 기초1반 종업식에서의 장명빈 씨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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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빈씨는 좋은 팬이에요"

장명빈씨는 배우 김명민씨의 열렬한 팬인 고등학교 중국어 선생님이다. 처음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고나서 김명민씨의 팬이 되었다는 장명빈씨는 그 이후로 김명민씨가 나왔던 드라마를 비롯하여 영화들을 모두 섭렵하였고 특히 이번 영화 '조선명탐정'에 대해서는 한국 개봉 전부터 한국에서의 500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을 비롯하여 미국에서의 개봉 소식까지 필자에게 전해주었다.

장명빈씨는 배우 김명민씨에 대해서라면 그의 부인에 대한 내용을 비롯하여 가족관계, 학력, 생년월일까지 꿰뚫고 있으며 금년 10월에는 한국에서 개최되는 김명민씨의 생일 파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던 같은 학급의 일본인 학생 임지원씨는 "장명빈씨는 좋은 팬이에요"라고 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러한 장명빈씨의 배우 김명민 사랑을 보여준 일화가 있다. 이번 학기에 감기로 고생을 하였던 장명빈씨는 며칠씩 학교에도 못 나갈 정도로 아팠는데 그래도 한국어 수업은 빠지기 싫다고 하면서 수업에 나타났다. 안색이 창백해서 나타난 장명빈씨는 과연 수업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급우들이 걱정을 할 정도였다. 배우 김명민씨를 장명빈씨가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필자는 준비했던 수업을 접고 김명민씨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장명빈씨는 김명민씨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고 창백했던 얼굴은 붉은 홍조를 띄면서 '이 사람이 정말 아팠던 사람인가?'하는 의심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장명빈씨를 치료한 것은 바로 배우 김명민에 대한 이야기였던 셈이다.

이번 주부터 시작된 '한국 드라마로 배우는 한국어' 수업도 장명빈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베토벤 바이러스>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 수업은 매주 화요일 낮12시 30분부터 두 시간씩 이루어지는데 중국어 교사인 장명빈씨는 그 시간에 대리교사 세우고 한국어 수업에 참석한다. 기초2반인 장명빈씨에게는 좀 어려운 수업이기도 하지만 장명빈씨의 얼굴은 밝기만 하다.

장명빈씨 덕분에 필자도 김명민씨의 팬이 되었고 다음 주에는 20여명의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생들과 가족, 친구들이 함께 영화 <조선명탐정>을 보러가기에 이른 것이다. 장명빈씨가 꿈꾸는 것은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는 날이기에 그녀는 오늘도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녀야말로 미국 내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일고 있는 한류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어드로이트, #한국어, #조선명탐정,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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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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