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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명단 공개로 법원의 강제이행금 납부 명령을 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강제이행금의 일부를 납부하자 전교조 직원이 세어보고 있다.
 전교조 명단 공개로 법원의 강제이행금 납부 명령을 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강제이행금의 일부를 납부하자 전교조 직원이 세어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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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요즘 조전혁 의원의 노래방 18번은 걸그룹 카라의 '프리티 걸'일지도 모르겠다. 13일 오전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간접강제금 1억5천만 원 중의 일부인 481만9520원을 납부하는 내내, 그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걸음걸이가 사뭇 '당당했음'은 물론이다.

13일 오전 11시가 약간 지난 시각.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국회의원임을 상징하는, '國'자가 새겨진 배지가 회색 양복 깃에서 번쩍이고 있었다. 계단을 걸어올라간 그는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과 마주섰다. 악수를 나누고 잠깐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순간 전교조 사무실 분위기는 냉각됐다. 노용래 전교조 기획실장은 다소 성난 얼굴로 서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전혁 의원은 사무실 한 켠에 있는 책상으로 다가가 가지고 온 분홍색 보따리를 올려놓았다.

"쇼하시는 겁니까"... "쇼는 전교조가 잘하지, 나보다"

그러자 "지금 남의 사무실에 들어와서 뭐 하는 겁니까?" "나가세요" 등 사무실 곳곳에서 성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조 의원은 침묵한 채 보따리를 풀었다. 3개의 만 원권 뭉치와 5만 원권으로 보이는 지폐 여러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전으로 가득 찬 색색의 돼지저금통 3개도 보였다. 

이 광경을 본 노용래 기획실장은 "쇼하러 오신 거 아니잖아요. 돈 내러 오신 거잖아요. 그럼 돈 내고 가세요. 뭐하시는 겁니까"라며 담당자가 있는 뒤편으로 안내하려 했다.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조 의원은 "돈을 내려고 (보따리를) 까고 있는 것 아니냐"며 "쇼는 전교조가 더 잘하지, 나보다"라고 응수했다.

몇 분간, 비슷한 내용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고성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조 의원 옆에 서 있던 한 보좌관이 "조용히 하라"고 말하자, 어디선가 "조전혁이나 조용히 시키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조 의원과 보좌관은 들고 온 저금통의 배를 차례로 갈랐다. 한 돼지저금통이 칼로 열리지 않자, 보좌관이 그 저금통을 바닥에 내려놓고 여러 번 세차게 밟기도 했다. 기자들의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노 실장은 내내 "쇼하시는 겁니까"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러한 실랑이가 계속되던 와중에 돼지저금통에서 나온 동전이 펼쳐진 보자기 위에 수북이 쌓였다. 군데군데 접힌 천 원짜리도 보였다. 이내 조전혁 의원은 보좌관에게 "계산해서, 영수증 받아 와"라고 말했다. 보좌관으로부터 보따리를 건네받은 이원수 전교조 총무부장은 잠시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돈을 세기 시작했다. 보좌관은 "수표에 이서는 자신이 하겠다"며 주머니 속에서 펜을 꺼내 '조전혁 의원'이라 적었다.

그동안 조 의원은 기자들을 향해 A4 용지 하나를 들어 보였다. 그는 "(저금통은) 시민 한 명 한 명이 보내주신 돈"라고 말했다. A4 종이에는 "저희 가족이 그동안 모은 돈"이라며 "자그마한 성의나마 의원님의 큰 뜻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글이 인쇄되어 있었다.

조전혁 의원과 보좌관은 이원수 총무부장이 돈을 세는 내내, 앞에서 꼼짝 않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이원수 총무부장의 컴퓨터 화면에는 조전혁 의원이 받아갈 수령증이 띄워져 있었다.

'끝까지 당당한' 조전혁 "앞으로 돈이 되는 대로 방문"

전교조 명단 공개로 법원의 강제이행금 납부 명령을 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강제이행금의 일부를 납부한 뒤 기자회견을 하려하자, 전교조 관계자들이 '참교육' 로고를 가리며 제지하고 있다.
 전교조 명단 공개로 법원의 강제이행금 납부 명령을 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강제이행금의 일부를 납부한 뒤 기자회견을 하려하자, 전교조 관계자들이 '참교육' 로고를 가리며 제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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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이원수 총무부장으로부터 481만9520원을 납부했다는 수령증을 받아든 조전혁 의원은 사무실 밖으로 나가 전교조 로고가 있는 벽 앞에 섰다. 기자들이 그를 에워싸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전교조 전임 교사와 상근 직원들 몇몇이 밖으로 나와 "전교조 로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기자들을 말렸다. 엄민용 대변인도 "조전혁 의원이 우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할 권리는 없기 때문에, 조전혁 의원은 나가실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내 전교조 로고는 '참교육 선생님을 지켜주십시오'라는 팻말로 가려졌다.

조전혁 의원은 엄 대변인에게 "전교조에 요구할 것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으나, 결국 건물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건물 밖으로 나온 조전혁 의원은 전교조의 재산 압류로 인해 "금융거래가 정지됐다"며 "(돈을) 갖다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제(12일)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려는데 카드가 정지되어 계산을 못했다"면서 "(전교조의 압류 결정은) 국회의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 자금 중 목돈이 될 만한 것은 집 전세금 1억6천만 원밖에 없다"며 "(압류) 당해본 적 있나? IMF 때 빚보증을 서서 집을 날리고 학교 봉급도 차압 당한 적이 있는데, 정말 고통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전교조 명단 공개에 대해서는 "국민과 학부모의 알 권리"라며 항소심과 대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처음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그는 "(한 달에 한 번이든) 돈이 구해지는 대로 오겠다"며 "주변에서라도 빌리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해야될 건 해야죠.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그는 회색 카니발 승용차에 올라탔다. 창문을 내리고 기자들에게 "수고했다"며 인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끝까지 '당당'했다.

한편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이번 조전혁 의원의 방문에 대해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며 "조전혁 의원이 스스로 반성하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전교조를 방문해 돈을 내겠다'는 조 의원의 방침에 대해서는 "반복된 전교조 방문은 전교조에 대한 심각한 모욕으로 규정하겠다"며 "강제집행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4월 "조합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전교조 명단 공개를 금지했지만 조 의원은 이를 어기고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전교조는 조 의원을 상대로 "간접강제신청을 제기해 공개를 중단하지 않으면 하루 3천만 원씩 전교조에 지급하라"는 법원의 결정문과 강제집행문을 발부받았다. 강제집행문에는 명단이 공개된 기간인 5일 동안 하루 3천만 원씩 부과 되어 모두 1억5천만 원을 받을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태그:#조전혁,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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