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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강 : 7일 오후 5시 20분 ]

 

"천안함 사건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이 장관이 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장관 부적격자다. 물러나야 한다."
 
문희상 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사퇴을 요구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발표를 인정한다"고 밝힌 문 의원은 "최종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모든 일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직 모든 상황이 다 끝난 것 아니"라고 피해 나갔다.
 
문 의원은 이어 "국방장관이 사임하고,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장관이 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장관으로서 부적격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자가 "저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하자, 문 의원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의원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국민에게 사과다운 사과를 한 적도 없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국방부 장관이 여러 번 사과표명을 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문 의원은 발언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김 후보자가 자격이 없다며 물러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문제가 흐지부지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부의장을 지낸 문 의원이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김태효 비서관이 더 세다더라"... "모욕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실세대접을 톡톡히 받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 오전에 처음으로 김 비서관을 거론했다. 홍 의원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남북관계 복원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김태효 비서관이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사과하지 않으면 대규모 대북지원은 없다", "인도적 지원으로 천안함과 핵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하면 논리 비약이다"라고 말한 것을 거론하면서 "일개 비서관이 (김성환) 수석을 대신한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왜 외교안보수석실만 이런 것이냐"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언론보도를 인용하면서 "김태효 비서관이 (수석으로 있던) 후보보다 더 세다, 대통령과의 심리적 거리상 김 비서관이 더 실세라는 게 정설인데, 이는 후보 개인에게는 모욕이고 국민들에게는 불안감의 요인이 된다"고 비판하면서 "장관이 된 뒤에도 김 비서관에게 끌려가는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외교안보수석실은 제가 주도하고, 김 비서관은 제 지시 아래 움직인다"면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오후에 직접 증인으로 나온 김 비서관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질문과 견제를 받았다. 송민순 의원은 김 비서관에게 "김 비서관이 수석보다 대외적으로 더 대통령 입장을 대변하고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후보자가 장관이 될 경우 호흡 맞춰서 일할 수 있을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어 지난 2년 반 동안의 이명박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 전반에 대해 물었다. 그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군사적으로 패배했고, 외교적으로도 실패했으며 국내정치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는데, 내각제 같았으면 총선거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책임진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몰아붙였다.
 

송 의원은 계속해서 "5.24 대북조치의 실질적 효과가 뭔가, 북한이 무슨 대가를 치르고 있나, 우리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다그쳤고, 김 비서관이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남북교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송 의원은 "북한은 KAL기 폭파사건, 랑군사건, 강릉침투사건을 비롯해 손에 피를 묻힌 게 드러난 사건도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김 비서관이 "강릉침투때 북한이 사과했다"고 하자, 송 의원은 "사과가 아니라 이런 사건이 있었는데 유감이라고 했고, 그래서 당시 외신은 '관대하게 받아들여진 사과'라고 했다"면서 "내용을 잘 알고 대통령을 모셔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송 의원은 "북한은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 뒤, 국방분야 등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같은 당의 박주선 의원이 김 비서관에게 대북정책,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 대해 질문을 했고,  김동철 의원도 김 비서관에게 수석보다 더 많은 발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비서는 입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성환 후보자의 장관적격 여부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남경필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취지에 맞게,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 차원에서 질문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통일의지 약한 것 아니냐" 지적도
 
김성환 후보자가 지난 2월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에서 "남북이 2국가를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상호왕래하는 상황이라면 사실상의 통일"이라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홍정욱 의원은 "통일 의지가 약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발언은 여러 가지 사례 중의 하나로 말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교수 시절 쓴 책에서도 똑같은 주장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기준 의원은 김 후보자가 지난 3월 공개 강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께서', 그의 3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되신 분'이라고 표현한 것을 문제삼았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헌법과 배치되며 국민 정서와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북한이 대통령이나 장관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비방하기 때문에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의 관계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면 6자회담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도 남북관계 개선 뒤에 북미관계를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김성환, #김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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