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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는 2009년 '저탄소 녹생성장 1등 도시'를 위해 시민 누구나 손쉽게 빌려 탈 수 있는 시민공영자전거 제도를 도입했다. '타세요'에 충청도 사투리 특유의 '~유'를 붙여 생긴 이름 '타슈'. 2010년 12월 현재 대전시 전체에 21개의 무인대여소가 있으며, 총 260개의 거치대가 설치되어 있다. 서구지역으로 한정시켜 시범 운영 중인 타슈 무인 대여 시스템은 오는 2011년 대전시 전체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기꺼이 대전시민의 발이 되겠다 등장한 타슈. 시민 공용 자전거 무인시스템이 그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 타슈의 이용 빈도가 높은 정부청사 주변 거치대를 중심으로 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직접 달려보았다. 

 

 

"인증번호(781872)입력 시 정상처리 됩니다."

 

이 한 통의 문자메시지와 함께 지난 11월 29일 오후 2시 16분, 대전 시민공용자전거 '타슈'와의 나들이가 시작됐다. 유성구 도룡동 무역전시관 입구 택시 승강장 앞에 있는 무인대여소 1번 Station에는 전체 13대의 타슈 중 이미 대여된 5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8대 만이 대여 가능했다. 무인대여소에 설치된 '키오스크' 기기를 통해 휴대폰 인증과정을 거쳐 타슈를 빌린다. 다소 무거운 듯한 타슈를 힘껏 밀어 전동 잠금장치에서 분리한 뒤 한밭수목원 정문 입구에 위치한 3번 Station을 향해 엑스포 다리를 건넜다.

 

 

평소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던 엑스포 남문광장은 현재 이동식 그늘막 설치 등 '공간 재창조' 사업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광장 가장자리 인도 쪽 좁은 길을 통해 빠져나오면 한밭대로에 막혀 자전거도로도 양 갈래로 나뉜다. 타슈 핸들을 왼쪽으로 돌려 달리면 어느새 둔산 대공원 입구 버스정류장에 무인대여소 5번 Station이 나온다.

 

중간 목적지인 정부청사역 거치대를 향해 쉬지 않고 달리려고 했지만, 울퉁불퉁 불안하던 자전거 도로가 중간에 끊긴다. 둔산대공원 삼거리 쪽 자전거 도로 일부가 정비공사로 막혀있어 10m가량 인도로 돌아가야 했다.

 

달리는 타슈를 멈추게 하는 장애물을 얼마가지 않아 또 나타났다. 대전시청 내 자전거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된 자전거도로 지도를 참고해 정한 코스에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둥지네거리 방향으로 가기 위해 둔산대공원 삼거리를 지하도를 통해 건너야 했다. 말이 지하도이지 전동장치로 일반 자전거보다 무거운 타슈를 끌고 가파른 지하도 오르막, 내리막을 지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하도 계단 가운데에는 자전거 이동로가 "자전거 탑승금지"라는 '친절한' 안내표시와 함께 설치되어 있지만, 경사가 심해 가파른 길로 타슈를 끌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일은 위험하면서도 어지간히 힘든 게 아니다.

 

 

다행히 타슈를 타기 좋은 날씨였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쌀쌀한 겨울 날씨에 땀을 좀 흘리곤 빠져나온 지하도 앞에서 멀지 않게 정부청사 입구 샘머리아파트 방향 8번 Station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도에서 연결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타슈를 타고 달리는데 조금씩 갈라진 도로가 눈에 띄더니, 차도의 방지 턱도 아니고 자전거도로에 울퉁불퉁 솟은 걸림돌이 나타났다. 쿵쿵. 오랜만에 탄 자전거가 더 불편해지는 순간이었다. 쩍쩍 갈라진 자전거 도로도 얼마가지 않아, 이내 무늬만 자전거도로로 바뀌기도 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어느 순간 인도와 다를 바 없는 보도블록위에 구분 선만 그어져 있는 것이다.

 

 

현재 대전시에 설치된 타슈 무인 대여소 전체 Station 22곳 중, 타슈 무인관제시스템 Ubike(http://www.ta-shu.com/mainPageAction.do?process=mainPage)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거치대 실시간 사용 현황을 보면 정부청사를 중심으로 한 서구 만년동, 둔산동, 월평동의 타슈 이용이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타슈 무인대여소의 설치가 시범사업으로 이 주변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이곳이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이 빈번한데 반해 자전거 전용도로의 상태는 고르지 못했다.

 

실제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지하도의 이용과 고르지 못한 자전거 도로의 상태 때문에  중간목적지인 정부청사역 앞 4번 출구에 있는 12번 Station에 도착하는 데에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타슈 계기판은 무료이용시간인 1시간을 다 채우려 하고 있었다. 서둘러 12번 Station에 도착해 타슈를 반납하고 다시 대여를 하려고 할 때, 타슈를 이용하기 위해 키오스크 기기 앞에 서 있는 학생 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전 대성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유요한(19)군은 "타슈는 많이 봤는데 처음 이용한다"며 "샘머리 아파트까지 타슈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여유있는 오후를 친구와 보낸 그는 집까지 자전거를 타기 위해 무인 시스템기 앞에서 휴대폰 인증을 기다려 타슈를 이용했다.  

 

           

정부청사 앞 넓어진 차도와 많아진 유동 인구는 타슈를 이용하는데 있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 12번 Station에서 새로 대여 받은 타슈를 타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두 번째 중간 목적지인 둔산 1동 크로바 아파트 쪽으로 향한다. 햇님 네거리에서 방향을 꺾자 둔산 홈플러스 앞 법원 버스 정류장에 있는 15번 Station에 한 할머니와 초등학생 손자가 전동장치에서 타슈를 분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할아버지 핸드폰을 통해 인증을 받은 오윤택(12)군은 "할머니가 마트에서 장 보실 동안 이 근처에서 타려고 한다"며 "그런데 자전거가 잘 안 빠진다"고 호소했다.

 

키오스크 기기를 통해 대여한 후 전동장치에서 3분 안에 타슈를 분리하지 않으면 대여신청은 취소된다. 노약자와 어린이인 오윤택군과 할머니가 전동장치에서 타슈를 빼내기엔 역부족이었는지, 키오스크 기기에는 지정 타슈가 대여 취소된 상태였다.

 

필자의 설명을 받으며 오윤택군이 다시 인증을 받고 있는 동안 개인 소유 자전거를 이용해 지나가던 전난희(64)씨가 관심을 보인다. "이거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 줄 몰라서 못 타겠던데".

 

자전거를 자주 이용한다는 전씨는 "돈도 안 들고 간편하고, 거기다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까 자전거만큼 좋은 게 없지"라며 "자전거가 우리의 주요 이동 수단이다"고 밝힌다. 실제로 자전거 바구니에 짐을 한가득 실고 이동 중이던 전씨는 오군이 키오스크 기기를 통해 타슈를 대여하는 과정을 눈여겨본다.

 

오윤택군은 도움을 받아 전동장치에서 타슈를  분리해 할머니와 함께 발걸음을 옮기고, 타슈 이용의사를 밝힌 전난희씨도 자전거를 이용해 자리를 뜬다.

 

사실 시민의 공용자전거를 주로 이용하고자 하는 노약자와 어린이들에게 타슈를 대여하는 과정은 지속적인 홍보만큼이나 교육이 필요하며, 전동분리장치 역시 좀 더 손쉬운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출발 전 실시간 사용현황에 대여가능 한 타슈가 3대뿐이던 크로바 아파트 앞 20번 Station으로 간다. 주변 마트나 대형상가와 가깝고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라 타슈의 이용이 활발하다. 20번 무인대여소는 목련 아파트와 크로바 아파트 사이의 버스 정류장에 위치하고 있어 버스 이용객과의 연계도 용이하다.

 

아파트 단지 내 샛길을 빠져 나와 크로바 네거리로 향했다. 다른 곳보다 마주 오는 자전거를 많이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차도와 달리 자전거의 양방향 통행이 가능하지 않아 부딛힐 위험이 높다. 정부청사로 향할 때와 마찬가지로 인도와 자전거도로의 구분도 애매하다. 크로바 네거리에 도착하자 타슈는 더 이상 달리지 못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점인데다 녹색길 조성을 목적으로 가로수보완과 자전거도로, 녹지분리대 설치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유동인구에 비해 비좁은 도로상황 때문에 신호가 바뀔 때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과 보행자가 뒤섞여 횡단할 수밖에 없다. 우측통행 표시가 있는 보행자와 달리 자전거는 횡단 방향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한 대가 지나가기도 벅찬 폭의 자전거 도로에서 마주 오는 자전거까지 피해야 한다.

 

 

마지막 목적지인 시청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19번 Station 현대 아이텔 버스정류장 주변 역시 많은 유동인구로 인해 자전거 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어려웠다. 자전거를 탄 시민들은 자전거 도로를 따라 계속 달리기 보다는 보행자를 피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거나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왔다 갔다 한다. 반면 시청역 네거리는 자전거 도로의 정비가 제대로 이뤄져있다. 자전거 횡단로에도 우측통행 표시가 있고 매끈하게 정리된 길은 보도블록 위를 달릴 때와 달리 편안함을 준다. 보행자, 자전거이용자, 자동차 모두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선 하나 그어놓은 것이 아닌 시청역 네거리와 같은 자전거 도로가 필요하다.

 

정부청사 역에서 두 번째 타슈로 갈아 탄지 54분 후 시청 앞 18번 Station에 도착했다. 거치대에 타슈를 반납하자 "자전거가 정상적으로 반납 되었습니다"라는 확인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1시간을 초과하지 않아 이용대금은 '0'원으로 처리되었다.

 

같은 시간 타슈를 이용하고 반납하는 여고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타슈를 처음 이용해본다는 김미림(19)양은 "1시간 무료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운동도 할 수 있어 앞으로 계속 이용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슈를 이용한 후 21개의 Station 어디에나 반납이 가능한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 "어딘가로 이동할 생각보다는 주변을 돌아보고 다시 이곳으로 온 것"이라고 대답한다.

 

 

대전시가 '저탄소 녹색성장 1등 도시'라는 기치 아래 본격 사업에 뛰어든 시민공영자전거 타슈는 본래 의도와는 달리 1시간 이용하는 놀이시설 쯤으로 이용되고 있다. 정작 자전거를 주요 이동수단으로 하는 시민들에게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의문인 셈이다. 또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복잡한 대여 반납 처리 과정과 타슈의 무게는 이용을 저조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나아가 타슈뿐만 아니라 개인 소유 자전거까지 전국에서 가장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라고 홍보했던 것과는 달리 자전거 전용도로는 구간마다 개선정도가 달랐으며, 자전거 전용로 표시조차도 통일되지 않은 모습이다.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친환경적 이동수단으로 적극 권장하는 대전광역시는 타슈 도입 목적에 맞게 좀 더 사용자 중심으로 세심한 정책 집행을 할 필요가 있다.

 

대전광역시, 타슈를 직접 타 보라.

첨부파일
타슈 로드.jpg

태그:#타슈, #대전 공용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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