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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국지호씨의 구령에 맞춰 살리고,살리고를 외치며 삶은 콩을 찧고 있다.
 이장 국지호씨의 구령에 맞춰 살리고,살리고를 외치며 삶은 콩을 찧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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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하고 아담한 전북 고창군 '안현돋음볕 마을' 노란 국화가 산자락을 에워싸고 오래된 집들 사이로 알록달록한 벽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으로는 뜬 봉에서 봉황이 날고 서로는 서해바다에서 용마가 달려와 머물고 청학이 노닐기도 했다는 '안현리'로 불리는 마을이다.  국화와 어우러진 대형 인물벽화가 찾아오는 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솥에 장작불을 지피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 뭔지 궁금했다. 다가가 잔치국수라도 삶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나 하는 마음에 "마을 잔치라도 있나요?" 묻자 대뜸 "메주콩 삶아요"한다. "무슨 연유로 메주콩를 이렇게 많이 삶고 있나요?"

저위로 올라가면 왜 그러는지 알 수 있다며 마을 안쪽으로 올라가 보란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다다르자 각 분야별로 나누어 메주콩을 찧고, 무게의 달인은 정확한 양을 덜어 메주를 만들어 가장 중요한 메주 치대는 사람에게 넘기고, 각을 잡고 모양을 만들고, 이어 미장을 하는 미장의 달인에게 넘기면 메주가 완성이 된다.

큰 누님 김순애(71)씨와 작은 누님 양옥순 (64)으로 불리고 있는 마을의 마스코트인셈이라고 한다.
 큰 누님 김순애(71)씨와 작은 누님 양옥순 (64)으로 불리고 있는 마을의 마스코트인셈이라고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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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된 작업에 열심인 모습을 보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곳에서 벽화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다. 벽화의 주인공은 이 마을에서 부르는 공식적인 명칭이 있단다. 큰 누님 김순애(71)씨와 작은 누님 양옥순(64)으로 불리고 있다며 '안현돋음볕마을'이장 국지호(52)씨가 설명한다. 열심히 메주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아하니 주름진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평균 연령이 60이 넘으신 분들이란다.

이웃동네 어르신이 메주콩 수확을 하고 있다.
 이웃동네 어르신이 메주콩 수확을 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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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을 피워 메주콩을 삶고 있다.
 장작불을 피워 메주콩을 삶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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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를 예쁘게 만들고 있는 마을 주민, 정성이 묻어난다.
 메주를 예쁘게 만들고 있는 마을 주민, 정성이 묻어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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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누님 김순애(71)씨와 작은 누님 양옥순(64)씨
 큰 누님 김순애(71)씨와 작은 누님 양옥순(64)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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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모여 공동으로 메주를 만들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공동으로 메주를 만들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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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는 발효 과정이 생명이지요"

-"웬 메주를 이렇게 많이 만들고 계시나요?"
"농한기 마을 주민들에게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올해로 4년째하고 있지요. 힘은 들지만 주민단합도 되고 소득도 올릴 수 있으니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죠. 메주콩 100가마 중 4000Kg는 메주를 만들고 1000Kg는 청국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메주를 만드는 시기와  연소득은 얼마인지, 마을주민 몇 분 정도가 참여하며 메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메주를 만드는 시기는 10월말부터 11월 중순까지지만 지금이(11월20일) 적기입니다. 한해 소득은 3천만원정도 나오는데 순이익은 1500만원 정도 됩니다. 수익금은 마을 가꾸기에 우선 투자를 하고 주민들이 균등하게 나눈답니다. 땀흘린 보람으로 넉넉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가계에 보탬이 되고 있어요. 메주콩은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모두 충당할 수 없을 때는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께 도움을 청해 사오기도 한답니다. 100% 우리 콩으로만 담근답니다.

불린 콩을 가마솥에 넣고 6~7시간정도를 푹 삶아야 하기에 새벽1~2시 정도에 시작하여 하루에 두 번 삶아 절구에 빻고 한말(10Kg)에 메주 7덩어리가 나오는데 한 덩이에 3Kg정도 나갑니다. 메주 모양으로 만들어 한 달간 건조시킨 뒤 1주일정도를 발효과정을 거친 다음 다시 20일을 건조시켜 완성되면 소비자들에게 판매가 됩니다.

발효를 제대로 시키기 위해서 옛날 방식대로 지푸라기를 이용하여 메주를 엮어 건조시킨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 판매를 했는데 이제는 입소문을 통해서 예약 판매가 되기 때문에 판로에는 문제가 없답니다. 건조하여 메주로 완성되면 1.8~2Kg정도가 되는 메주를 소비자들이 사가는 셈이지요. 메주는 개당 1만 2000원에 판매가 되고요. 청국장은 5Kg에 2만 5000원에 팔고 있답니다."

국화향과 어우러져 마을모정에서 건조되고 있는 메주
 국화향과 어우러져 마을모정에서 건조되고 있는 메주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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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돋음볕'마을 이장 국지호씨가 가족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메주를 들고 있다.
 '안현돋음볕'마을 이장 국지호씨가 가족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메주를 들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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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가장 통풍이 잘되는 높은 곳, 모정에서 향긋한 국화의 향과 함께 어우러져 완성된 메주가 맑은 공기와 바람을 맞으며 건조과정을 거치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마을 어귀에서 장작을 태워 콩을 익히던 주민 노숙자(64)씨가 눈물을 훔치며 나타나 하는 말이 힘들게 메주를 만들던 주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우리 엄니 돌아가셨을 때도 요로코롬 눈물 흘리지 않았는디 메주콩 삶으면서 무쟈게 울어버렀구만. 불을 지필 때 연기가 월매나 많이 나는지...몹쓸 바람이 내 눈으로만 연기를 보내부러. 겁나게 울어버렸당게."

힘들어 보이는 주민들을 위해 뭔가 웃음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민들을 위해 애쓰는 이장 국지호씨께 "가족사진 찍어 드릴 테니 메주 한 덩어리 들어보세요" 하자 환하게 웃으며 멋지게 만들어진 메주를 높이 들어올리자 주민들 모두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태그:#메주,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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