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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여파로 도축 물량이 없어 팅 빈 안양 박달동 도축장 계류장
 구제역 여파로 도축 물량이 없어 팅 빈 안양 박달동 도축장 계류장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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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았으면 설을 앞두고 몰려드는 가축운송차량으로 북적이고, 소와 돼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을 도축장. 하지만 구제역 여파로 계류장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소나 돼지는 단 한마리도 찾아볼 수 없어 국내산을 선호하는 유통체계에도 우려가 예상된다.

지난 11일 오후 찾아간 경기 안양시 박달동 도축장. (주)협신식품이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인근 광명시에서 발생한 구제역 여파로 지난 3일 폐쇄됐다가 설을 앞두고 원활한 물량 공급을 위해 경기도가 재개장을 승인해 5일부터 도축을 재개했으나 물량이 없어 썰렁하다.

평소 같으면 계류장이 순번을 기다라는 1000여 마리의 돼지와 60~70마리의 소들로 꽉차 미처 하차하지 못한 가축운송차량들이 도로변에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겠지만 구제역으로 인해 명절 대목을 앞두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 명절은 저희에게도 대목입니다. 하지만 구제역 여파로 하루 도축 물량이 평소의 10%도 채 안되는 수준으로 일손을 놓고 있어 회사가 파산할 지경입니다."

박달동 도축장을 운영하는 협신식품에 따르면 이곳에서의 1일 도축 가능 물량은 소 300마리, 돼지 3000마리에 달한다. 평소 같으면 150명의 직원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평균 소 150마리와 돼지 1300여 마리를 도축했을 상황.

그러나 구제역의 여파로 3일 폐쇄된지 불과 3일만인 5일 다시 문을 열었지만 공급 물량이 뚝 끊기면서 하루 평균 소 20마리와 돼지 30마리 남짓을 도축하고 있다. 이는 평소 도축량의 10%도 채 안되는 수치로 회사 경영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날 회사 컴퓨터에 있는 도축검사대장 집계표 현황 자료를 확인한 결과 오후 2시 현재까지 도축된 소는 20마리. 돼지도 30마리가 채 되지 않았다. 또 올해 들어 도축한 양을 모두 합해도 하루 평균치 정도인 소 268마리, 돼지 1220마리에 불과했다.

구제역 여파로 도축을 위해 대기하는 소와 돼지들이 한마리도 없이 텅 비어 있다.
▲ 안양 박달동 도축장 계류장 구제역 여파로 도축을 위해 대기하는 소와 돼지들이 한마리도 없이 텅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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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박달동 도축장으로 들어가기전 운송차량에 실린 소에 대한 구제역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수의사
▲ 박달동 도축장앞 임시 검역소 안양 박달동 도축장으로 들어가기전 운송차량에 실린 소에 대한 구제역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수의사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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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오후 2시부터 도축장에서 1시간 여를 기다린 끝에 인근 군포시 관내 농가에서 운송차량에 싣고 온 소 7마리가 도축에 앞서 검사를 받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경기도와 충청도 등지에서 가축이 올라와 서울과 경기지역에 공급했지만 구제역 확산으로 1월 들어서는 경기 광주, 의왕, 군포 등 인근 구제역 미발생 지역에서만 가축이 올라오고 공급 물량도 적어 단골 업소 몇 곳에만 고기가 납품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로진 영업이사는 "계류장이 텅 빈 것은 1998년 도축장 개장 이래 처음으로 명절을 앞두고 150명의 직원들이 숨가쁘게 일해야 하는데 물량이 없어 일손을 놓고 있다"며 "구제역 상황이 1개월 안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또 "구제역 발생 농가는 정부로부터 일부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도축장은 보상 조차 없다"면서 "1월달 직원 월급을 줄 수 있을까 걱정이다"고 하소연 했다.

살처분 현장에서 부상 당했으나 다시 현장 복귀한 수의사 최영화씨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수의사 최영화(46)씨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수의사 최영화(46)씨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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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도 보도됐지만 수의사들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몸이 불편하지만 동료들도 잠 못자면서 고생하는 데 마음도 불편하고 구제역 확산으로 일손이 필요한데 병실에 그냥 누워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경기도 안양시 박달동 도축장 정문으로부터 약 200여 미터 떨어진 공터에는 구제역 여부를 확인하는 임시 검역소가 설치돼 있다.

이는 구제역 여파로 도축장으로 들어오기 전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이곳에서 경기도에서 파견한 수의사가 근무하며 소의 이력을 꼼꼼히 살펴보고 소에 이상이 없는가를 확인한 후 도축장으로 올려 보낸다.

지난 11일 오후 이곳에서 만난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수의사 최영화(46)씨는 가축을 싣고 온 차량이 도착하자 소의 입과 코, 발굽을 살피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으나 어딘가 불편한 듯 했다.

최씨는 지난 1일 경기도 김포시 구제역 살처분 현장에서 흥분한 소가 갑자기 달려드는 바람에 목과 어깨 등을 다쳐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해 있었으나 수의사가 부족하다는 소식에 몸을 추스릴 여유도 없이 의사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구제역 감염 고기 유통을 막기 위해 이날 박달동 도축장으로 나온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지요. 살처분할 때 소를 가운데로 몰아 꼼짝 못하게 하고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간혹 흥분한 소들이 있거든요. 정면으로 달려들기에 가까스로 옆으로 피하기는 했는데 뒷발에 정강이를 채이면서 순간 공중으로 2~3m 몸이 뜨면서 나뒹굴었습니다. 그래도 이정도면 그나마 다행 아니겠습니까."

수의사 최씨는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어 답답하다"며 "더 이상의 (구제역)확산을 막고 하루 속히 안정을 되찾아 더이상 한숨을 쉬는 농가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안양, #박달도축장, #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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