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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이 난 후 정리해고 철회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내용증명으로 현대차 정몽구 회장, 현대차 울산공장 대표이사, 현대차 노조에 각각 1통씩 보냈습니다. 
두달이 다되어 가도 아무 반응이 없어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탄원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보낸 '탄원서' 지난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이 난 후 정리해고 철회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내용증명으로 현대차 정몽구 회장, 현대차 울산공장 대표이사, 현대차 노조에 각각 1통씩 보냈습니다. 두달이 다되어 가도 아무 반응이 없어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탄원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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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번지
    청와대 대통령실 이명박대통령님

발신:울산광역시 동구 동부동
    현대차 비정규직 불법해고자 변창기

이명박 대통령님께 보내는 탄원서

안녕하십니까?

추석을 앞두고 무거운 마음으로 많은 고민 끝에 탄원서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저는 지난 2000년 7월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입사한 후 10여년간 수동변속기 엑슬기어 조립반에서 정규직과 함께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공장 신설 문제로 정규직은 1년간 휴직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비정규직은 모두 정리해고 당하고 말았습니다.

하청업자는 위법을 피하기 위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직서를 강요했습니다. 저도 받아 들이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 사직서에 서명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무급휴직이라도 받고 1 년 후 다시 그 공장에 들어가 일하고 싶었지만 하청업체는 원청에서 거부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약자인 저는 그 강요된 사직서에 날인하는 거 외에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습니다.

2003년 말 노동부에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불법파견이라 판정 내렸습니다. 제조업엔 파견업종을 둘 수 없음에도 당시 현대자동차는 사내에다 101개나 되는 불법파견 업체를 무분별하게 만들고 파견 노동자를 1만 여 명이나 고용하고 사용하여 왔습니다. 노동부에서 그것을 불법파견이라 판정한 것입니다. 그 후 어찌된 판인지 몰라도 검찰에 의해 불법파견 문제가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고 말았습니다. 누가 봐도 불법파견인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합법도급으로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도 궁금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2010년 7월 22일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 최병승 조합원이 부당해고 구제로 대법원까지 올라간 결과 대법원에서 부당해고와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판결문에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며 분명히 현대자동차를 원청 사용자성에 대해 확인시켜 주고 있었습니다. 7월 22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저의 경우를 변호사에게 자문해 보니 저의 경우도 해당사항이 있다고 했습니다.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불법파견업자에게 쓴 강제 사직서는 무효라는 것이었습니다.

2010년 3월 15일 저는 불법해고 당했습니다. 제 가족은 중학생 2학년인 딸과 초등학생 3학년인 아들과 저랑 동갑인 아내가 있습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백수가 된 지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그나마 현재 고용보험 타먹으며 힘들게 견디고 있지만 9월 말이면 끝나는 고용보험마저 중단되면 저는 가족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나이 많고 기술없다고 받아주는 곳도 없습니다. 저는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서 단순노동 하는 게 체질에 맞습니다.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 내린 기간까지 합하면 6년 세월이 넘게 흘렀습니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나온 지 2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 사용자는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노동부는 불법파견 판정 내린 지 6년이 넘게 방치하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통속에 살고 있는 실정입니다. 불법이라고 정부기관에서 판결해 놓고 그렇게 불법을 방치해도 되는 것입니까?

일개 기업이 그토록 긴 세월 동안 불법을 저지르고 있어도 시정조치가 전혀 안되고 있습니다. 만일 국가 차원에서 손해 보는 일이었다면 정부가 가만히 있었을까요?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업의 불법에 얼마든지 손해 봐도 된다는 것입니까?

저는 이명박 대통령님께 탄원서로 하소연 드립니다.

1. 2000년 7월 3일부터 불법파견에 의한 노동착취 당해 왔습니다. 근로기준법 8조에도 중간착취 못하게 법률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불법파견 하지않고 처음부터 정규직이었다면 받았을 임금, 그 체불임금을 받도록 해 주십시오.

2. 대법 판결문에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저는 불법해고를 당했고 불법파견업체에 의한 강제사직은 무효라고 합니다. 따라서 저를 정규직으로 출근하도록 해 주십시오.

저는 대법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출근할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2개월 지나도록 저의 당연한 권리가 방치되고 있습니다.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불법을 올바르게 고치는 일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조항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저의 권리가 방치되어 있는 것에 대해 국가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기에 어렵사리 이 대통령님 앞으로 탄원서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불법파견 판정받은 전국의 많은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엄청나게 많은 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 될 때 이 대통령님께서 주장하시는 공정한 사회가 앞당겨 지지 않을까요? 긍정적인 해결책을 기대합니다.

현대차에 불법파견으로 10년 일하다 부당해고 되었습니다.
7월 22일 대법 판결후 복직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 9월10일(금) 07시 명촌 쪽문 앞에서 출근시위중 현대차에 불법파견으로 10년 일하다 부당해고 되었습니다. 7월 22일 대법 판결후 복직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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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난후 저는 제 처지와 비슷한 분들과 함께 복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 울산공장 강호돈 대표이사, 현대차 노조에도 내용증명 보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이번엔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탄원서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비정규직 10여년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그리고 정리해고 6개월 이제 백수 청산하고 현대차 정규직으로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추석전이라 마음이 참 무겁네요. 정규직은 명절이라고 두툼한 보너스 받아들고 선물도 받아들고 고향으로 갈텐데 저를 비롯한 정리해고 되거나 부당해고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씁쓸한 한가위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태그:#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비정규직, #이명박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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