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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로 소비가 줄어들고 어민 피해가 발생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 서울시 별관 앞에서 열린 '중금속 낙지머리 발표에 대한 전국 어업인 궐기대회'에서 낙지 주산지인 장흥과 고흥, 신안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어민들이 서울시 발표에 항의하며 오세훈 시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로 소비가 줄어들고 어민 피해가 발생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 서울시 별관 앞에서 열린 '중금속 낙지머리 발표에 대한 전국 어업인 궐기대회'에서 낙지 주산지인 장흥과 고흥, 신안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어민들이 서울시 발표에 항의하며 오세훈 시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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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 서울시 별관 앞에서 열린 '중금속 낙지머리 발표에 대한 전국 어업인 궐기대회'에서 낙지 주산지인 장흥과 고흥, 신안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어민들이 서울시 발표에 항의하며 오세훈 시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 서울시 별관 앞에서 열린 '중금속 낙지머리 발표에 대한 전국 어업인 궐기대회'에서 낙지 주산지인 장흥과 고흥, 신안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어민들이 서울시 발표에 항의하며 오세훈 시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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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대체 : 25일 오후 7시 51분]

"새벽 5시 반에 출발해서 왔는데 정작 오세훈 시장은 못 만나"

"집회 신고를 해서 왔으면 시장이 당연히 있어야지. 도망가는 게 어디있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위해 25일 서울시청을 방문한 어업인 대표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시청 밖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0명이 넘는 어업인들이 서울시 '카드뮴 낙지' 발표 규탄을 위한 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어업인 대표 5인 가운데 한 명인 고광남 전남수협조합장협의회 회장은 "새벽 5시 반에 출발해서 서울까지 왔는데 정작 오세훈 시장은 만나지 못했다"며 허탈해했다.

이날 서울시는 "'본의 아니게' 어민들에게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줬다"며 사과했지만, 어업인들의 첫 번째 요구사항이었던 '서울시 발표 철회'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손해배상과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도 없었다.

▲ '카드뮴 낙지' 뿔난 어민들 "오세훈이 어민 죽인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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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대신해 나온 신면호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어업인 대표들은 서울시 '카드뮴 낙지' 발표 철회, 어민들의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정중한 사과와 피해 보상 등을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가 낙지 어민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사과하고, 서울시의 모든 홍보 수단을 동원해서 낙지 소비 촉진에 힘쓰겠다"는 원론적인 내용의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내용에 대해 고광남 회장은 "이후 오세훈 시장 면담을 다시 요구할 계획"이라며 "서울시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어민들을 기만한다면 다시 궐기대회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오전 서울시 의용소방대 소방기술 경연대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후 3시경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공사 기공식 일정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시청 별관 입구에는 경찰병력 500여명이 배치되었다.

"높은 사람들 한 마디에 국민들 살고 죽어... 대통령이라도 나서줬으면"

"국민 먹거리 위협하는 서울시 발표 철회하라!"
"철회하라!"
"어업인 생존권 위협하는 서울시는 각성하라!"
"...철회하라!"
"여러분, '철회하라'가 아니고요. 마지막에 나오는 말을 따라하시면 돼요. 자, 따라하세요. 서울시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앞서, 오후 1시경 서울시청 앞. 하나같이 검게 그을린 얼굴에, 머리에는 '생존권 사수' 어깨에는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띠를 두른 전국수산자원보호협의회(이하 수산자원보호협의회) 소속 어민 1000여명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빽빽하게 앉았다. 시위참여는 처음인 것처럼 어색하게 앉아있던 어민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전국 각지 20여개 지역에서 모인 이들의 손에는 '들리는가 서울시장 어업인의 분노의 함성이'(여수시 어민회), '어업인들 설 곳 빼앗은 서울시는 즉각 사과하라'(고창군 어민회), '국민 불안조장 서울시는 즉각 사죄하라'(신흑 어민회) 등의 피켓이 들려 있었다. 피켓 가운데는 눈물을 흘리며 영정사진 속에 들어가 있는 낙지 그림도 보였다.

전남 신안에서 이웃주민 40여명과 함께 상경했다는 황아무개(46)씨는 "30년 동안 낙지 잡으면서 이렇게 '낙지파동'이 터진 건 처음"이라며 "9월에서 11월이 낙지가 가장 많이 잡히고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인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시 '카드뮴 낙지' 발표 이후 낙지 가격은 30~50% 낮아졌다. 황씨는 "낙지를 많이 잡혀도 싸게 팔아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버려야 할 판"이라며 "낙지 잡을 맛이 안 난다"고 한숨 쉬었다. 황씨는 "높은 사람들 말 한 마디에 국민들은 살고죽고 한다"며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어민들 업신여기는 서울시... 사과하라!"

각 지역 조합장들이 규탄발언을 쏟아낼 때마다 어민들은 붉은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환호했다. 김창영 수산자원보호협의회 공동위원장은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서울시 발표에 대한 식약청의 반박, 국감에서 제기된 서울시 조사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열거한 김 위원장은 "서울시가 확실하지도 않은 내용을 성급하게 발표한 이유는 어민을 발톱의 때만큼도 못하게 업신여겼기 때문"이라고 분노했다.

"방송에서 떠들면 떠드는 대로, 두들기면 두들기는 대로 이번에도 (어민들이) 그냥 가만히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 것 보여줘야 한다"며 "서울시는 낙지 파동과 관련해서 모든 어업인과 국민을 향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서 "사과 하지 않을 경우 오늘의 궐기는 끝이 아니라 투쟁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박영일 수산자원보호협의회 남해군 조합장은 "무엇이 오세훈 시장을 저토록 도도하게 만들었나"라고 물었다. "오세훈 시장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 인기를 끌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박 조합장은 서울시 발표 후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나타냈다. 그는 "'카드뮴 낙지' 발표에 대해 언론이 재밌는 기사거리라도 나왔다는 듯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어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지적했다.

규탄발언 이후, 각 지역 조합장들은 '낙지 시식회'를 열었다. '생존권 사수' 머리띠를 두른 이들은 꿈틀 꿈틀대는 산낙지를 머리부터 통째로 꿀꺽 집어 삼켰다.

[1신 : 25일 낮 12시 24분]

낙지어민 항의시위, 진퇴양난 서울시 "진정성 알아달라"

"저희가 가질 수 있는 마음이 뭐가 있겠습니까. 시민들과 어민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진정성, 그거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25일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이 착잡한 표정으로 이날 오후 1시로 예정된 '낙지어민 상경시위'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전했다.

19일 검찰의 중국산 낙지 판매업자 구속, 20일 '내장과 먹물을 제거한' 서울시 '낙지 데이(Day)'. 이종현 대변인은 "여러 가지 사건이 겹쳐서 힘든 한 주였다"고 운을 뗐다.     

이 대변인은 "국민의 안전, 시민의 안전을 최대한 도모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라며 '낙지의 내장과 먹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게다가 어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서울시의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낙지의 유해성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철회할 수도, 서울시의 발표로 인한 낙지 어민들의 피해를 두고만 볼 수도 없는 복잡한 심경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시민과 어민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진정성"이 양립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서울시는 낙지 소비를 촉진한다는 취지로 '낙지 데이' 행사를 열었지만, 낙지의 내장과 먹물을 제거한 낙지비빔밥을 내놓아 낙지어민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같은 날 성동구청이 "낙지의 내장과 먹물의 무해성을 알리겠다"며 낙지머리까지 통째로 먹는 '낙지 시식회'를 연 것이 알려지면서 '낙지 데이'를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급기야 25일 오후 1시경, 낙지 주산지인 장흥과 고흥, 신안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낙지어민' 1000여 명이 서울시 별관 앞에서 '중금속 낙지머리 발표에 대한 전국 어업인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이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9월 13일 "낙지 먹물과 내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9월 30일 식약청이 "낙지의 카드뮴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낙지의 먹물과 내장을 먹어선 안 된다는 서울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후 지난 19일 서울시가 '카드뮴 낙지' 조사 당시 사용한 낙지 가운데 1마리가 중국산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서울시는 "중국산이든 국내산이든 내장과 먹물을 먹어선 안 되는 건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낙지 주산지인 장흥과 고흥, 신안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어민 대표들이 서울시 발표에 항의하며 산낙지를 시식하고 있다.
 낙지 주산지인 장흥과 고흥, 신안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어민 대표들이 서울시 발표에 항의하며 산낙지를 시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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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로 소비가 줄어들고 어민 피해가 발생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20일을 낙지 소비를 촉진하는 '낙지 데이'로 정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내장과 먹물이 제거된 낙지비빔밥을 제공했다.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로 소비가 줄어들고 어민 피해가 발생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20일을 낙지 소비를 촉진하는 '낙지 데이'로 정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내장과 먹물이 제거된 낙지비빔밥을 제공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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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낙지, #카드뮴 낙지, #낙지어민, #중국산 낙지,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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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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