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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빛 곶감이 주렁주렁하다. 장성 북하면 원동마을 집집마다에는 곶감이 달콤하게 익어간다. 노부부는 건조장에 널어놓은 감이 상추감이라고 했다. 곶감이나 감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 품종의 감인데 그 이름이 붙여진 연유는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노부부가 메주콩을 선별하고 있다. 콩을 타작할 일손이 부족해 경운기 바퀴를 이용해서 타작을 했더니 콩이 죄다 깨져버렸다며 아쉬워해했다. 타작한 콩은 풍구의 바람을 이용해 쭉정이를 골라냈는데도 이물질이 많이 섞여 있다. 

 

노부부의 집 기둥에는 꺾어다 놓은 상추감이 걸려있다. 나무계단으로 오르는 2층 건물에는 햇살을 가득 머금은 주홍빛 곶감이 눈부시다. 가을의 막바지에 찾아간 장성호 상류의 산골마을 집집마다에서 건조하고 있는 곶감이 탐스럽다.

 

곶감은 땡감을 깎아 만든다. 감을 깎아 말리면 수분이 빠져나가므로 식물섬유의 함유율이 높아진다. 이렇게 말린 곶감의 식물섬유는 정장기능과 장의 균형을 유지해주며 콜레스테롤을 흡수하여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감에 함유되어 있는 베타카로틴 성분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비타민C와 카로틴 성분은 감기 예방은 물론 인체면역력 강화와 피부미용에도 좋다. 감의 포도당과 당질은 숙취를 풀어주며 크립토크산틴 성분은 암 예방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장성 북하면 덕재리 원동마을 경로당에 매달린 '범죄 없는 마을' 간판이 눈길을 끈다. 이 마을은 전형적인 산골마을로 조용히 아니온 듯 다녀가기에 제격이다. 푸근하고 고즈넉한데다 풍광 또한 평화롭고 아름답다. 원동마을은 황룡강 상류를 막아 만든 거대한 인공호수 장성호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본 장성호는 남북으로 산에 둘러싸여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산책과 낚시 수상관광을 즐기기에 좋으며 내장산, 백양사 등의 주요 관광지와도 인접해 있다. 장성호 상류에 있는 남창계곡의 비경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할머니 두 분이 은행 알을 줍고 있다. 반순임(78)할머니와 친척분이다. 할머니는 은행을 수확해 1kg에 4~5천원을 받는다고 했다.

 

할머니 네도 곶감을 많이 만들었다. 상추감으로 만들어서 곶감이 달고 맛있다며 자랑이다.

 

"달고 맛있는 상추감이에요. 춥고 땡땡 얼기를 반복해야 맛있고 달아."

 

산길로 이어지는 오솔길에는 샛노란 은행잎이 수북하다. 주홍빛 감과 노란 은행잎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런 풍경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다. 수확을 마친 감나무에는 까치밥이 하나 남겨져 있다. 곱게 물든 감잎과 까치밥이 가을의 깊이를 말해주는 듯하다.

 

이제 겨울철 먹잇감이 부족해지면 까치란 녀석이 감나무 꼭대기의 까치밥을 찾아 날아들 것이다. 사실은 까치보다는 직박구리 녀석이 홍시를 더 좋아한다. 남겨진 까치밥은 대부분 이 녀석들의 차지가 될 것이다.

 

수북한 은행잎을 밟고 마을길을 걷는다. 은행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마을 고샅길의 돌담장은 정겨움을 더해준다. 집집마다 주홍빛 곶감이 익어간다.

 

어디선가 병아리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마당의 화덕 곁에서 어미닭과 병아리가 산책을 하고 있다. 병아리는 '삐약 삐약' 소리를 내며 어미닭을 따라다닌다. 처마 밑의 달콤한 곶감은 바람결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그네를 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곶감, #장성, #장성호, #원동마을, #까치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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