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8년 3월 26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두 가지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기본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불과 5개월전에 남북 정상이 합의한 10.4선언은 물론이고, 북한이 '6.15시대'라는 표현까지 쓰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2000년 '6.15'선언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나중에 '두 선언의 정신을 존중한다'고 물러섰지만, 여전히 '계승'여부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선제타격론' 발언도 나왔다. 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가(현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의 대비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빨리 확인해서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타격하는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부정'과 '군사적 대응 불사'라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이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3월 26일은 남북관계의 재앙이 시작될 날이라고 기억될 만하다"(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는 말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상징이 됐지만, '그냥' 기다린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북한을 자극한 것이다.

 

2008년 11월 북한의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 차단 조치에 대해 이 대통령이 썼던 이 표현은,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이 정부 내 회의에서 '북한의 조만간 붕괴'를 전제로 했던 말이었다.

 

2년간 남북 당국간 합의서는 달랑 한 장: 이렇게 시작된 이명박 정부 2년간의 남북관계는, 북한의 받아치기와 맞물리면서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2008년에 북쪽에 쌀 한 톨도 보내지 않았고, 200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식량지원을 핵문제와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올해 북한의 식량부족분을 125만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주민이 4달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남북간 교류협력도 큰 타격을 받았다. 2007년 188건이었던 남북협력사업은 2008년에 65건, 2009년 23건으로 줄었다. 2007년에 비해 88%가 줄어든 것이다.

 

2009년 인도적 지원액은 2007년도의 7.5% 수준(261억 원)에 불과했으며, 남북협력기금 집행액도 2007년도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683억 원 정도였다

 

당국 간 회담은 말할 것도 없다. 2007년 한해만 55건의 회담이 열린 데 비해, 지난 2년간 당국 간회담은 12건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합의서가 나온 것은 지난해 8월에 나온 '추석계기 이산가족상봉' 합의 단 1건뿐이었다.  이 추석상봉이 지난 2년간 유일한 이산가족 상봉이기도 하다.

 

남북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도 비슷하다. 개성공단 사업 관련 승인도 2008년 53건, 2009년 22건으로 2007년의 163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는 2008년 3월 19일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장은 어렵다"고 한 당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말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는 "당시 이 발언의 의미를 정확히 알았다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을 중국으로 밀어낸 2년: 최근 중국 선양과 단둥의 대북소식통들은, 북한이 단둥과 접경한 압록강 섬인 위화도와 황금평을 자유무역지구로 개발하기 위해 중국의 2개 기업에 각각 50년 임대 형식으로 개발권을 줬다고 전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이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총리 방북 때 합의했던 신압록강대교는 설계가 완료돼 오는 8월부터 전액 중국 부담으로 공사가 본격화된다고 한다.

 

압록강쪽뿐 아니라 두만강변도 분주하다. 북한이 유엔개발계획(UNDP)이 추진해 온 두만강 개발계획에 복귀할 것이라는 소식이 무성하다. 부동항인 나진항 부두개발권은 중국이 확보했다. 남북경협이 악화하면서 그 대채제인 북중경협은 더욱 증대됐다. 2008년 북한의 대외무역 총액의 73%를 중국이 차지했다.

 

또 남북교역이 2007년 17억9천만불에서 2008년에 18억2천만불로 거의 변화가 없었던 데 비해, 북중교역은  2007년 19억7천만불에서 2008년 27억8천만불로 41.2%나 증가했다.  2009년에도 북중교역량은 26억8천만불로, 남북교역액 16억7천만불을 압도하고 있다.

 

북한의 중국의존도 심화가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의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데는, 보수-진보 모두 동의한다. 그럼에도 지난 2년은 북한을 중국에게로 밀어낸 기간이었다.

 

어떤 평가가 나와도 두렵지 않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끄는 핵심인물로 꼽히는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지난 22일, 통일연구원이 이명박 정부 출범 2주년을 기념해 연 토론회에서 임기 내에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든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든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진정한 원칙의 틀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앞으로 남은 3년도 지금까지 해온 그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을 위한 대북 압박의 성격도 있겠지만, 한 외교안보전문가는 김 비서관의 발언을 "북한을 성가시게 생각하는 정부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계속 그럴 수 있을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날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국민들의 대북인식 변화와 대북정책 평가' 여론조사 결과, '남북관계에서 정부가 취할 필요가 있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를 묻는 질문에 '대화 추진'을 요구하는 답변이 51.4%였고, '지속적으로 압박한다'는 응답은 6.1%에 불과했다. '현 단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찬성' 응답은 86.7%로 절대적이었다. 

 

통일연구원조차도 이 결과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정부가 '기다리거나' '압박'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여기에는 정상회담도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다소 소강상태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정부인사들은 여전히 남북정상회담을 운운한다. 공을 받은 북한이 비핵화 등에 만족할 만한 태도를 보이면 남북정상회담은 바로 성사될 것이고, 대규모 대북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마치 지난 2년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한탕'을 노리는 모양새다.

 

2008년 2월 당시 MBC사장으로 뉴욕필의 평양공연을 이끌어냈던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북한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상업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실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성사된다 해도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지금은 전체적으로 소강상태처럼 보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지만, 상황이 진척되면 지난 2년간 있었던 공백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태그:#이명박, #대북정책, #남북교류협력, #선제타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