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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살메르 사막에서 낙타사파리 하던 모습니다.
▲ 사막에서의1박2일 자이살메르 사막에서 낙타사파리 하던 모습니다.
ⓒ 김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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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어학연수도 아닌 배낭여행? 철없는 소리 말고 어서 취업이나 해!'

인도로 배낭여행을 준비하던 내게 들린 이 소리는 부모나 형제가 아닌, 내 안의 목소리였다. 물론 여행을 계획하며 주위로부터 온갖 만류와 걱정 내지는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막무가내로 항공 티켓을 끊어버린 건 내가 아닌가. 정작 문제는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졸업이 한 해 남았는데', '남들은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더 늦어지면 어쩌나' 등 망설임의 목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럼에도 여행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왜였을까. 배낭여행을 결심하는 이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서라고. 나 역시 낯선 세계로 떠남을 동경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뻔히 보이는 피 튀기는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던 거다. 무엇보다, 그토록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여전히 내 나이는 부모 곁을 떠나본 적 없는 스무 살에 머물러 있는데, 어느덧 내 자신을 책임져야 할 때가 돼 버린 거다.

그런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이런 걸 '현실도피'라고 하던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사회가 스물 네 살의 내게 요구하는 삶에서 한걸음 물러나고 싶었다. 아니, 거부하고 싶었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끊임없는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내 자신에 대한 오기였다. 물론, 이것도 역시 남들은 '반항' 혹은 '방황'이라고 부르겠지만. 이렇게, 그럴싸한 명분도 댈 수 없는, '도전'인지 '도피'인지, '오기'인지 '반항'인지 알 수 없는 여행의 시작은 그렇게 가까워오고 있었다.

배낭여행의 종착지이자 초보자의 훈련지, 인도

24시간을 꼬박 기차만 타고도, 창밖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은 넋을 놓게 만든다.
▲ 인도기차 안 24시간을 꼬박 기차만 타고도, 창밖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은 넋을 놓게 만든다.
ⓒ 김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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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문화를 경험한다는 것은 설렘과 불편함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일이다. 설렘이 있어 떠나지 않을 수 없고,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 때문에 떠나기가 망설여지는 것. 이 점이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인도'는 이 두 가지 감정을 극대화 시켜 떠나기를 자극하는 최적의 장소다.

고유의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기도 하거니와 전통문화와 현대문화가 융합되고 있어 더 이상 '오지'라는 말이 무색한 땅, 인도. 이곳이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각광받는 이유는 비단 경제적인 발전 수준을 떠나 그들만의 독특한 사고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인도는 '배낭여행의 종착지 이자 초보자의 훈련지'라고 말했다. 함부로 도전해서도 안 되지만, 이곳을 다녀오면 어떤 여행이든 쉽게 할 수 있다는 뜻인 듯하다. 과장 섞인 말이긴 하지만, 그만큼 고단한 여정이 되리라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자꾸 '힘들다, 힘들다'하니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하고 걱정부터 하지는 말기를. 왜 자칭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도보여행가 김남희씨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지 않은가.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인도, 우선 떠나라

우다이뿌르에서 만난 아이
 우다이뿌르에서 만난 아이
ⓒ 김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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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을 계획할 때면, 그 나라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여행서적을 닥치는 대로 뒤지곤 한다. 그 중에서도 인도는 온갖 고생담과 주의사항이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오지-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도는 오지가 아니다-라는 인식 탓에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망설이기도, 혹은 일부러 도전하기도 하는 곳인 만큼 말이다. 알려진 내용들은 대개 과장된 뜬소문이거나 혹은, '상상 그 이상(!)'이므로 미리 겁먹거나 너무 연연하지 말기를. 안 그래도 넘쳐나는 정보 홍수에 나까지 거들 필요는 없겠지만, 한 마디 보태고 싶은 게 어쩔 수 없는 사람 심리인가 보다.

만약 당신이 더위와 추위를 잘 못 견딘다면, 지저분한 곳에서는 잠도 못자고 씻지도 못한다면, 인간이나 동물의 각종 생리적인 냄새에 자유롭지 못하다면, 비위가 약해 아무 음식이나 못 먹는다면, 인도 여행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반대로 짜여진 계획대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야 하는 여행을 못 견딘다면-교통 사정 상 계획대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화려한 밤거리에서 하는 쇼핑보다 사막 한가운데서의 밤하늘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면, 인도 여행은 할 만하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하루 세끼를 꼬박 커리-카레와 비슷한 인도 전통 음식-만 먹고도 한 달 동안 버틸 수 있을 만큼 커리를 좋아한다면, 도착할 기약이 없는 기차를 스물 네 시간 꼬박 타고 주린 배를 움켜잡으면서도 평화롭게 명상에 잠길 수 있다면, 하루에 한 번쯤 사소한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사기'를 당하는 것 정도는 '허허'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민할 것 없다. 지금 당장 인도로 떠나시라!


태그:#인도, #인도여행,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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