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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년에 봄·가을 두 번씩 9남매가 어머니를 모시고 돌아가면서 모입니다. 오늘(28일)은 첫째 누나 집에서 모였는데 다들 바쁜지 어떤 집은 딸, 어떤 집은 며느리, 어떤 집은 사위가 모이지 않아 다른 때보다는 조금 썰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이후 여섯 달만에 모이니 이런 일, 저런 일을 이야기하면서 재미있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누나가 식당을 하는데 오늘 가족들이 모인다는 것을 알고 김장 준비를 해놓고 있었습니다. 오늘 해야 할 김장은 500포기 정도였습니다. 500포기를 보더니 누나와 여동생, 며느리들이 한숨부터 내쉬고 있었습니다. 이 많은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다들 손이 빠른지 500포기를 4시간만에 다 끝냈습니다.

 

 

한 두 사람이 하면 밤을 새워가면서 해도 다 못할 것인데 6-7명이 함께 하니 빨리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는 세상 일을 나누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정치부터, 아이들 교육, 그리고 남편 흉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바로 밑 동생이 자기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 아들이 학교에서 1등을 하는데 이번에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학에 들어갔다면서 사위 삼고 싶다고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자기 엄마가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고 공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 이상한 아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해주겠다고 공약을 했으면 그대로 실천해야지 왜 공약대로 하지 않는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나왔습니다. 돈 많은 부모가 아니면 이제 공부도 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한탄했습니다.

 

"반값 공약했으면 당연히 지켜야지 말이야. 아직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아니지만 이웃집 아주머니들 이야기 들어버면 보통 걱정이 아니더라."
"그렇지 부모가 돈 없으면, 결국 학자금 대출 받아 등록금 내야 하는데 4년 동안 빚내면 수천만 원이다. 졸업해도 연봉 많은 직장에 취직하지 않으면 그 돈 갚는다고 또 고생하는거다."

"대학만 그렇나. 고등학교만 가도 분기별로 40-50만 원은 들어간다. 그것이 작은 돈이 아니다."

"고등학교도 그렇게 들어가요."
"아직 너희 아이들은 초등학교라 그렇지. 고등학교도 이제 의무교육이 되어야 한다."

 

딸, 며느리들이 김장 담그고 있을 때, 사위와 아들들은 4대강과 세종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참여정부 때 여야가 합의하고, 통과시켰으면 추진해야지 왜 수정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 아이가. 대통령이 옥새를 찍었으면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추진해야 하는거다. 국가 사업을 이렇게 하면 안 되는거다."

"혁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노무현 정부가 했다. 각 지역마다 골구로 공기업이 내려간다. 그런데 세종시에 그것을 보내면 어떻게 하노."

"4대강도 그렇다. 말은 '보'라고 하지만 '댐'이다. 댐. 물을 막으면 썩는다는거 초등학교 아이들도 다 안다. 그런데 밀어붙인다."
"함안 사람들은 함안보가 만들어지면 함안이 잠긴다고. 엄청나게 화가 났다."

"라인강을 보고 우리도 운하를 만들거라고 했는데. 라인강은 일년 동안 유량이 별 차이가 없고, 우리나라 강은 여름과 겨울이 유량 차이가 많이 난다."

"물을 깨끗하게 한다고 하는데 수질을 개선하려면 본류가 아니라 지류부터 먼저 해야지 4대강 사업은 본류 공사 아니가. 이것만 봐도 4대강 사업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별 아는 것 없는 사람들도, 4대강과 세종시가 문제있는 것을 아는데 왜 대통령이 그것을 모르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했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 잘못 뽑아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뽑아야 합니다. 한 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됩니다. 이런 사람 찍고 나서 비판하지 말고, 진짜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 뽑아야 합니다."

 

 

4대강과 세종시, 아이들 교육 이야기를 하다보니 산더미 같았던 배추가 어느새 김장 김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대야에 한 가득 담기는 김치를 보면서 올 겨울도 김치 걱정은 하지 않고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4대강도 걱정해야 하고, 세종시도 걱정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하루빨리 정신차려 시민들에게 이런 걱정 끼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태그:#김장, #4대강,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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