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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할 게요"

 

"아~주 예뻐요".

"배고파요?"

 

이 말들은 매주 토요일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이탈리아계 미국 사람인 서명균씨가 가장 처음으로 배운 말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스페인계 미국인 아버지를 두고 있는 여자친구 스테파니씨를 처음 집으로 초대해서 음식을 만들어 주던 날 공부했던 말들이었다.

 

그날이 바로 여자친구 스테파니씨를 두 번째 만나는 날이어서 호감을 표시하고 싶었고 그래서 스테파니씨에게 "아~주 예뻐요"라는 말을 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서명균씨가 컨닝 페이퍼를 준비해서 여자친구 몰래 훔쳐보면서, 준비한 한국어들을 쏟아냈을 장면은 생각만 해도 정말 귀엽다.

 

그런데 역설적인 사실은 정작 스테파니씨는 한국어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서명균씨가 스테파니씨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줬고, 그 이후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서명균 씨가 한글로 쓴 어머니날 카드

스테파니 어머니께;

 

안녕하세요?

어머니날을 축하드려요.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할 게요.

감사합니다.

 

2010년 5월 9일

 

마이클 올림

 

그 이후로 서명균씨가 스테파니씨와 더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서명균씨가 스테파니씨의 어머니께 한글로 써서 드린 어머니날 카드가 그것. 비록 스테파니씨 어머니가 건강이 안 좋아 취소되긴 했지만, 그는 그날 난생 처음 한글로 쓴 어머니날 카드와 꽃다발을 들고 스테파니씨 부모님을 뵙기로 했었고 그것을 위해서 한국말을 열심히 연습했었다.

 

 

"생신 축하합니다"

 

그 이후로 본 기자는 서명균씨의 한국어 교사일 뿐 아니라 연애 코치 역할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 불발로 그쳐버린 스테파니씨 집 방문이 이루어질 계기가 있었으니 어머니날이 지난 한 달 정도 후에 스테파니씨 어머니의 생신이 있었던 것이다. 서명균씨는 어머니날 카드를 썼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좀 더 또박또박한 글씨로 스테파니씨 어머니께 드리는 생일카드를 적었다.

 

서명균 씨가 스테파니 어머니께 드리는

한글로 쓴 생일 카드


스테파니 어머니께;

안녕하세요?

생신을 축하드려요.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할 게요.

감사합니다.

 

2010년 6월 12일

마이클 올림

 

더불어 서명균씨는 스테파니씨와 함께 한국 명절 행사 때 사용하기 위해 비치해놓은 한복을 입고 한국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드리기도 했다. 서명균씨가 준 카드는 스테파니씨 어머니가 미국에 온 후로 처음 받아본 한글 생일카드였던 것이다(스테파니씨는 한국말을 못 한다).

 

서명균씨에 의하면 스테파니씨 어머니는 눈물까지 글썽였다고 하니, 그 감동이 정말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본인의 딸도 한국어를 못 하고 한글로 카드를 써 준 적이 없는데 한국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이탈리아 사람으로부터 한글로 쓰여진 생일카드를 받았으니... 그 느낌은 정말 색다른 것이었을 것이다. 

 

 

운동하면서 한국어 가르치는 서명균씨

 

매 학기말마다 학생들이 각자 준비한 한국어 발표를 하곤 하는데 서명균씨의 발표는 정말 특별했다. 서명균씨는 미국 전국 대회에서도 입상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역도 선수이자 헬스 트레이너다. 또 여자친구 스테파니씨는 요가 트레이너인데 운동하면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비디오를 제작한 뒤 졸업식에서 발표해서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예요?"
"마이클이에요"
"배고파요".
"비빔밥 주세요".
"반갑습니다".
"다음에 또 봐요".
 
위의 내용들을 다양한 헬스 동작들과 함께 연습하는 비디오인데 영어 자막과 함께 만들어져서 누구라도 헬스 동작과 함께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다. 서명균씨는 나중에 한국에서 헬스와 영어를 함께 가르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서명균씨는 가족이 대리석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한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서 언젠가는 한국에 가서 얼마동안 머물기를 바라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 여자친구를 만난 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해서 스테파니씨 어머니와 자유롭게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명균씨와 만나서 공부하는 토요일 아침이 기다려지는 것은 이런 특별한 이유 때문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어드로이트 칼리지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 위치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태그:#어드로이트,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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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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