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남 천안 지역 각 세대에 후보들의 선거공보가 일제히 배달됐다. 출마자 인적사항과 재산사항 등 정보공개자료와 함께 그동안의 경력과 이력, 공약 등이 수록된 선거공보는 각 후보들에 관한 정보의 총집결체다.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는 최종적인 공식 홍보수단인 만큼 후보들마다 선거공보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천안지역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출마자들의 선거공보를 살펴봤다.

동네산 올레길 조성 등 후보들 이색공약

제주 올레길이 여가문화의 새 지평을 연 뒤 지역마다 특성을 살린 제2, 제3의 올레길 조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추세는 지방선거 후보들의 공약에도 반영됐다.

시의원 출마자인 한나라당 김동욱(나 선거구) 후보는 일봉산 올레길의 친환경적 복원을 공약했다. 김 후보는 올레길뿐만 아니라 풍세·광덕 일원에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의 길 기념비 및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선진당) 임상덕(다 선거구) 후보도 태조산 등 인근산들의 올레길 지정 및 조경 구성을 공약했다.

도농 복합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 중에서 한나라당 유제국(가 선거구), 전종배(나 선거구), 민주당 윤미숙(도의원2선거구) 후보는 농촌지역 무료 통학버스 운행을 약속했다.

이색공약으로 한나라당 신용일(가 선거구) 후보는 교복물려주기센터 운영, 같은 당의 서영경(사 선거구) 후보는 쌍용아트마켓 신설을 제시했다. 민주당 김영수(마 선거구) 후보는 어린이행복센터 건립을 약속했다. 사회당 김용기(가 선거구) 후보는 마을마다 어린이 장난감 도서관 건립을 공약했다. 선진당 권처원(도의원4선거구) 후보는 성환읍 왕림리에 '배꽃전망대'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정당의 후보들은 다른 후보들 선거공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노동 관련 공약을 게재했다. 민주노동당(민노당)의 유일한 출마자인 이용후(나 선거구) 후보는 비정규직지원센터 설치를 공약했다. 진보신당 이윤상(바 선거구) 후보는 비정규직 남용 기업의 공공입찰 제한과 고용안정기업 우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조례 등 다양한 조례 제정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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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에서 시의원 후보 출마자가 10명으로 가장 많은 천안시의원 가 선거구 후보들의 선거공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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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기초나 광역의원은 조례를 만든다. 법률 테두리 내에서 제정되는 조례는 내용에 따라 주민들 생활편의에 크게 도움된다. 그래서 조례 제정 발의 실적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된다.

6월 2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례를 공약으로 내걸었을까. 민주당 유병국(도의원3선거구) 후보는 '원도심 재개발 공공지원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선진당 강경범(도의원1선거구) 후보는 직거래장터지원조례 제정을 게재했다. 선진당 박태서(도의원7선거구) 후보는 저소득주민 주거비보조 지원 조례와 주민참여예산제 조례 제정을 약속했다. 동일한 도의원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김종문 후보도 참여예산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 김영수(마 선거구) 후보는 근로자 자녀 장학금 지급조례,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을 공약했다. 같은 당의 김영숙(바 선거구) 후보는 사교육비 경감 교육지원조례 마련을 약속했다. 민주당 장기수(사 선거구) 후보는 작은 도서관 지원조례, 천안시 인권조례, 기업형 슈퍼마켓규제 조례 등 4건의 조례 제정을 약속했다.

민노당 이용후(나 선거구) 후보는 작은마을어린이도서관 설립지원조례 제정을 제시했다. 자유선진당 윤태웅(바 선거구) 후보는 동주민센터 취업지원센터 설치 조례를 약속했다. 선진당 강경범(도의원1선거구) 후보는 직거래장터지원조례 제정을 게재했다.

선거공보에 가장 많이 나온 인물은?

후보들은 선거공보에 자신의 사진만 싣지 않는다. 인지도가 높은 인물과 촬영한 사진도 게재해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고자 한다.

선거공보 사진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누구일까? 선진당 이회창 대표이다. 선진당 소속의 시의원 후보 이윤숙(나 선거구), 주명식(라 선거구), 윤태웅(바 선거구), 김진수(바 선거구), 도의원 후보 장완기(제3선거구), 권처원(제4선거구) 등 총 6명의 선거공보에 나왔다.

양승조 국회의원도 빼 놓을 수 없다. 그의 보좌관 출신으로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황천순(나 선거구), 유병국(도의원3선거구) 후보를 비롯해 오종석(가 선거구), 김종문(도의원7선거구) 후보의 선거공보에 등장했다.

한나라당 당적으로 23명 시·도의원 후보중에 대통령 사진을 선거공보에 실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여당 후보들 선거공보에서 대통령 얼굴은 자취를 감췄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등장했다. 최민기(다 선거구), 유영오(라 선거구) 후보는 박 전 대표와 나란히 한 사진을 실었다.

현직 유력 정치인 대신 고인을 선거 공보에 게재한 후보들도 있었다. 민주당 전종한(가 선거구) 후보는 선거공보 1면 상단에 노 전 대통령 초상 그림을 실었다. 한나라당 김동욱(나 선거구) 후보는 천안함 순국 장병 46인의 이름과 계급을 선거공보 끝면 전체에 게재했다.

정당과 후보가 다름에도 선거공보 사진 속 모델은 동일한,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다. 도의원 제1선거구 출마자인 민주당 김득응 후보와 선진당 강경범 후보의 선거공보물에서는 같은 모델이 발견됐다. 이 모델들은 국민중심연합 이재곤(가 선거구) 후보의 선거공보물에도 등장했다. 한나라당 김병학(마 선거구), 자유선진당 박태서(도의원7선거구) 후보의 선거공보물도 가족 모델이 동일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선거공보, 구경도 말라? 시장과 시·도의원 후보들,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 외면

촌음을 아껴 유권자들에게 이름과 공약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지방선거 후보들. 그러나 일부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푸대접해 원성을 사고 있다. 시각장애인 유권자들은 보통의 선거공보는 읽을 수 없다. 별도로 제작된 점자형 선거공보여야만 공보에 실린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단체장을 비롯해 대다수 시·도의원 후보들은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을 외면,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 행사를 가로막고 있다. 천안시 동남구, 서북구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점자형 선거공보 제출을 마감한 결과 천안시장 후보 3명 가운데 한나라당 성무용 후보는 점자형 선거공보를 미제출했다. 성 후보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출하지 않았다. 도의원 후보 19명 중에서는 한나라당 정순평(2선거구) 정종학(7선거구), 선진당 강경범(1선거구), 강방식(3선거구), 이진환(6선거구) 후보와 민주당 김종문(7선거구) 후보 여섯 명만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출했다. 시의원 후보 44명 가운데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출한 후보는 불과 12명. 시의원 출마자 72.8%가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작하지 않았다. 모든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 하겠으니 뽑아만 달라는 후보들의 공언이 빈말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작한 12명 시의원 후보들은 정당별로 △한나라당 허욱(가 선거구) 전종배(나 선거구) 최민기(다 선거구) 도병국(바 선거구) △민주당 인치견(다 선거구) 김영수(마 선거구) 장기수(사 선거구) △자유선진당 김남학(가 선거구) △진보신당 이영우(마 선거구) 이윤상(바 선거구) △사회당 김용기(가 선거구) △무소속 이돈국(사 선거구) 등이다. 점자형 선거공보는 후보가 제작만 하면 득표수와 상관없이 나중에 경비를 전액 보전받는다. 사실상 후보들의 돈은 한 푼도 안 드는 셈이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상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이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여전히 많은 후보들이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을 외면한다. '2010 충남지방선거장애인연대' 이진성 간사는 "시각장애인들도 다른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알권리를 지닌다"며 "시각장애인 유권자들의 알권리와 참정권을 도외시한 후보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천안시 동남구, 서북구 선관위 집계 결과 6.2 동시지방선거의 시각장애인 유권자 수는 6백79명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