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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시행되어 첫 입학생을 받은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로스쿨 과정이 3년인 점을 생각하면 이제 막 반환점을 돈 셈입니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일부 대학들이 전문대학원 인가 반납을 공언하는 등 제도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비슷한 전문대학원 제도인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 실태를 다뤄봅니다. [편집자말]
설명회가 열린 서울대학교 문화관
 설명회가 열린 서울대학교 문화관
ⓒ 최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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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7일부터 9일까지 서울대 문화관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주관으로 '2011년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입학설명회'가 열렸다. 이번 공동입학설명회에서는 25개 대학의 개별 입학설명회를 포함하여 각 대학별 상담 부스가 설치되어 개별상담이 실시되었다. 그러나 설명회 첫 날부터 참석자가 저조하여 법학전문대학원 (이하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매일경제신문이 운영하는 방송 'MBN'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설명회 3일째에 설명회장을 직접 가본 결과 25개 로스쿨이 총출동한 행사의 규모 면에 비해 참석 인원은 저조했다. 한 수도권 로스쿨의 입학설명회에는 약 30여 명의 학생 및 학부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마저도 입시상담을 받으러 나가는 등 비교적 한산했다.

설명회 셋째날, 설명회가 진행중인데도 청중이 얼마 없다.
 설명회 셋째날, 설명회가 진행중인데도 청중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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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인원이 저조한 데 대해 A(대학생)씨는 "주변에 관심있는 사람은 많으나 현재 시험기간이라 많이 안 온 것 같다"며 "특정 학교가 아닌 로스쿨 전반에 관심이 있어서 설명회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다른 수험생인 B씨(서울대학교 사범대생)는 "입학전형이 나와도 법학적성시험(이하 'LEET') 성적이 안 나온 상태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서 많이 안 온 것 같다"며 "4학년이 아닌 저학년생들은 학점 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B씨는 현재 로스쿨 입시에서 LEET나 학부 학점 외의 종합적인 경력 및 인성을 평가하는 '적성평가'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관련 정보를 학교들이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험생 C씨(서울대학교 인문대생)는 "인문대는 경제, 경영을 복수전공하지 않으면 취업도 어렵고, 고시도 만만치 않아서 대안으로 로스쿨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하지만, 입시설명회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수준 이상의 정보가 나오고 있지 않아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입시 준비의 어려움에 대해 C씨는 "학교마다 전형이 조금씩 다르고 중시하는 요소가 달라 준비하는데 어렵다"고 밝혔다.

회사원 D씨는 로스쿨이 정착기의 혼란을 겪지 않을까 걱정했다. 또한 그는 설명회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여기서 제공되는 정보는 인터넷 카페 상에서 대부분 접할 수 있고, 차라리 LEET 한 문제 더 맞추는 것이 낫다고 한다"고 수험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설명회장에는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학부모들이 수험생 대신 설명회를 듣거나 홍보물을 가져가는 등의 모습이 보였다.

문화관 복도에 마련된 학교별 상담부스들
 문화관 복도에 마련된 학교별 상담부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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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부스를 지키고 있던 제주대 로스쿨 김현수 교수는 "제주대 부스를 찾은 인원이 하루 20명 정도이다"라면서 "LEET 점수가 아직 안 나와서 참석자가 적은 것 같다. 그리고 서울 주요 대학 위주로 설명회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 제주대학교의 경우 1단계 전형요소 60%중 LEET 성적이 40%를 차지하고, LEET 성적 중에서도 추리논증 영역이 60%를 차지하는 등 LEET 성적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 이는 타 대학도 비슷하다. 기자가 25개 대학의 입학전형 안내책자를 입수해 아래 표와 같이 분석한 결과, LEET 성적이 1단계에 반영되는 비율이 50% 이상인 학교는 8곳, 40% 이상은 13곳, 30% 이상은 17곳으로 나타났다.

각 학교별 LEET 시험 성적 및 논술 성적 반영 비율. 학교별 각주 및 설명이 붙어있는 표는 http://blog.naver.com/isulkuu/120109094997 를 참조.
 각 학교별 LEET 시험 성적 및 논술 성적 반영 비율. 학교별 각주 및 설명이 붙어있는 표는 http://blog.naver.com/isulkuu/120109094997 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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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면접성적이 반영되는 비율이 20% 이상인 학교는 20곳, 30% 이상은 5곳으로 나타난 점이다. 면접에 서류평가가 포함된 일부 학교들도 있지만, 서류평가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 결국 학교가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비중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아무리 LEET 성적과 학점이 우수한 학생이라도 면접 과정에서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각 학교들은 면접 평가 요소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고, 이같은 현상은 설명회장에서도 확인되었다. 따라서 학생들이 어느 학교를 지원할지를 놓고 자신의 유불리를 가늠할 수 없어, 수험가의 소문만을 근거로 결정하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고 예상된다.

결국 이번 2011년 로스쿨 공동입학설명회는 25개 대학이 공동으로 입학설명회 및 개별상담을 진행하여 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로스쿨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려 하였지만, 시기상의 문제 및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궁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석자가 저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 다음 기사에서는 
② 로스쿨 실무교육,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나
③ "로스쿨은 실무교육기관이 아니다" 서울대 로스쿨 한인섭 교수 인터뷰
를 다룰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시되어 있습니다.



태그:#로스쿨, #법학전문대학원, #전문대학원, #LEET, #법학적성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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