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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11월) 달에 (단체협약과 관련된 노사 분쟁이) 끝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기성 원장은 잘리고 연구원에는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하 연구원) 노조가 전한 단체협약 실무교섭 당시 사측 관계자의 발언이다. 노조는 "이 발언은 정권의 윗선 개입을 암시한 것"이라며 "이번 직장폐쇄는 공공기관 노사관계 선진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1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직장폐쇄는 이명박 정부가 노사 관계 전문 연구기관을 '노조 탄압'의 시험장으로 만들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개입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이 공공기관 노조 파업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주문한 이후, 박기성 연구원장이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파기하고 갑작스레 직장폐쇄에 나섰다. 물리적인 충돌도 없고 합의안에 대한 서명만 남은 상황에서 박 원장이 굳이 직장폐쇄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연구원 구성원들의 목소리다.

 

"박기성 원장 잘리고 연구원에는 심각한 타격"

 

박기성 원장은 1일 오전 8시부터 파업 72일을 맞은 노조 조합원 51명을 상대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직장 폐쇄의 사유는 좁히기 어려운 노사 간의 입장 차이, 점거농성으로 인한 소음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연구원 쪽이 내건 직장폐쇄의 사유는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원 노사는 지난 11월 10일부터 26일까지 집중 교섭을 진행해, 27일 단체협약 교섭의 주요 쟁점 28개 사안을 사실상 타결한 상황이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막판까지 진통이 컸던 고용안정위원회의 징계위원회 관련 사안도 노조가 양보안을 제시해 단체협약 최종 타결 가능성이 높았다. 노조의 임원을 징계할 때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한 규정과 관련, 노조는 징계위원회 위원 9명 중 3명을 노조가 지명하고 1명은 노사가 공동으로 지명하자고 제안했고, 연구원 쪽 실무교섭위원은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노사 교섭위원이 마련한 합의안을 같은 달 28일 갑작스럽게 파기하고 30일에는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에 직장폐쇄를 신고했다. 28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적당히 타협하지 말라"고 강조한 날이다.

 

이상호 노조 지부장은 "이 대통령이 공공부분의 파업에 대해 '적당히 타협하지 말 것'을 주문한 이후, 직장폐쇄가 단행됐다"며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광오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은 "김아무개 연구관리본부장이 실무교섭 자리에서 '이번(11월) 달에 (단체협약과 관련된 노사 분쟁) 끝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기성 원장은 잘리고 연구원에는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정권 '윗선'의 개입을 암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위원들의 고백... "연구원은 '노조 탄압' 시험대"

 

올해 박기성 원장과 연구원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의 노조 탄압 시험대였다는 지적이 많다. 비노조원인 박사급 연구위원들의 모임인 '연구위원협의회'의 황덕순 회장은 "현재의 공공기관 선진화에 따른 노조 때리기는 연구원에서 시작됐고, 연구원은 그 흐름을 선도했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최근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는 연구원에서 시작됐다. 박 원장은 지난 2월 6일 경영권·인사권 침해 등을 근거로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노사 관계가 급랭 됐고, 급기야 노조는 지난 9월 연구원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나섰다.

 

이후 박 원장은 노동 3권 부정 등의 비상식적 언행과 17개 논문 표절·짜깁기 의혹 등으로 여당의원으로부터 사퇴요구를 받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지만, 정부는 오히려 기관장 리더십 평가에서 박 원장에게 가산점을 줬다.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는 연구원 내의 노사 갈등과 관련, "기관 내 노사관계, 인사제도 등을 개혁하기 위한 기관장의 혁신 의지가 단호해 보인다"고 박 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조성재 연구위원협의회 부회장은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노사관계 시험에 대가 됐다"며 "박 원장은 연구는 제쳐두고 노조 때려잡기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와 연구위원협의회는 "박 원장이 직장폐쇄 철회와 단체협약 체결 등 연구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박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원 쪽 관계자들은 "할 말이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태그:#한국노동연구원 직장폐쇄, #박기성, #공공기관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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