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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모 의류업체의 CF에 쓰인 '당신의 자전거가 내 가슴에 들어왔다'라는 멋지고 아름다운 카피가 있었다. 당신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본 순간 그 자전거가 내 가슴 속에 들어왔다는 말과 함께 T셔츠 좌측에 자전거 로고가 새겨지는 광고였다.

자전거 그림을 많이 그리는 송 화백
▲ 송옥진 화백 자전거 그림을 많이 그리는 송 화백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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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광고를 보면서 사랑을 하면 '당신의 자전거까지도 아름답게 보이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어느 날 내 곁을 지나가는 연인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도 꾸었다.

얼마 전 서양화가 송옥진 화백을 만났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과 세상의 풍경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결혼 전 '푸른 자전거'라고 하는 프랑스 소설을 읽은 이후로부터 자전거를 주로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강동구의 화실
▲ 송옥진의 화실 강동구의 화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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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화백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길이 바로 우리 인생의 길이라 본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넘어지거나 다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인생의 험한 여정과도 같아 좋다. 어린 시절부터 자전거 타기를 즐겨왔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 풍경은 마치 빠르게 지나가는 등사기의 필름처럼 아름다웠다. 또한 마치 우리네 인생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천천히 걷는 인생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달리는 것도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라는 생각에 자전거 그림을 더 많이 그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송 화백은 자전거 그림 이외에도 물레, 별, 새집, 잠자리 등의 그림도 많이 그리는 편이다. 천지만물에 새로운 기(氣)를 불어넣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만물의 강한 생명력과 역동성을 표현하고 있다.

자전거 타기는 인생이다
▲ 힘이 넘치는 자전거 자전거 타기는 인생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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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는 무용가나 수필가가 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춤추는 것을 좋아해, 부친은 늘 손님이 오면 딸을 불러 춤을 한 번 추어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예술의 끼가 넘치던 그는 춤을 추면서 행복해 했고, 또 즐겼다.

하지만 여자가 춤추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던 부친은 무용가의 꿈을 접고 다른 취미를 가지길 원했다. 그러던 중 부친의 친구였던 미술교사 선생님이 집을 방문하여 그가 그려놓은 그림을 본 다음, 미술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하여 평생 그림만 그리게 되었다.

청춘의 자전거
▲ 자전거 청춘의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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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기(氣)는 동일한 조건으로 타고 나지만, 어떤 일을 하느냐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처럼 그는 무용을 하든 그림을 그리든, 수필을 쓰든 타고난 기의 영향으로 성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타고난 재능은 별 모양의 오각꽃잎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인간의 오복을 형상화한 그의 오각꽃잎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사이로 무수히 떨어지는 꽃잎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행복을 상징하는 듯하다. 인간의 다섯 가지 행복은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다시 말해 열성껏 페달을 밟는 자에게만 온다는 교훈인 것 같기도 하다.

넘치는 생명력의 물고기
▲ 물고기 그림 넘치는 생명력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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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인전 11회와 단체전 150여회에 참여했고,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면서 한국여성작가협회 4대 회장을 6년 동안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5년 전 유럽여행을 함께 다녀온 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여행 스케치전을 연 다음 결성한 국제회화작가회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송 화백은 "40여명의 회원들이 상호간의 친목도모와 예술적 교감을 위해 모임을 만들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살자는 의미에서 열심히들 활동하고 있어, 모임을 이끄는 재미가 있다"라고 말한다.

요즘 송 화백의 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것과 "죽기 전에 내 안에 있는 모든 열정을 담은 훌륭한 작품을 하나라도 완성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늘 청춘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담은 희망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때 묻지 않은 소녀 같은 감성으로 자전거와 잠자리, 새집, 별 등을 캔버스 위에 그려내고 있다.

나는 송옥진 화백의 자전거 그림 속에서 건강한 정신과 사고로 젊은이들처럼 인생에 도전하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작가의 모습을 본다. 그의 그림 전반에서 삶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 행복 이야기가 넘쳐나는 듯했다.

새집을 통하여 생명력을 느낀다
▲ 새집 그림 새집을 통하여 생명력을 느낀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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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한 때 신학공부를 하기도 했다는 송 화백의 그림을 보자면, 그 자신이 신의 기운을 받아 천지만물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창조자의 대리인 혹은 자신을 그림 속에 담아 남들에게 행복을 주는 행복 전도사의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듯하다.

외로움도 많이 타고 수줍음도 많았던 어린 시절의 그는 이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세상에 도전하며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화가가 되어 있었다.

그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에 들어왔다.


태그:#송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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