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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너무 쉽게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요?"

미남(동의부대 6진 근무, 26)씨는 2006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아프간에서 군 생활을 했다. 그가 주로 했던 일은 바그람 기지 내 미군부대 창고 공사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는 "아프간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혔던 바그람 기지조차 가끔 탈레반 반군들이 기지를 겨냥하여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현지상황에 대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재파병을 얘기하는 것이 답답하다고 했다.

지난 11일 아프간 파병 동의안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면서 재파병을 둘러싼 대립은 날로 격해지고 있다. 정부는 아프간 재파병이 G20 개최국이라는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더불어 아프간 안정화와 재건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방재건팀 운영을 위해 국방예산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함에도, 그 실효성은 입증되지 않고 있다.

'03~'07년 동의부대와 다산부대의 예산 현황을 국방부에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05~'07년 동안 동의·다산 부대에 298억5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03, '04년도는 국방부에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혀, 5년 동안 편성된 예산은 300억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 항목을 살펴보면 해외파견수당이 169억41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예산이 편성됐고, 다음으로 수송비를 포함한 부대활동에 81억4100만 원이 편성됐다.

ⓒ 서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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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5년간 막대한 비용을 쓰며 이뤄진 한국군 파병이 아프간 재건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11개 국제비정구기구들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량의 원조자금이 지방재건팀 유지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지방재건팀(PRT, 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 유지비용으로 쓰인 자금은 거의 5억 달러에 달했으며 2009년에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 여러 보고서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 이 비용은 지방재건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파견군을 보호하기 위한 병력 제공 비용으로, 이는 아프간 정부가 건강과 교육을 위해 사용한 예산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재건팀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은 아프간 주정부의 행정역량을 기르고 지역 안정화를 도모하는 군ㆍ민 통합 조직이다. 일부 PRT에는 경찰력도 포함돼 있다. 주요 활동은 행정역량 강화(governance), 개발(development), 치안(security) 지원이다. 구체적으로 치안ㆍ사법 인력 훈련, 인프라 구축, 마약 단속이 주임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지은 간사는 "지방재건팀은 군으로 이뤄진 군대 파견의 일환이지, 직접적인 아프간 재건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방재건팀의 개발원조 활동은 효과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국제자원봉사단체인 '개척자들'의 박희은 간사도 "실제로 지방재건팀이 지원하는 교육, 의료시설은 카불의 미군기지 근처에만 집중됐으며 그마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날리기를 하다 넘어졌지만 기본적인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아프간 아이의 사례를 들며 가장 필요한 의료지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국제협력단 아프칸팀 관계자는 내년 7월 파견이 결정된 지방재건팀은 이전보다 지방행정협력을 강화해 교육, 의료 지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보건소를 늘리고 직업훈련소를 강화해 아프간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세명저널리즘스쿨 학생입니다.



태그:#아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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