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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주] 동 기사에는 픽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양식으로 잘 알려진 용봉탕은 용(龍)으로 잉어를 쓰고 봉(鳳)으로 닭을 써서 끓인 탕입니다. 지역에 따라 잉어 대신 자라를 쓰기도 합니다. 더운 여름에 기운이 없을 때 용봉탕을 먹으면 식욕이 돌고 피로를 물리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용봉탕은 이런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짜 용을 넣고 끓인 탕입니다.

중국 고대 요리 비법서인 '식례(食禮)'에 따르면 용봉탕은 하(夏)나라 우(禹)왕이 병에 걸렸을 때 이를 안타깝게 여긴 우왕의 손자 태강(太康)이 식의(食醫)에게 명하여 만들게 한 요리로, 황하(黃河)에서 잡은 용의 새끼를 8가지 약재와 함께 넣어 끓였다고 합니다. 우왕은 이 요리를 먹고 하루 만에 병석에서 일어나 다시 치세에 힘썼습니다.

과천 문원동에 있는 '원주 추어탕'에서는 진짜 용이 들어간 용봉탕을 판 적이 있습니다. 가게 주인 오봉남씨는 한 때 중국 고대사를 공부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식례'를 연구하던 중 진짜 용봉탕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용에 관한 전설과 민담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용오름 현상이 용의 목격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용오름은 토네이도, 즉 회오리바람의 우리말입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토네이도가 주로 해상에서 일어나는데, 이때 하얀 물기둥이 생기면서 바닷물과 함께 물고기가 하늘로 빨려 올라갑니다.

오봉남씨는 몇 년 동안 바닷가에서 용오름 현상을 관찰했는데, 용오름이 일어날 때 위험을 무릅쓰고 이에 접근하여 그물을 던졌습니다. 그물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걸려들었는데, 어느 날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몸통은 물뱀 같은데 비늘이 있고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네 발이 달려 있었습니다. 입을 벌려보면 하얀 진주 같은 것이 물려 있었습니다. 바로 용오름을 타고 승천을 하려다 오씨에게 잡힌 새끼 용들이었습니다.

오씨는 이 새끼 용들을 냄비에 넣고 끓여서 탕을 만들었는데, 국물에 오색 빛이 감돌고 처녀의 속살 냄새가 풍겼다고 합니다. 그는 추어탕 값의 오십 배를 받고 이 탕을 팔았는데 아침에 모두 동이 나서 하루에 열 그릇 이상 팔지 못했습니다. 주로 건강이 좋지 못한 노인들이 고객이었는데 이 때 탕을 먹었던 사람들은 위장과 관절이 튼튼해지고 청년처럼 혈색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씨의 용봉탕은 일주일 만에 메뉴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용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씨는 지금도 용오름을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용들은 더 이상 그에게 잡히지 않을 듯합니다.


태그:#허풍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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