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새하얀 속살을 드러낸 굴. 맛과 영양이 탁월해 '바다의 우유'로 불린다.
 새하얀 속살을 드러낸 굴. 맛과 영양이 탁월해 '바다의 우유'로 불린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굴(석화)의 계절이다.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은 아무래도 굴이 제 철이다. 미식가들은 제 철 굴은 억만금을 주고 먹어도 아깝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맛과 영양 면에서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 굴은 단백질 덩어리다. '바다의 우유', '바다의 고기'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굴에는 타우린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타우린은 두뇌 발달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여 아이들에게 좋다. 임산부에게도 좋다. 타우린은 또 몸속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굴은 예부터 식품도 되고 보약도 된다고 했다. 그만큼 굴에는 또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칼슘과 빈혈 예방에 좋다는 철 등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A와 B, C도 골고루 함유돼 있다. 또 아연 성분도 풍부해 원기 회복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대의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가 굴을 즐겨 먹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굴은 피부 미용에도 최고다. 오죽하면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지만,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피부가 하얗다고 했을까. 그 굴 맛을 찾아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풍기는 전라남도 고흥으로 가본다.

제 철을 맞은 고흥굴. 보기에 탐스럽고 맛있게 생겼다.
 제 철을 맞은 고흥굴. 보기에 탐스럽고 맛있게 생겼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겨울철 부업으로 굴을 채취하는 고흥 사도마을 전경이다.
 겨울철 부업으로 굴을 채취하는 고흥 사도마을 전경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촤르르∼ 철썩 쏴아아아, 촤르르∼ 철썩 쏴아아아…. 푸른 바닷물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고흥군 영남면 사도마을 선착장. 배 한 척이 들어와 뱃머리를 들이대자 선착장이 부산해진다. 한 어민이 배에서 굴 한 무더기를 들고 내려온다. 그가 향하는 곳은 선착장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 선착장 부근에 비닐하우스가 즐비하다.

그 가운데 한 비닐하우스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아주머니 대여섯 명이 모여 수다를 떨며 굴을 까고 있다. 그들은 쇠로 만든 갈고리 형태의 조새로 굴을 쪼아 속살을 발라낸다. 숙련된 솜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무나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굴 한 뭉치 잡고 조새(굴을 캐는 데 쓰는 연장)로 쪼아본다. 옆에서 본 것과는 달리 굴이 얼른 벌어지지 않는다. 가까스로 굴 하나를 벌렸다. 굵으면서도 새하얀 굴의 속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굴 무더기. 청정바다에서 갓 채취한 것들이다.
 굴 무더기. 청정바다에서 갓 채취한 것들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조새로 굴을 까고 있다. 옆에서 보기에 손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조새로 굴을 까고 있다. 옆에서 보기에 손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그 자세가 답답해 보였는지 굴 양식어민 이순식씨가 굴 한 뭉치를 치켜들고 굴 까기 시범을 해 보인다. "조새를 이렇게 잡고, 여기를 제대로 쪼면 쉽게 까져라." 그는 굴의 속살을 금세 발라내 입 안으로 가져간다.

"평생 굴을 드셨을 텐데, 굴이 질리지 않으세요?"
"질리기는 뭐가 질려. 하루 종일 굴만 먹고 있으믄 좋것소. 굴이 제일 맛있을 때가 지금이어라. 근디 도시 사람들이 그것을 잘 몰라라."

사도사람들은 이렇게 하루 한 사람이 20㎏ 안팎의 굴을 깐다. 값은 워낙 들쭉날쭉해 어림잡기 어렵지만 요즘 1㎏에 8000원 정도 받는다. 굴 수요가 많은 김장철이나 명절 때면 ㎏당 2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이렇게 속살을 드러낸 굴은 대부분 서울 가락동 시장으로 올라간다. 택배나 직거래 량도 조금은 있다. 규모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가구당 평균 1000만 원 안팎의 소득을 올린다. 소득이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겨울 한철 부업이라 생각하면 그래도 짭짤한 편이다.

사도마을 앞바다. 사도마을 주민들은 이 섬을 유료 낚시터로 조성할 예정이다.
 사도마을 앞바다. 사도마을 주민들은 이 섬을 유료 낚시터로 조성할 예정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굴 양식 어민 이순식 씨가 바다에서 굴 무더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굴 양식 어민 이순식 씨가 바다에서 굴 무더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굴 양식장으로 가본다. 칼바람을 헤집고 10여 분 달렸을까. 드넓은 바다를 원통 모양 부표가 뒤덮고 있다. 굴 양식장이다. 배를 멈춰 그 부표를 잡아당기자 굴 뭉치가 따라 올라온다. 지난해 8월에 투하한 것들이다.

이 굴이 선착장 옆 비닐하우스로 옮겨져 까기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굴을 수확하자마자 바로 까는 것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사도마을 주민들이 굴 채취를 시작한 건 지금부터 40여 년 전이라고. 조상 대대로 굴을 캐서 자식을 가르쳤다. 살림살이도 장만하고 논과 밭도 샀다. 전국에서 최고를 자랑하던 굴 채취장이었다.

그러나 해창만 간척사업으로 자연산 굴 채취장이 사라지자 줄에 굴 종패를 매달아 바닷속으로 길게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양식을 했다. 이른바 수하식 양식이다. 지금은 이 양식법이 보편화돼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 마을에서 처음 도입했다.

굴 양식어민 이순식(왼쪽) 씨와 지기호 어촌계장이 양식장에서 굴 무더기를 건져올려 들어보이고 있다.
 굴 양식어민 이순식(왼쪽) 씨와 지기호 어촌계장이 양식장에서 굴 무더기를 건져올려 들어보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흔히 자연산 굴, 양식 굴, 이렇게 얘기들을 하는디. 굴은 자연산과 양식으로 구분할 수 없어요. 의미도 없고요. 양식은 날마다 사료를 줘서 키우는 방식을 말하는디, 굴은 따로 먹이를 줄 필요가 없어요. 바다 속에 지천인 플랑크톤을 먹으면서 그냥 혼자서 크거든요."

지기호 어촌계장의 말이다. 지 계장에 따르면 고흥굴은 키우는 기간이 짧다. 8월에 종패를 투하해 3개월 후인 11월부터 굴을 딴다. 통상 2년까지 키우는 다른 지역의 굴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바다가 청정한데다 굴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 풍부한 덕이라고.

이런 연유로 미식가들은 '고흥굴'을 전국 최고로 친다. 다른 지역 굴보다 비싸게 팔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가끔 다른 지역 굴이 고흥산으로 둔갑해 골치를 썩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주민들 얘기다.

이 굴이 언제까지나 마을주민들의 소득을 보장해 줄 수는 없는 일. 마을 차원에서 여러 가지 소득사업을 준비하는 것도 여기에 원인이 있다. 마을주민들은 굴 양식과 바지락 채취 외에 유료 낚시터와 갯벌 체험장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지 계장은 "청정해역과 갯벌을 이용한 체험형 어촌마을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도마을 앞바다. 주민들은 여기서 바지락을 채취한다.
 사도마을 앞바다. 주민들은 여기서 바지락을 채취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굴, #사도마을, #고흥, #굴양식, #지기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